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구(走狗)가 판치는 세상에서
주구(走狗)가 판치는 세상에서
  • 신영배
  • 승인 2022.10.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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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주구는 달리는 개를 말한다. 토끼를 쫓아 몰이하는 개가 주구(走狗). 이 단어는 중국 고사에서 월()나라 구천(句踐)을 도와서 패권을 쥐게 만든 범려(范蠡)와 문종(文種)의 이야기에서 등장한다.

구천이 천하를 차지하자 범려는 ()이 많으면 화()가 뒤따른다라며 그의 곁에서 떠났다. 문종은 구천의 공신으로 남으려 하자 범려가 떠나면서 문종에게 편지를 남겼다.

-새를 다 잡으니 좋은 활이 자취를 감추고 교활한 토끼가 다 죽었으니 몰이하던 개를 삶아 먹는다.- 후략(蜚鳥盡 良弓藏, 狡兔死 走狗烹, 후략)이라는 내용이었다.

너무나 유명한 토사구팽(兔死狗烹)이라는 사자성어가 여기에서 비롯한 것이다. 역사에서 문종은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정벌하는 공을 세웠으나 구천의 의심을 받아 자결하기에 이른다. 범려는 이름을 바꾸어 제나라와 도나라에 살면서 많은 돈을 벌어 상업의 시조(商祖)로 추앙받았다.

이 이야기는 공을 이루거나 명예를 얻은 뒤에는 스스로 물러나 자중해야 한다는 의미가 상당하다. 주구(走狗)의 구()는 개라는 글자인 견()과 달리 토끼를 몰이하는 데에 쓰거나 잡아먹히는 식용으로 쓰이는 개를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주구라는 단어는 신세도 모르고 주인이 시키는 대로 짖으라면 짖고, 물으라면 물어 충성을 바치는 듯해도 언제든지 주인이 잡아먹을 수 있는 개를 말한다고 한다. 충견(忠犬)은 목숨을 던져 주인을 지키지만, 주구는 언제든 주인을 배신하고 돌아서서 주인을 물 수도 있다.

@현대판 주구(走狗)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정부 기관장이나 투자기관장들은 임기를 남겨두고도 대부분 사임했다. 새 정부와 여당에서 견딜 수 없을 만큼 모욕을 주거나 몰아붙여 견디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아직 사직을 하지 않은 기관장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제남 원자력 안전재단 이사장 등이다. 이들은 여당과 정부에서 사퇴 압력을 무수히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 기관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가 이례적으로 정기감사가 아닌 특별감사로 시행되고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심지어 직원들에게 위원장이 시켰다고만 불어라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는 전현희 국민권익위 위원장의 말을 MBC가 탐사보도를 통해서 보도했다.

전 위원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중립을 지켜야 할 감사원이 전 정권의 인물들을 쫓아내고 입맛에 맞는 인물을 앉히려는 일에 앞장서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감사원은 국회와 법원 등 헌법기관을 제외한 모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세입·세출 결산, 회계감사, 직무감찰을 수행하는 사정기관이다. 감사원법 제2조는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정훈 의원이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입니까?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이때 최 감사원장은 스스럼없이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 대답에 법사위 회의장이 술렁거렸고 국민의힘 김도읍 법사위원장 마저도 의아해서 최 감사원장에게 물었다. “저도 귀를 좀 의심케 하는데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발언하셨습니까?”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도 되어있지 않은 발언을 하셨기에 저도 한 번 확인해보는 건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 위원장은 거침없이 대답했다”‘대통령이 국가를, 국정을 잘 운영하도록 감사원이 도와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기관이냐이렇게 받아들여서 그렇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라고 했다.

이 대답에 모든 사람이 놀랐다. 물론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그러자 감사원이 외려 언론 보도를 문제 삼고 나섰다. “대통령 편을 든다는 의미의 국정지원이라고 보도한 것은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라며 언론 보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감사원이 이렇게 됐을까?

감사원의 태도를 보면 적반하장(賊反荷杖)이며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감사위원이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지난해 11월 내부 승진으로 감사원장에 발탁된 후 현 윤석열 정부에서도 감사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인물들을 모두 쳐내면서도 최재해 감사원장을 몰아내지 않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재해 감사원장 후보자는 지난해11월 청문회 때, 전임 최재형 감사원장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과정에 대해 공직자가 자기 자리를 사유화한다든지 정치화한다든지 이렇게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던 최재해 감사원장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감사원의 법적 지위까지 부인하고 현 정권에 충성하겠다는 다짐을 국회에서 쏟아낸 셈이다. 그리고 자신을 감사원장에 임명한 전임 문재인 대통령의 허물을 들추기 위헤 각종 사업을 뒤적거리고 있다. 원전문제, 4대강 보 해체 등 무엇인가 허물을 들추려는 현 정권의 입맛에 발을 맞추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은 검찰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감사원이 나서서 뭔가 문제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지난 정권을 몰아세우는데 앞장서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자신을 감사원장에 발탁한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한 행위를 어떻게 해석해야 옳을지 분간이 안된다.

여기에 감사원에는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 파견 나갔다가 돌아와 차관급 사무총장이 된 유병호가 실세라는 소문도 있다. 그는 정권이 안 바뀌었으면 사퇴하려했다는 정치적 편중 발언을 공공연하게 쏟아내고 있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이 현 정권을 돕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이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지 국민은 염려한다. 결국 감사원법은 휴지가 됐으며 정권을 위한 수사기관만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토끼 몰이하는 주구를 더 늘려서 어쩌자는 것인지 국민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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