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것은 없다"
  • 신영배
  • 승인 2022.08.17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말은 미국 추리소설 작가이며 극작가인 시드니 셀던의 소설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먼저 중국 고전 장자(莊子)의 제물론에 등장한 말이기도 하다.

금지은궤자(今之隱几者), 비석지은궤자야(非昔之隱几者也)-지금 안석에 기대앉은 모습은 전에 안석에 기대앉은 모습과 다릅니다. 라고 풀이하는 이 구절은 안석(案席)에 기대앉아 멍해 있는 스승 자기(子基)의 모습이 전과 다르다는 걸 느낀 제자 자유(子游)가 스승에게 한 말이다.

기원전 500년 즈음에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도 "사람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흐르는 강물, 그 자리에 다시 들어가더라도 그 물은 같은 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앞에 들어갔던 강물은 이미 흘러가 다른 물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영원한 것이 없다."라는 진리를 여기저기서 찾아내서 장황하게 쓴 까닭은 요즘 들어 권력이 무상(無常)하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전북 권력의 지각변동

전북은 오랫동안 일부 토호세력들이 지역의 대소사를 쥐락펴락했다. 그들 몇 사람의 뜻대로 지역 정치가 주물러지고 잇속을 챙겨 자신들과 자신을 따르는 패거리들의 배를 불렸다.

특히 전북의 행정권력은 그동안 전북도지사, 전주시장 자리가 대물림하듯 특정인과 특정세력들에게 넘겨졌다. 그중에는 특정언론과 일부 기업들도 권력 대물림에 한몫을 단단히 했다. 물론 자신들도 승승장구(乘勝長驅)했다.

전북의 대다수 유권자들은 특정세력들이 인위적으로 부풀린 여론을 따라 가스라이팅 당하듯 그들에게 표를 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짓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했다. 한마디로 그들만의 리그에 들러리 역할을 충실하게 한 셈이다.

민주당 또한 그들과 손을 잡았다. 상향식 공천이란 그럴듯한 미명하에 권리당원과 여론조사에서 앞선(?) 특정인과 특정세력들은 매우 쉽게 민주당 공천권을 손에 쥐었다.

그러다가 지난 2016년 총선 때,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당 바람이 호남과 수도권에서 거세게 일어났다. 당시 전북지역 민주당 후보들은 괴멸하다시피 패퇴했다.

이후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연이은 헛발 짓에 스스로 무너져 4년 후 2020년 총선에서 다시 민주당에게 지역패권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의원 의석수가 무려 180석에 가까운 절대 다수당으로 등장했다. 당시 민주당 쏠림 현상은 한심한 야당(현 국민의힘)이 싫어서 표를 몰아준 반사이익이었다.

그런데도 그 결과를 국민의 절대적 사랑이라고 착각했다. 결국 올해 대선에서 보수 세력에 정권을 넘겨주었다. 이어 치러진 지방선거 또한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두었다.

이런 와중에도 전북의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들을 또 다시 선택했다. 물론 일부지역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단체장과 기초의원으로 당선됐지만 위기를 느낀 민주당이 송하진 전 도지사를 비롯해 단체장 선거에 나설 후보 물갈이를 시도했다.

그 결과 15개의 자치단체 중 도지사를 포함한 9개의 지자체 수장이 바뀌는 등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하지만 선거 과정은 매우 혼탁했다. 선거브로커가 등장하고 공천 이의신청이 잇따랐다. 즉 민주당의 상향식 공천방식의 후유증이 극에 달한 것이다.

#상향식 공천의 맹점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22일 전라북도가 기금을 출연해서 설립한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에서 민주당 입당원서 10,000장이 발견됐다.

이 사건은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들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당원명단을 관리하는 등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권리당원의 개인정보가 가득한 당원명부를 통해 여론조사 때,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이 불거진 이후 송하진 지사가 민주당 도지사 후보군에서 컷오프 됐다. 측근들과 지지세력 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송 지사는 짐짓 당의 결정에 수용하고 은퇴를 발표했다.

선거가 끝나고 시민단체 등 시민들은 선거브로커 사건과 금품 살포, 여론조작 사건과 함께 전북도자원봉사센터에 대한 수사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전 전북도 간부(구속 기소)와 전직 비서실장, 자원봉사센터장, ·현직 전북도 공무원 등 전라북도 관련 공무원 29명을 입건했다.

지난 12일에는 송하진 전 도지사 자택과 차량, 사무실, 부인의 차량까지 6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이를 두고 호사가(好事家)들은 경찰이 송 전 지사의 사건 개입 정황을 확실히 파악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한다.

반면 한편에서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 된지 4개월이 흐른 지금까지 증거물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며 경찰이 사건 관계자들에게 법망을 빠져나갈 틈을 준 거 아니냐는 여론도 상당하다.

사건의 귀추는 경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오래지 않아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시민들은 특히 지역 정치권의 중심인물인 송 전 지사의 책임을 어디까지 밝힐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선거브로커 사건 수사에서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조차 배제한 사실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미 은퇴를 발표한 송하진 전 지사를 겨눈 수사는 결코 아닐 것이라는 말이 외려 합법적 절차를 거쳐 확실하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짐작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사건의 결론은 불법을 종용해 이득을 취하거나 직위를 이용해 자신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등 모든 불법행위에 법은 엄정하게 적용된다는 걸 반드시 보여줄 것이다.

또한 민주당을 비롯한 모든 정당의 공천방식, 즉 불합리한 상향식 공천의 맹점을 보완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정당과 후보, 유권자 등 모두에게 인식시킨 사건으로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