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만 같아라"
  • 신영배
  • 승인 2022.09.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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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벌써 추석이다. 들판의 곡식이 아직은 자연에서 더 영글어야 하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계절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태풍으로 희생된 생목숨들의 아픈 사연이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아마도 자연이 지구를 병들게 한 인간들에게 책임을 물은 것으로 이해하면 조금은 위로가 될 성싶다. 정부 또한 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겠다고 한다.

사실 엄청난 에너지를 품은 태풍 앞에서 모두가 속수무책이었다. 일국의 대통령도, 기세당당한 국민의힘도, 국회의원 169석의 민주당도 자연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반도를 향하던 태풍이 바닷물을 온통 뒤집어 놓아 해수면 아래에 있던 차가운 바닷물이 올라와 바다의 온도를 식히는 바람에 스스로 중형태풍으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남을 챙길 줄 알고 배려할 줄 아는 착한 이들의 덕()이 하늘에 닿았다고 할까. 아무튼 추석명절을 잊은 채 복구 작업에 매달릴 피해 주민들의 허탈한 마음을 위로하는 한가위가 됐으면 한다.

# 3류 정치

최근 전라북도 교육감 선거와 관련, 낙선한 후보가 서거석 교육감이 지난시절 동료 교수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언론 또한 사실관계를 따지기에 앞서 양측의 주장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쓰는 보도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가 행한 지난 일에 대해 문제를 삼아서, 사회에 이익이 되거나 직무수행과 연계된 일이라면 선거 이후라도 반드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오래전에 있었던 개인 간 다툼을 끄집어내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일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전북의 유권자들은 선거 때, 교육감 후보들이 주장하는 저간의 사정과 정황을 충분히 지켜보았고, 설사 그 주장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서거석 후보를 새 교육감으로 선택했다.

더욱이 교육감 선거는 정당의 지원을 받는 선거도 아니어서 유권자들이 바람에 편승한 판단도 아니었다.  만약 서거석 교육감이 폭력을 행사했다면 응당 피해자는 형사적 책임을 물었을 것이다. 주장한데로 개방된 장소도 아니고 사무실에서 당사자 간의 의견 충돌로 약간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있었다 해도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더욱이 당사자가 헷갈리는 진술을 거듭하고 있는데도 대단한 사건이라도 만난 듯이 거창하게 보도하는 지역 언론의 행태에 도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솔직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후보와 그 측근들에게 그 오래 된 다툼(?)을 문제 삼아 도민들의 선택을 부정하겠다는 심사인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 전북교육의 미래를 위해 승자와 패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일류(一流)정치를 이번 한가위를 맞아 기대해본다

중앙정치 또한 민생과 무관한 권력다툼에만 열중이다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이 산적한데도 대통령을 포함한 3류 정치인들이 대한민국호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제1야당 대표를 선거법 위반혐의로 소환했다이에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고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소위 맞불을 놓은 것이다.

물론 추석밥상에 이준석 전 대표에게 쏠린 국민의 관심사를 윤 대통령 부부의 혐의를 통해 분산시키는 효과와 김 여사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척되지 않으면 불공정 수사 및 야당 탄압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어찌됐던 선거기간에는 상대방 후보에 대해 각종 사유로 형사고발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선거 종료 후에는 당락과 관계가 있을 정도의 큰 사안이 아닌 경우 고소 및 고발을 취소하는 것은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즉 승자는 패자를 보듬어주고, 패자는 승자를 인정했던 것이다. 이에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모두가 자중자애(自重自愛)하며 나라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풍요와 나눔의 상징인 한가위처럼 상생의 정치력을 발휘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타들어가는 농심

태풍으로 벼가 쓰러지고 비닐하우스가 터져 날아갔지만, 전북을 비롯한 전국의 벼농사는 올해도 풍작이다. 현재도 쌀이 남아 처치 곤란인데 햅쌀이 나오면 쌀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농심의 벌써부터 새카맣다.

젊은 농부라면 온실이나 하우스 농업으로 전환이라도 하겠지만, 평생 배운 게 논농사인 노인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내가 농사지은 쌀로 밥을 지어먹고 자식들에게 식량을 보내는 즐거움 또한 논농사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정부가 쌀을 사들여 시장을 격리하는 데는 많은 예산이 들지 않는다. 정부의 세출 규모를 보면 푼돈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 현물이 남아 있고 해외 원조 등에도 쓸 수 있다. 그런데도 농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내년 예산에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다.

최근 농촌에서도 젊은이들이 정부와 자치단체의 넉넉한 지원을 받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농사를 지으며 살려는 젊은이는 가뭄에 콩 나듯 귀하다.

여물어가는 나락이 반갑지 않고 기쁘지 않은 한가위를 보낼 이들, 오랫동안 이 나라를 먹여 살린 이들을 위해 정부는 조금 더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래서 그분들이 남은 생을 바칠 농토에서 보람을 찾게 해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농부들은 나라의 근본이었다. 목숨이었던 논을 지키며 자식을 교육시켜 대한민국의 오늘을 일구어낸 진정한 주인들이며 어른이다. 필자 또한 비록 소농(小農)이지만 벼농사를 짓고 있다.

고향에서 농부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 그들의 착하디착한 마음을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다. 도시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단순하고 사안을 이해하는 속도는 느리지만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함께 베푸는 걸 좋아하는 이들은 우리의 부모이고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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