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만들어준 단체장 자리
주민이 만들어준 단체장 자리
  • 김규원
  • 승인 2022.08.0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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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로 도지사를 비롯한 14 시군 단체장이 취임하여 1개월 남짓 지났다. 3선에 성공한 단체장이 2곳이고 재선이 4, 그리고 도지사와 8개 시군이 초선이다. 민주당의 공천 여부에 따라 물갈이가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재공천이 되지 못한 곳은 나름의 사정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주민의 손으로 선출하는 단체장은 지역의 수령(守令)이 아닌 주민의 머슴이다. 다만,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고 주민 모두를 위해 일하는 머슴이다. 주인들의 대표로 주민을 위해 성실히 일한 사람이라면 공천에서 탈락할 수 없다.

공천을 받지 않고도 3선에 성공한 임실군수의 경우도 있다. 민주당 공천자를 물리치고 무소속으로 세 번째 당선한 건 임기 동안 주민의 뜻을 그만큼 잘 받아왔기 때문이다. 요령이니 수완이니 해도 결국 주민들의 맘에 들었기에 당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지난 71일 부임한 단체장들의 움직임과 주민들을 대하는 태도를 기사와 TV 화면을 통해 보면서 여러 문제점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공무원 출신 단체장들은 오랜 공직생활에 몸에 밴 태도가 보였다.

어디를 가도 일단 보고를 받고 지시하고 거들먹거리는 자세가 눈에 거슬렸다. 군사독재 시대에 군 출신 임명직 공무원들의 거들먹거리던 태도를 배워 이 시대까지 흔들 수는 없다. 어떤 단체장은 지휘봉처럼 손에 뭔가를 들고 지시하는 모습도 있었다.

주민들이 알아보고 인사하면 공손하게 서로 맞절하는 게 도리이건만, 걸어가면서 고개만 까딱거리고 지나가는 건방진 태도까지. 표를 주어서 시장이나 군수직에 오를 수 있게 한 이가 바로 주민들이다. 지난날 임금이 벼슬을 내리듯, 주민이 내린 일자리이다.

지금도 민관(民官) 합동이니 하는 표현을 언론이 흔히 쓰지만, 오늘날에는 관()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일본의 직제는 제헌 군주제이니 관리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는 국민이 대표를 뽑아 일하게 하므로 관()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아직도 일제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 탓이지만, 적어도 단체장은 자신의 위치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백성을 가르치고 먹여살리는 목민관(牧民官)이니 하는 표현도 건방지기 짝이 없는 생각이다. 이런 인식 차이가 행정과 주민이 나란히 가지 못하게 한다.

언젠가 소개했지만, 서울 정원오 성동구청장처럼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구민들이라고 말할 만큼 주민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 주민을 보면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문제가 있는지 묻는 정 구청장의 인식과 자세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난 한 달간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다시 돌아보고 바른 방향을 설정할 때다. 일부 단체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신을 관리인 듯 착각하여 군림하려 하거나 목자(牧者)인 듯 내려다보는 태도였다. 선거 때 표를 달라고 하소연하던 그 마음을 잊지 말기를 재삼(再三)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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