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명의 그늘을 생각하다
확대명의 그늘을 생각하다
  • 김규원
  • 승인 2022.08.21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지만, 포털이나 각 언론에 비치는 기사는 한 꼭지 정도가 슬쩍지나가고 만다. 확대명이라던가?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으로 확정된 터이니 더는 관심사가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20일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치러진 전주 대회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41234(76.81%)를 얻어 누적 득표율 78.65%를 기록했다. 21일 치러지는 광주 대회에서도 비슷한 득표율을 보여 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전주 대회에서는 전체 157,572명 가운데 온라인 투표를 포함 53,682(34.07%)만 투표에 참여했다. 이처럼 저조한 투표율은 지금까지 없었던 기록이다. 언제나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선거에서도 최저 80가까운 투표율을 보이던 전북의 민심이 차갑게 식은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 투표율도 전북과 광주 전남이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에 준 표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지역에서 이처럼 유의미한 변화가 시작된 건 어떤 이유일까?

이들 지역의 민주당 사랑은 정부 수립 이후 면면히 이어온 전통 같은 현상이다. 늘 야당이었던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어 정권에 미움을 받아도 변하지 않았다. 그 마음은 김대중 정부가 세워지고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를 세운 원동력이었다.

그동안 이들 지역을 싸잡아 부르던 호남이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말자. 중국의 지역 이름을 빌려온 사대주의적 호칭이고 어쩌면 비하와 멸시의 대명사였던 호남이었으므로. 차라리 본디대로 전라도 지역이라고 부르는 게 나을 듯하다.

 

전라도 지역이 차가워진 까닭은

 

민주당에 늘 뜨겁고 적극적이던 전라도 지역이 갑작스럽게 냉담해진 이유를 몇몇 언론에서 나름 분석했지만, 겉으로 보이는 현상을 풀어낸 데 불과했다. 전라도 사람들은 민주당을 사랑한 게 아니라 나라를 위해 가장 좋은 길, 옳은 방향을 찾아 선택해왔다.

이 나라 역사 내내 지극한 욕망과 아집에 몰두한 사람들이 권력을 훔치거나 속여 빼앗아 쥐고 흔들고 있을 때 그들의 욕망으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선택이었다. 독재와 속임수에 맞서서 나라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 선택이 민주당이었다. 그 권력에 맞서서 싸운 사람들이 민주당에 있었으므로.

오로지 권력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의 편에 가담하여 그 비열한 폭식의 잔치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받아 먹으려 하지 않았다. 늘 중요한 길목에 지켜 서서 나라가 치명적인 위험에 빠지지 않게 붙잡고 막아냈다. 항상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해온 전라도 사람들이다.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이 아닌 사람들, 거의 표를 주지 않는 보수 정당 사람들도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되면 표를 주는 데 서슴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이정현이 순천시에서 당선되었고 2016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정운천이 전주을 선거구에서 당선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전북 10석 가운데 국민의당이 7, 민주당이 2, 새누리당이 1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이 분열하여 난맥상을 보일 때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당을 대안으로 생각하여 표를 몰아준 것이다. 전북을 비롯한 전라도 지역은 결코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다.

나라의 내일을 위해 최선을 선택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런 전북 사람들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당원들의 대의원대회에 참가율이 저조하고 인터넷 투표 17%를 포함하여 34%에 그친 투표율은 심각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민주당의 태도가 못마땅하다는 의미와 함께 현재 난맥상을 보이는 정부의 대안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구를 숨기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당원들의 부진한 참여로 나타난 것이다.

 

어수선한 시국의 대안으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 중반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이런 정도라면 큰 문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 당당하다.

사적인 인사, 무능, 독선 등 이유로 70% 근처에 이르는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20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는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 36%, 민주당 34%로 재역전되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기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요즘처럼 국민의힘 내분이 심하고 대통령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정황이라면 당연히 민주당이 더많은 지지를 받아야 하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지지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촛불로 얻은 정권의 힘에 21대 총선에서 막무가내 야당을 지우다시피 밀어준 국민의 호의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민주당이다. 그때, 정치를 개혁하고 나라를 반듯하게 세웠더라면 오늘의 이상한 정권도 들어서지 못했고 민의도 찢어지지 않았을 터이다.

일하라고 만들어준 그 절호의 기회를 어린 막내둥이가 생떼 쓰듯 뒤흔들고, 서로 더 차지하겠다고 파당을 지어 싸운 민주당 정권이다. 뜨거운 촛불의 열기에 갈팡질팡하던 보수 야당이 권력을 잡아보겠다고 기회를 노릴 틈을 만들어 준 것도 민주당이고.

묵은 생채기를 뜯어 덧을 내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에 민주당의 주도권이 친문(親文)에서 친명(親明)으로 넘어갔다는 따위의 보도가 나오는 자체가 문제다. 아직도 열렬히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행태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현 정권이 국민의 뜻을 살피지 않고 일방통행을 거듭한다면 민주당이 대안 정당으로 굳건히 서야 한다. 지난날의 잘못을 통렬히 비판하고 반성하여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대안이 있어야 싸울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이상한 당헌 고치기 따위는 점점 민심을 잃어갈 뿐이다. 촘촘한 법망(法網)으로도 가둘 수 없는 인물을 찾아 세우고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는 일은 이제 이재명 장래 대표에게 맡겨진 사명이다. 이 어수선한 정치에 대안이 되길 바라는 전라도 사람의 희망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