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찾아간 섬, 위도(蝟島)
25년 만에 찾아간 섬, 위도(蝟島)
  • 김규원
  • 승인 2022.10.06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 광 섭/수필가
문 광 섭/수필가

잠을 설쳤다. 이런 저런 생각과 추억, 사연들이 꼬리를 물어서다. 새벽녘에야 간신히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오후 1시에 출발하므로 시간이 넉넉함에도 설렘으로 오전 내내 서성거렸다. 일행 넷이 탄 승용차가 김제 평야를 달릴 쯤에서야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동진강을 건너고 202325회 세계잼버리가 열릴 새만금 간척지가 시야에 들어오자 이젠 신바람이 났다. 5만 여 대원과 지도자들의 함성이 뜨겁게 달아오를 그곳에 나도 있으리라는 자부심에서다.

격포항은 자주 왔기에 낯설지 않으나 위도로 가는 서해페리호에 오르니 약간 설렌다. 금요일 오후 3시 배라서 그런지 손님이 아주 적다. 날씨도 쾌청하고 바람도 적으니 배 또한 요동 없이 미끄러져 나간다. 갈매기가 요란스럽게 울어대 내다보니 손님이 새우깡을 주고 있다. 멀리 주능선에 우뚝 솟은 망월봉과 함께 위도가 시야에 들어오고, 25년 전인 19978월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직장서 한 방에 있는 식구들 10여 명이 12일 바다낚시와 여름 바다를 즐기러 위도에 갔었다. 손맛은 즐기지 못했었어도 입맛은 푸짐했고, 모처럼 즐거운 밤이 이슥할 즈음에 사달이 났다. 태풍이 제주에 근접한다는 방송과 함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민박집 주인께 내일 아침 배가 뜰 수 있는지 물었더니, 이런 상황으론 어렵다는 대답이었다.

그때부터 나를 비롯해 서넛을 빼곤 모두 안절부절하는 눈치였다. 이튿날 큼직한 핸드폰으로 학교에 사정을 알렸더니, 하루 더 잘 놀다 오라고 했었다. 하지만, 한 번 들뜬 분위기는 종일 초상집 분위기 같이 사람들이 달라졌다. 중요한 약속이나 집안 대사가 있는 사람도 없는데 마치 패잔병 같았다. 게임도 바둑도 해산물 안주에 소주도 무용지물이던 일을 나는 잊지 못한다.

옛 생각에 잠겨 허우적대는데, 배가 벌써 위도항으로 들어서는지 뱃고동이 고막을 울렸다. 승용차도 함께 왔기에 잠시 뒤 우리는 서쪽으로 난 해안도로를 따라 바닷가에서 올라오는 비린내를 마시며 숙소를 향해 달렸다. 오랜만에 상쾌했다. 그동안 오고 싶었지만, 건강 때문에 엄두를 못 냈다. 이젠 화이트펜션에 앉아 아름다운 서해 낙조를 가슴에 담으며 내 늙은 삭신을 달래고 위로하리라! 저녁엔 밤바다에 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설레어 보리라. 고기가 물지 않아도 바다처럼 넓은 포용과 지혜를 바구니에 담으리라!

이른 저녁을 먹고 칠산 앞바다 방파제로 밤낚시를 나갔다. 30년 만의 바다낚시에다 밤이라서 시력이 안 좋은 나로선 예상대로 기분만 냈다. 실력과 경륜 있는 두 선수가 있기에 입맛은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되었다. 민물낚시는 코로나 전까지 간간이 다녀서 손맛의 짜릿함을 기억하기에 행여나 하고 기다려 보았지만 허사였다.

그러나 낚시터에서 갖는 즐거움은 고기 잡는 것 말고도 먹거리로 즐기는 일이다. 설령 고기를 못 잡아도 준비해 간 안주에다 술 한잔 걸치면 그만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이 행사를 추진한 프로가 손바닥보다도 조금 큰 우럭을 건져내기 시작했다. 입가에 군침이 돌았다.

나는 방파제를 오가며 등대서 밤바다에 비쳐 나가는 빛을 바라보았다. 문득 지난날 10년 가까이 병치레로 고생하던 시절을 벗어나 꿈같은 시절로 돌아온 삶이 아련히 떠올랐다. 오래 살다 보면 어려운 일을 겪기도 하고 한 번쯤 병치레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극복했을 때의 보람과 감사를 어떻게 필설로 다하랴!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은혜로 하루하루가 축복이고 행복이어서다. 오늘도 무한한 행복에 도취하여 최근에 배운 노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칠흑 같은 밤바다에 날려 보냈다.

그때 날 부르는 소리가 일렁이는 파도에 흔들거렸다. 회칼을 날렵하게 움직이는 또 다른 프로가 솜씨를 내고 있었다. 구경만 하던 친구와 난 소주잔을 비우며 크으~!”를 연발하는 것으로 오늘의 의미를 한층 높이는데 열을 올렸다.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오지 못한 교우들이 그리웠다. 별들이 총총한 밤하늘로 길 잃은 새가 끼욱 끼욱~” 울며 지나가고 밤은 깊어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