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계절을 넘으며
태풍의 계절을 넘으며
  • 김규원
  • 승인 2022.09.0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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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태풍 힌남노가 점차 다가오면서 국민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TV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제발 우리나라에 상륙하지 않기를 바라던 마음이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아래쪽을 스치듯 지나가기를 바란다.

2002년 태풍 루사가 많은 비를 뿌려 5조원의 피해를 냈고 2003매미가 강한 바람으로 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그런데 이번 힌남노는 그 두 태풍을 합친 것보다 많은 피해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6일 한반도에 상륙할 즈음에도 태풍의 중심기압이 950hpa 언저리에 머물며 엄청난 비와 초속 50m 수준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우려다. 태풍 경로에 대해선 우리 기상대나 일본,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 기상 예측이 거의 일치한다.

그나마 전북은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태풍의 세력권이 넓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아직 수확하지 못한 과일과 농작물이 들판에 가득해서 농민들의 수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

이런 거대 자연재해가 닥치면 농작물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번 서울 강남과 일대에 내린 비로 수천 대의 차량이 침수되고 반지하 주민이 목숨을 잃었던 일을 상기하면 또 얼마나 많은 희생과 재산 피해가 날지 모른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의 업보(業報)

 

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그 세력도 자꾸만 강해지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는 엄청난 토네이도가 거듭 발생하여 웬만한 건물은 찢어발겨 흔적도 없이 지워버리는 위력을 발휘했다.

유럽지역에는 미증유의 가뭄이 계속되어 라인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식수와 생활용수 확보조차 어렵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거기에 섭씨 40도에 이르는 더위가 맹위를 떨쳤다고 한다. 수력발전 비중이 높은데 비가 내리지 않아 전기 공급이 어렵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구 온난화가 부른 참혹한 현실은 후진국일수록 더욱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파키스탄은 유럽의 한발과 반대로 엄청난 비가 내려 국토의 1/3이 물에 잠겼다. 지난 2일까지 1,136명이 사망했고 3,3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파키스탄 행정구역의 75%가 폭우 피해를 당했다. 오염된 식수로 수인성 전염병이 급속하게 번져가고 댕기열 등 해충에 의한 질병도 확산 일로에 있다는 보도다. 화석연료를 과다하게 사용하고 자연을 훼손하여 돈을 번 선진국의 잘못을 후진국이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셈이다.

온난화에 따른 문제는 기상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 온난화에 따른 북극곰의 생존 문제가 잔잔히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들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북극의 기온 변화가 가져오는 문제는 심각하다.

소련과 캐나다 등 북극권 영구 동토층에는 1,100개 거주 지역에 약 500만 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생존지가 온난화로 녹아 지반침하와 산사태가 이어지고 높아진 해수면으로 인해 침수피해도 나타나고 있다는 오마이 뉴스의 기사를 보았다.

북극의 빠른 기온 변화에 캐나다의 어떤 지역은 매년 2m씩 내려앉고 있다고 한다. 땅 밑의 영구 동토층이 녹으면서 지반이 가라앉는 것이다. 북극권 동토층의 건물들이 무너지고 도로가 사라져 살 수 없게 되어가는 중이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 1880년부터 2020년까지 140년 동안 해수면이 26~27정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따른 영향은 세계 곳곳에서 해안 침식이 발생하고 일부 섬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게 되어 정든 터전에서 쫓겨나 이주해야 했다.

미국해양대기청 기술보고서는 2050년까지 30년 동안에 해수면이 30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140년간 높아진 수위보다 앞으로 30년 동안에 더 빠르게 해수면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해안에서 가까운 지역은 자연과 구조물 모두 사라질 수밖에 없다.

 

나 하나부터 실천하는 습성

 

앞으로 힌남노 태풍 수준이나 그 이상 강력한 태풍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물론 유럽의 가뭄과 더위, 파키스탄의 홍수, 미국의 토네이도 등 자연재해도 그 강도가 커지고 빈도도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북극과 남극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지금껏 계절별로 나타났던 재해도 시기와 규모가 달라질 것이다. 계절 구분도 애매해지고 봄부터 더위가 맹위를 떨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서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내연기관 사용을 아예 없애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현재 도로에 나가보면 디젤과 휘발유를 태워 운행하는 차들이 대부분이다. 배기량이 큰 자동차를 혼자 몰고 다니며 대기 오염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 배기량 큰 차를 몰고 다니는 걸 신분 상승으로 아는 이들도 많다.

동네 가게에 가면서도 자동차를 끌고 가는 버릇을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 자치단체가 가끔 차 없는 날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호응은 지극히 미약했다. 화석연료로 인한 기후변화를 실감하면서도 나 하나 덜 탄다고 기후변화가 늦춰지겠느냐?”라고 생각한다.

지구라는 이 작은 별에서 인류가 살게 된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우주에 수천억 개의 별 가운데 지구처럼 적당한 조건을 갖추어 생명이 만들어지고 인류라는 고등 생물이 나타난 기적을 우리 스스로 파괴하는 어리석은 과정을 만들고 있다.

후대야 어찌 되든 내 시대만 그럭저럭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우리 서로 이 지구를 아끼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야 할 것 같다. 자동차만 아니라 소비하는 모든 자재를 생산하는데 화석연료가 사용된다는 생각으로 아끼는 마음이 다급하다.

나 하나가 덜 타면 온 나라가 덜 타고 지구가 조금 더 깨끗해질 수 있다.’라는 생각이 모두에게 전염되기를 기대한다. 작은 실천이 큰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아야 태풍도 조금 작아지고 더위도 조금 누그러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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