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 소통, 그리고 화해의 정치
사과 ‧ 소통, 그리고 화해의 정치
  • 신영배
  • 승인 2022.11.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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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정치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일을 한다.’라고 적혀있다.

적어도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정치에 발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정치라는 말의 뜻이라도 알아보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일이 정치인데 도대체 요즘 나라 정치판을 보면 정반대의 현상만 보인다.

국민이야 어찌 되든 관심이 없고 저마다 자신과 따르는 자들이 잘 먹고 잘사는 일에만 치중하는 게 정치인 듯 보인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국민을 위한다는데, 하는 행동은 국민을 깔아뭉개는 짓이 전부다. 국민 따위는 안중에 없는 것 같다.

정치 집단과 국민이 분리돼 따로국밥이 되어 있는 이상한 나라에 사느라 5천만 국민은 피곤하기 그지없다. 158명의 젊은이가 국가의 방관으로 길거리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정치하는 자들 가운데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자꾸만 밑으로 떠밀어 꼬리 자르기로 일관하고 있다.

#눈물 쏟은 10.29. 참사 유가족들

10.29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와 자신들의 생각을 밝혔다. 그들은 울분 속에 눈물을 쏟아내며 국가는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고 따지며 공권력의 부재와 무능을 비판했다.

KBS를 통해 보도된 희생자 유족들의 기자회견장은 눈물바다였다. 자식들의 영정을 든 부모들은 금방이라도 부르면 걸어 나올 것만 같은데.”라며 사랑하는 딸을 부르며 통곡했다. 그들은 총체적 안전 불감증에 의한 간접살인이라며 국가를 원망했다.

한 희생자 아버지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합니다. 분명히 1029일 저녁 1015분 이태원 도로 한복판 차디찬 죽음의 현장에는 국가는 없었습니다.”라고 성토했다또 이 아무개 어머니는 제대로 된 조사와 제대로 된 사과, 우리 아이들에게 하십시오. 책임 있는 자들은 책임지고 대통령은 진실성 있는 사과를 공식적으로 하십시오.”라며 울먹였다.

대통령의 사과와 성역 없는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 것이다그들은 희생자들의 잘못으로 돌리는 정부의 태도에 울분을 토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의 군중 관리 실패를 지적하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몰랐다고만 발을 빼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거명하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유족들이 동의하는 경우 공개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정부가 희생자 명단 공개를 막고 감추는 문제와 지금껏 유족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게 막았던 일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희생자의 아버지는 유족들이 모이면 안 되는 겁니까? 유족들이 무슨 반정부 세력이라도 됩니까?”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마치 지난 독재시대의 대민 공작을 보는 듯했다. 이해관계인들이 만나서 집단화하는 일을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차단했던 박정희 유신시대의 수법이 떠오른다.

책임질 자들은 어물어물 시간을 끌며 자리를 지키게 할 뿐만아니라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 데다, 사과도 하지 않는 비열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불과 6개여월만에 대한민국은 정치가 실종됐다. 특히 공권력은 국민을 지키기보다 권력을 지키는 데만 열중하는 것 같다. 

권력은 그에 따르는 책임이 그 권력의 무게보다 더 무겁다. 그래서 높은 자리가 어렵고, 외롭고 힘든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 사람들은 모두 권력과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누리는 데만 유능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다가가서 사과한 김관영 전북도지사

전북개발공사 사장 임명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김관영 도지사와 전북도의회 사이에 화해의 실마리가 잡혔다. 김관영 도지사가 지난 21일 전북도의회를 찾아 유감 표명과 함께 청문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전북도의회 또한 김 지사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김 지사는 예산 제안 설명에 앞서 의장실에서 따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의회와 소통 부족에 공감하고 협치 노력을 강화해나가겠다라며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이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지적된 문제점에 대해 개선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하고 청문회 협약서 개정 등 도의회에서 제기된 소통 노력 부족 등의 지적도 교훈 삼아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김 지사는 소통 부족의 모습을 보인다면 집행부를 불러서 표현해달라며 향후 의회와 충분히 소통할 것을 다짐하는 통큰 태도를 보였다. 이에 국주영은 도의회 의장도 김 지사의 청문회 협약 개선 의지를 받아들여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로써 김 지사와 전북도의회 간 냉각기류가 상당 부분 풀렸다. 앞으로 김 지사의 약속 실천으로 원만한 전북도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필자가 본 칼럼을 통해 연속해서 걱정했던 일이 마침내 사과와 소통을 통해 풀린 듯하여 더없이 반갑다. 이런 모습이 진정한 정치의 순기능이다. 

#서경석 전북개발공사 사장 사퇴해야

22일 KBS 전주방송은 서경석 전북개발공사 사장이 부산저축은행 사건 당시 편법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부당한 이익까지 두둑하게 챙긴 사실을 보도했다. 예금주들이 낸 소송에서 법원은 서경석 사장을 포함한 11명에게 부당하게 자금을 회수한 금액을 돌려놓으라고 판결했다.

이에 예금주들은 서경석 사장 등을 대상으로 반환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수의 피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서 사장 등 몇몇 특정인들이 이익금까지 부당하게 챙겨 나누어 가진 것이다.

KBS 전주방송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어떤 이유로도 서경석 전북개발공사 사장은 전북 투자기관의 수장으로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 김 지사는 즉각 해임을 해야한다. 그래야 도의회와의 관계또한 완전회복이 가능해진다.

이참에 김 지사 약속대로 청문제도 개선까지 이뤄지면 더 바랄 일이 없다. 향후에는 서경석 사장의 인사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그야말로 전북개발공사 설립 취지에 맞는 인사를 임명해야 할 것이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했다. 도정(道政)을 하다보면 작은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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