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이 머슴답게 주인을 받드는 나라
머슴이 머슴답게 주인을 받드는 나라
  • 김규원
  • 승인 2022.09.18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태풍 난마들이 한반도 인근까지 접근하고 있다. 19일에는 강풍과 많은 비가 쏟아진다는 예보다. 지난 힌남노때의 피해가 재연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단한 문명 세계를 이룬 듯 거들먹거려도 자연의 힘에는 어찌하지 못하고 그저 피해가 적기를 소망하는 게 전부이다.

이처럼 그야말로 별것 아닌 인간들이 하는 짓을 보면 기가 찬다. 어쩌다 잡은 권력, 그것도 0.74%를 더 얻은 표 덕분에 대권을 틀어쥔 정권이다. 지방선거까지는 정말 잘해볼 듯 제스처를 보이더니 선거가 끝나자마자 돌변하여 선무당 칼춤 추듯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멀쩡한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 국방부 청사를 덜컥 차지해 왕기(王氣)를 돋우었다. 전 정부 외무부 장관이 떠나기도 전에 공관에 강제로 들어가 돌아보고 대통령 관저로 결정했다. 관저를 만들면서는 단 몇시간 만에 인테리어 공사를 공고하고 수의계약을 체결해 말썽을 빚었다.

그러더니 미리 구상해 둔 영빈관 신축을 위해 기재부가 예산 880억 원을 편성해 놓은 일이 다시 말썽을 빚었다. 국민의 분노가 치솟자 윤 대통령은 아침에 짓겠다라던 장담을 저녁에 취소하면서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발을 뺐다. ‘앗 뜨거라했지만, 오래지 않아 무슨 방법이든 동원하여 여론을 형성하고 신축하지 않을까 싶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새 정부가 들어서고 130일이 지났다. 일부 언론은 120일 만에 국정 지지도가 20%대에서 30%대로 회복했다고 축하하듯 발라맞추는 기사를 내놨다. 문재인 정부는 이 시점에 80% 이상이었고 과거 정부 대부분 60% 이상 지지율을 보였던 이야기는 생략했다.

윤 정권이 탄생한 배경은 공정과 상식이다. 지난 문재인 정권의 자아도취 헛발질에 분노한 민심이 현직 검찰총장이 자신을 임명한 정권에 대드는 태도를 보고 그걸 공정과 상식으로 오인하고 표를 준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하자마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고 정부 요직을 검사 출신으로 채워 사심(私心) 정치를 시작하면서 민심은 멀어졌다. 행안부에 경찰국을 두어 권력이 직접 경찰을 장악하여 수사와 기소를 완벽하게 틀어쥐었다.

국민 여론이 20%대로 나빠져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라는 반응으로 버티었다. 그러나 결국 대통령실의 일부 어중이떠중이를 정리하고 여론 형성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민생을 살피고 군인들과 명절을 보내는 모습 등 제스처로 성과를 낸 듯하다.

어쩌면 현재의 여론이 한계치가 아닌가는 짐작이 든다. 그에 대한 맹목 지지층인 노인과 대구 경북 지역 지지기반의 영향력의 한계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인사, 무능과 무식, 부인, 독단 등 부정적인 여론 요소는 고치거나 달라질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찰과 검찰은 부인 김건희가 관련된 거의 모든 문제를 조사하는 척하면서 무혐의 등으로 면죄부를 주었다. 장모와 관련된 위조 등의 문제도 구렁이 담 넘듯 우물우물 처리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면 아닌 것이다.

공정과 상식은 선거 때에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필요한 구호였다는 생각 이외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국민은 엄청난 사기행각에 휘말린 셈이 아닌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말처럼 대통령 선거에서 말한 내용은 승자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선거법의 맹점

 

이번 선거를 보면서 앞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얼마나 많은 거짓말과 지키지 않을 약속들이 남발될 것인지 생각했다. 선거법에서 지난 사실을 잘못 말하면 허위사실이 되지만, 공약은 지키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는다.

어떤 후보는 18세 이상 국민 1인당 1억 원씩 주겠다고 약속하고 노인에게는 매달 80만 원을 주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이런 터무니 없는 약속을 처벌할 수 없는 선거법은 고쳐야 한다. 이등병에게 매달 200만 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슬그머니 미룬 윤 대통령의 약속도 문제다.

공약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공약이어야 한다. 이현령비현령식 공약이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세세한 내용이 없는 공약은 인정하지 않아야 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당선 무효 처분을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

공약 심사를 통해 실현 가능한 것만 인정하는 제도적 장치가 확실하게 마련되어야 엉터리 공약으로 자리를 훔치는 일이 없어진다. 지방선거에서도 이런 공약들이 무수하게 나열되었다. 물론 김제시장 선거에서 시민 1인당 1맥만 원을 주겠다던 정성주 시장의 약속처럼 무리해서라도 지켜지는 사례가 있지만.

시퍼렇게 약속하고 막상 당선되어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일은 선거구민의 표심을 훔치는 절도이고 사기행위다. 투표하는 유권자가 속지 않으면 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유권자 모두가 적확한 판단을 할 수 없으므로 법이 지켜줘야 한다.

대선 후에 윤 정부의 인사와 짧은 기간의 행적을 보고 많은 이들이 그들 지지했던 일을 후회했다. 자신의 마음이 결정한 일인데, 손가락을 원망하며 잘라버리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선거법으로 일정 기간 여론조사 결과가 수준 이하로 나오면 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를 하도록 정한다면 살얼음 걷듯 조심할 것이다.

그런 규정이 있다면 당선한 대통령이 늘 국민의 뜻을 살피고 함부로 사람을 쓰거나 사적인 개입을 줄여 바른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맘에 맞는, 진정 국민을 주인으로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지방의원이 되어야 한다.

머슴이 주인을 능멸하지 않고 머슴답게 일하는 나라를 만드는 방법이다.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이런 선거법을 만들지 않으려 할 것은 당연하다. 법안을 국민이 만들어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방법이 있다면 좋으련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