과이불개(過而不改) 정치판, 달라져야
과이불개(過而不改) 정치판, 달라져야
  • 김규원
  • 승인 2022.12.12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일 대학교수 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를 선정했다. 이 사자성어는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이 추천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않는다라며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박 교수는 이 과이불개를 추천한 더 큰 이유는 잘못을 고친 사례가 우리 역사 속에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 실록을 찾아보니 그런 사례가 여럿 있었다라며 특히 성군(聖君)으로 불린 세종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며 이를 고치는 장면이 많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 재위 기간 안전사고에 의한 대규모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라며 잘못을 고치거나 처벌받기는커녕 인정하지도 않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진노해야 하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옛날 나라의 주인이라는 임금도 반성하고 고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의 상황에서 과이불개는 참으로 이 나라 정치 현실과 딱 들어맞는 말이다. 158명이 목숨을 잃는 참담한 사고에도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을 묻지 않는가 하면 크고 작은 실수나 잘못에도 전혀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 정부를 가리키는 적절한 말이다.

이 사자성어는 논어(論語)의 위령공편 28 장에 나오는 문구로 공자(孔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허물이다)라고 했다. 이 정부가 들어선 뒤 여러 차례 고쳐야 할 일과 사과해야 할 일이 많았음에도 고치거나 사과하지 않은 일을 두고 과이불개라는 네 글자를 통해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이불개가 전체 교수 935명 가운데 476명의 선택을 받아 50.9%의 지지를 받았다. 그 외에도 비슷한 의미로 덮으려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慾開彌彰)14.7%, 알을 쌓아놓은 듯 위태롭다는 누란지위(累卵之危)13.8%, 잘못을 그럴듯하게 꾸며대며 일삼는다는 의미의 문과수비(文過遂非)13.3%, 좁은 소견으로 그릇된 판단을 한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7.4%의 선택을 받았다.

선택 5위까지의 문구를 종합하면 잘못을 고치지 않고 덮어버리려 하며 좁은 소견으로 나라정치를 주물러 위험하기 그지없어 보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사자성어들이 교수회의에서 추천될 만큼 정치가 제 길을 잃고 멋대로 달리고 있으니 걱정이다.

실수조차 미안해할 줄 모르는 정부에 국민은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치밀어 오르고 있다. 힘으로 눌러서 눌릴 사안이 있고, 은근슬쩍 넘어가 줄 일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배째라로 밀어붙이는 정치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

이번 교수회의 지적을 계기 삼아 제발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는 정부를 보고 싶다.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가 등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