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할미, 풍덩 빠졌네!
초보 할미, 풍덩 빠졌네!
  • 김규원
  • 승인 2022.11.24 11:2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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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수필
김 영 숙(수필가)
김 영 숙(수필가)

그렇지!”
조금만 더 힘내라! !”
영차!”
그렇지! 장하다! 우리 준호
이 소리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나라 대표팀경기 중계를 보며 응원하는 소리가 아니다. 첫돌을 막 지난 손자가 첫발 띨 때 우리 부부의 격한 응원 소리다. 그것도 톡 방에 올려놓은 동영상을 보는 것이니 이제는 막 뛰어다니는데도 그 영상을 보고 또 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서로 눈이라도 마주치면 겸연쩍어하면서도 행복하다.

  우리 부부의 일상은 손주가 태어나기 전과 태어난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일정이 손주의 일상에 맞춰지고 아침에 일어나면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여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 올려놓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아야 하루가 마무리된다.

  내 휴대전화에서 가족 단톡방 이름마저 신준호 팬클럽이다. 하루라도 손주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이 톡 방에 올라오지 않으면 궁금해서 안달이 난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그래도 영 안 올라오면 신준호 사진 구걸합니다.”하며 사진 올리라고 반 부탁 내지는 반협박 톡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사진으로 다 해소 못 한 것은 동영상으로, 동영상으로도 만족 못 하면 아들 집에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차로 3~40분 정도면 가 볼 수 있는 거리에 사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보고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조심스러워서 자주는 그렇게 못한다. 시부모가 자꾸 자신의 영역에 아이를 핑계 삼아 넘나들면 며느리 처지에서는 불편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는 자제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전에는 지인들이 손주 사진을 SNS로 자랑해도 별 감흥이 없었고 프사(프로필 사진)에 손자를 올려놔도 왜 저럴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끔 손주 자랑하려면 만 원씩 내고 놓고 해!” 혹은 돈 줄 테니 자랑하지 말라는 농담도 했는데 그럴 때면 지인들은 너도 손주 생겨봐라. 손주 바보 되는 건 시간문제여했다.

  그들을 비웃다가 내가 막상 그 처지가 되니 나도 모르게 손주 바보가 돼 있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했던가? 손주를 요리조리 냉철하게 샅샅이 뜯어보아도 잘생겼다. 아무리 제 눈에 안경이라지만 이렇게 예쁜 아기는 생전 처음인듯하다. 자식을 키울 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이쁘다. 보고 또 봐도 또 보고 싶은 묘한 매력을 가진 녀석이다. 이러니 어찌 손주 바보가 아니 될 수 있으랴. 내 자식 낳아 기를 때는 살기 바빠서 느끼지 못했다던 감정을 이제 자식의 자식을 보며 깨닫게 되니 나도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그런데 위안이 되는 정보는 또 있다. 미국 에모리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할머니들은 전형적으로 그들의 손자들을 돌보고 싶은 본능적이고 신경학적 충동이 있다고 한다. 50명의 할머니를 상대로 손주들의 사진을 보는 동안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그들의 뇌를 스캔했는데 그들의 어린 손주들을 볼 때마다 감정적 공감을 결정하는 뇌의 부분들이 밝아졌다는 것이다. 이를 보더라도 결코 나는 유별난 할머니가 아니며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할머니가 아닐까?

  한편 이렇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인데 내 친정어머니는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보고 싶으셨을까 생각하니 한없이 죄송스럽다. 교통편도 좋지 않아 임실에서 강릉까지 승용차로 가도 7~8시간이나 걸렸던 시절이고 휴대전화가 없어 실시간으로 아이들을 볼 수도 없었던 시절이다. 다만 사진을 찍어 우편으로 보내드리거나 일 년에 한두 번 찾아뵐 때나 겨우 보여드리던 30여 년 전이니 그 그리움은 오죽하셨을까? 그리 생각하면 우리 준호가 보고 싶다고 안달하다가도 만감이 교차한다. 할머니가 돼서야 할머니의 심정을 이해한 이런 불효자가 어디 또 있을까?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대신이라도 나는 보고 싶을 때 보고 안고 싶을 때 원 없이 안으며 한동안은 손주 사랑에 푹 빠져 엔도르핀을 품 품뿜어 볼 요량이다.

  더하여 손주의 첫 뒤집기, 처음 일어서기, 첫걸음 그리고 처음으로 할머니를 부르는 날 등, 장차 한 인생의 긴 여정의 첫 시작점을 비롯하여 손주가 정신적 성장을 할 때도, 첫걸음마를 할 때 몸놀림과 같은 힘겨운 성장통을 잘 견뎌내고, 성숙한 한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늘 응원할 것이다.

  준호야!

너의 진한 하품이

너의 작은 몸짓이

너의 맑은 눈망울이

사랑으로 스며

나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날마다 특별한 날 되었단다

 

네가 가는 길에서

네가 마주할 모든 길이

찬란하기를

현명하고 슬기롭기를

온 마음 모아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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뺙압지 2022-11-24 18:48:57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쭈노팬2 2022-11-24 18:39:03
준호는 참 좋겠네옹!!

쭌오 2022-11-24 17:19:06
준호는 복 받았네요

준호팬2호 2022-11-24 17:03:57
글이 너무 좋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