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
지록위마(指鹿爲馬)
  • 신영배
  • 승인 2022.09.2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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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선선하고 오곡이 무르익는 가을이다.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듯 맑고 푸른 하늘인데,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 일은 목불인견(目不忍見), 차마 눈 뜨고 보기가 역겹다.

이게 무슨 해괴한 일인가. 언론이 드러난 대로 보도한 사실이 국익을 해치는 일로 몰려 고발을 당했다. 온 국민을 청각장애자로 몰아붙이는 나라의 최고 권력에 국민은 어리둥절, 여기저기서 헛웃음이 피식피식 나오고 스멀스멀 분노가 솟구친다.

중국 최초로 통일 제국을 이룬 진나라 시황제는 환관 조고를 총애했다. 황제는 죽으면서도 아들조차 부르지 않고 조고에게 장자 부소에게 황위를 물려주도록 유언했다. 그러나 조고는 승상 이사와 함께 유지를 위조해 어리석은 넷째 호해를 황제로 만들고 거짓 유언을 만들어 장자와 그를 따르는 측근을 모두 죽였다. 이후 조고는 승상 이사도 죽이고 스스로 승상이 되었다.

조고는 그러고도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황제와 신하들을 시험하기 위해 사슴 한 마리를 어전에 끌어다 놓고 황제를 위해 좋은 말(馬)을 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황제는 사슴을 말이라(指鹿爲馬)고 하니 무슨 소리요하고 반문했다. 그러자 조고는 아닙니다. 틀림없이 말입니다”. 라고 했다.

황제는 신하들에게 경들이 보기에 저게 뭐라고 생각하오? 말이오? 아니면 사슴이오?” 하고 물었다. 신하들은 대부분 조고가 두려워 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몇몇 대신은 사슴이라고 했다. 사슴이라고 답한 대신들은 곧바로 끌려 나가 죽임을 당했다. 이후 조고는 호해 황제마저 죽이고 새 황제를 세워 악랄한 정치를 자행하다가 결국에는 황제에게 살해당하고 삼족을 멸하는 최후를 맞게 된다.

그리고 대제국 진나라도 멸망했다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를 설명하기 위해 장황하게 옛이야기를 한 건 아니다. 이 고사에는 소인배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교훈으로, 어떤 권력도 진실을 덮을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주는 일화다.

윤 대통령이 뉴욕에서 비속어로 말하는 장면은 대한민국 공동 취재단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새벽 628분에 한국으로 송출되었다고 한다. 25일 조선일보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MBC 보도가 나오기 전에 지라시가 나돌아 22일 오전 922분에 이미 댓글이 달렸다.

댓글을 단 사람은 민주당 원내부대표 이동주 의원실 수석비서관인 최지용 씨. 최 씨는 기자 출신으로 수백여 명의 기자들로부터 쪽지(지라시)를 받아 정보를 입수하고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서 해당 기사를 각 언론사에 엠바고 요청을 했으나 오전 939분에 엠바고가 풀렸고 MBC는 오전 107분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MBC가 내보낸 영상에 달린 자막을 문제 삼았다.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이 실제 내용과 다르다는 것이다. 바이든 이라는 이름이 안 나왔는데 자막을 만들어 넣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미국과의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비속어 사건이 아니라 ‘MBC 자막조작사건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민주당과 MBC가 결탁했다고 역공을 퍼붓는다. 권성동 의원은 “MBC가 있지도 않은 말을 끼워 넣어 조작을 완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막이 아니어도 웬만한 사람은 윤 대통령의 말이 MBC의 자막과 거의 일치한다는 걸 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친여 신문인 동아일보도 순방 외교 마친 , ‘막말해명하고 심기일전 다짐해야라는 26일자 신문에 사설을 실었다. 국민일보 또한 여권의 비속어억지 방어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길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이미 해외 언론들도 문제 발언 내용을 번역해 게재하는 등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엉뚱한 말로 들린다는 해괴한 전문가의 해석까지 동원해 국민 모두를 우롱한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억지 주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본말전도(本末顚倒)다. 국민을 한꺼번에 바보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결자해지(結者解之), 대통령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권력이 무섭다고 해서 사슴을 말이라고 대답하는 기자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런 기자가 있다면 그는 사이비 기자일 뿐이다. MBC와 민주당이 결탁해 대통령 발언을 왜곡하고 선동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방법도 오래전 독재 정권에서 보던 수법처럼 느껴진다.

입만 열면 국민을 내세우던 윤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이 이제는 국민을 모두 청각장애자로 취급하는 한심한 행태를 보인다. 설마 시간을 벌며 모든 녹화기록의 음향을 변조하려는 건 아닐 것이다. 당부컨대 혹시라도 음향이 변조된 영상이 나돌아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권력, 특히 검찰권력과 극성 지지층을 믿고 파행으로 치닫다가는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지금 국민은 지난 독재시대의 가난하고, 못 배우고, 먹고살기에 바빴던 국민이 아니다. 어느 시대보다도 현명하고 뛰어난 국민들이다. 더욱이 온라인에서 네티즌 수사대라고 부르는 네티즌 조사는 치밀하기로 유명하다.

진정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힘으로 눌러서 사슴을 말이라고 대답하게 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립할 수 없다. 일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의도치 않게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졌어도 진실을 거짓으로 덮어 성공한 사람은 없다이미 해외 언론을 통해 나라 망신은 톡톡히 샀다. 더는 망신 당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 어떤 변명으로도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국민들 마음이나 안정되게 시원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국민과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바른길이라는 생각이다. 바이든 이든, 날리면 이든, ××라는 비속어를 사용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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