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전북,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만만한 전북,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 김규원
  • 승인 2022.08.2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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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해야 할 당연한 경구다. 뭔가 목표가 생기면 그 일을 완수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개인이나 기업 행정조직 모두에서 필요한 금과옥조(金科玉條).

그런데 우리 전라북도는 점잖은 양반이 책임을 맡아왔던 때문인지 매사에 적극성이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과 행정단체, 조직과 조직 사이에 협약을 체결했다는 기사가 쏟아지지만, 결실을 보아 착공했다거나 공장이 가동되었다는 소식은 가물에 콩 나듯한다.

장황하게 서양 격언까지 들먹이며 바탕을 까는 이유는 최근에 고창군과 전북도가 추진해 온 고창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 본부유치 사업에 전라남도가 끼어들면서 해수부의 선정 방침이 바뀌는 등 불길한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리 전북은 전남이나 광주와 경쟁에서 이긴 적이 없다. 그들이 별 이익이 없다고 보아 슬그머니 양보한 척 물러선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난 12일 익산시가 국립호남권청소년디딤센터유치를 두고 광주시와 경쟁해서 승리했다는 기사를 접하는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국립청소년 디딤센터는 게임중독, 학대, 학폭피해, 따돌림, 학업부적응 등 정상적인 성장 과정에 있지 않은 청소년들을 수용하여 교육과 사회적응을 돕는 청소년 치유센터다. 정상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아이들을 돕는 취지는 좋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문제아들이 모이는 곳이다.

다시 말하면 서울의 강남 등 좋은 주거지역에서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기피 대상 시설이다. 이런 시설을 유치한 일을 두고 국회의원들이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저마다 생색을 냈다. 사실은 광주시가 문제 시설을 들이고 싶지 않아 물러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은 갯벌자연유산보전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해수부와 접촉하여 심사기준까지 바꿔 철저하게 대비했다. 우리는 그저 유치해야 한다는 명분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들은 발 빠르게 실무진과 접촉해서 근본을 흔들어버렸다.

자연유산 보전본부는 앞으로 유네스코 자연유산인 갯벌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주관할 것이고 본부가 소재한 지역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이다. 설치 예산만 아니라 후속 사업이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런 사업이니 그들이 한사코 덤빈 것이다.

이게 전북과 광주·전남이 손을 맞잡은 남도의 실력 차이다. 전주에 있던 고등법원 등 중요 기관을 모두 빼앗아가고 호남이라는 이름으로 지분을 나누어 알짜는 그들이 다 먹고 찌꺼기만 전북에 넘겨준 70년 세월이다. 완주에 쿠팡 물류센터도 넉놓고 기다리다가 광주에 2,130억짜리 대형 센터를 짓는 것으로 결론났다.

고창군이 서명운동을 벌이는 정도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생색 좋아하는 국회의원들이 모두 나서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쏟아부어야 한다. 국립 의대설립 문제에도 광주·전남이 끼어들었다. 제발 우리도 좀 사나워지자. 싸워서 이기는 전북으로 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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