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를 이겨내는 마음가짐
힌남노를 이겨내는 마음가짐
  • 김규원
  • 승인 2022.09.0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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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정오 현재 태풍 힌남노는 제주 서귀포 남남서쪽 370지점을 지나 북북동 쪽으로 시속 22속도로 진행 중이다. 중심기압 930hpa, 순간최대풍속 50m/s에 달하는 '매우 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도내 전역에 비가 오다 말다 하다가 6일 자정께부터 제대로 태풍 영향을 받아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6일 새벽이면 도내 대부분 지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강풍과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2001년과 2003년 막대한 피해를 냈던 태풍 루사매미를 합친 수준의 태풍이라니 그 피해가 얼마나 될지 염려스럽다. 엄청난 강도의 태풍에 걱정하면서도 시민들은 그때보다는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왜냐면 경험을 통해 더 촘촘하게 태풍에 대비하고 배수 시설도 개선되었으니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들이다. 이런 자연재해가 닥칠 때마다 개인이나 자치단체는 이처럼 막연한 자기기만으로 대비를 게을리하다가 큰 피해가 난 뒤에야 알아차린다.

엄청난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범위가 지극히 제한적이어서 안간힘을 해봐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난여름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북부 수해에서 배수구를 막은 쓰레기나 덤불을 치워 위기를 면하게 한 이들이 있음을 알았다.

사소해 보이는 배수구 하나를 치워 물이 쉽게 빠져나가면서 물이 더 불어나지 않은 사례처럼 하찮아 보이는 작은 배수구가 한계를 넘지 않게 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 거대한 태풍에 하수구멍 하나가 무슨 대비가 되겠느냐는 생각은 금물이다.

그런 기본적 개념에서 지금 우리가 대비할 수 있을 때, 아니면 태풍의 영향력에 들어있더라도 지역을 돌아보며 위험물을 제거하는 노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건 적극 행정이 아니다.

비바람에 무너질 수 있는 건물이나 시설을 점검하고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다면 피신을 유도하여 만일에 대비해야 한다. 태풍의 간접 영향권에도 국지성 폭우가 얼마든지 쏟아질 수 있다. 어디도 안심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지난번 수해 때 집에 들어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윤 대통령도 이번엔 밤샘 대처를 한다는 소식이다. 혹시 우리 지역은 직접 영향권이 아니라고 귀가하는 단체장은 없으리라 믿는다. 명색만 밤샘 대처가 아닌 대비와 대응을 진두지휘하는 단체장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런 천재지변에 피해자가 발생해도 모두가 깨어 대응하며 최선을 다했다면 피해에도 위로를 느끼며 행정과 이웃의 고마움을 알 것이다. 어려운 가운데서 함께 고생하고 애쓰는 마음이 지역을 뭉치게 하고 서로 보람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태풍을 이기는 힘은 서로 보듬고 염려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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