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 눈과 귀마저 막고 싶다
폭염 속에 눈과 귀마저 막고 싶다
  • 김규원
  • 승인 2022.07.10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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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연일 34~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밤까지 이어지는 더위에 창문을 열면 습기와 열기가 한꺼번에 들어와 잠을 이루기조차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오르락내리락하며 호흡기를 괴롭힌다.

이런 기상 지옥을 견디기도 어려운데 TV가 보여주는 나라 정치는 연일 차마 눈 뜨고 보아줄 수 없을 만큼 난장판이다. 거기에 날마다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한국은행은 금리를 단번에 0.5%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한다는 소식이다.

올 연말까지 금리를 3%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로 오르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얼마나 오를지 영끌끝에 집을 마련한 젊은이들은 또 어쩔 것인가? 무엇 하나 희망이 보이지 않고 암울한 소식뿐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은 답답한 국민에 시원한 말 한마디 없다. 칼 든 자들을 완벽하게 장악했으니 뭐든 법으로 해보자는 생각일까?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져도 전 정권보다 잘하고 있다고 큰소리다. 전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날 때까지 40%를 훨씬 넘는 지지를 받았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간다는 그의 말과 30%대 지지율의 괴리(乖離)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꾸만 전 정권에 비교하며 전 정권의 문제를 들추어 잘하고 있다는 느낌 만 주려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현실에서 더 앞으로 나아가는 정치가 발전하는 정치다. 달라지고 살 만 해지고 좋아지는 결과를 내기보다 묵은 정부가 잘못한 일을 들추어 그보다 낫다고 자위하는 정치를 바라는 국민은 없다. 그래서 지지율이 점점 추락하여 30%대로 떨어진 건 아닐까?

 

국민은 시원한 정치를 원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기대하고 젊은 윤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당선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왕기(王氣)가 서렸다는 용산에 집무실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장소가 의식을 지배한다던가?

과연 그 일이 국민만 보고 간다는 대통령 당선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는지 국민은 의아했다. 거기서부터 국민의 실망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잇따라 발표되는 인사에서 검찰 출신 일색으로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취임 초기에 다소 올랐던 지지율이 줄기 시작했다.

선거운동 기간에 자신이 부족한 점은 전문가에 맡겨 잘하게 할 수 있다고 약속했던 말과 달리 모든 중요 부서에 검찰 출신과 주변 인물을 임명하는 강수를 두었다. 국민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시각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을 고른 셈이다.

그 믿음이 지난 4일 용산 집무실 도어스테핑(doorstepping:현관문 앞 인터뷰)에서 기자가 부실 인사 여론에 대해 묻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대답하게 했을 듯하다. 내가 하는 일은 다 옳고 내 생각만 옳다는 판단은 곤란하다.

그를 열렬히 지지했던 20대 상당수가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령자와 대구 경북에서 큰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도 30%대라면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할 일이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내 생각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건 무리다.

이제 정권이 자리를 잡았으니 국민 앞에 떳떳한 정책과 인물을 내세워 민생을 제대로 챙기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 보다 부인 이름이 더 많이 검색되고 자주 언론에 노출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비선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시선을 끄는 일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일이다. 국민은 표를 주어 일을 맡긴 사람 아닌, 다른 인물이 설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박근혜 정부 시절에 보여주었다.

 

전주시의 돼지 카드 사용 중단

 

전북도를 비롯한 도내 14개 자치단체장이 모두 취임하여 여기저기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그 변화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변화로 보인다. 전임자의 흔적 지우기가 눈에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의욕적으로 일하겠다는 뜻은 좋지만, 그 일은 발전적인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

동네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고 돼지카드로 결제하려다가 71일부터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 사전에 예고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돼지 카드로 결제하려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는 점주의 말을 들었다.

10%를 적립해주는 돼지 카드는 전주시와 전북은행이 권장하던 사업이었는데 시장이 바뀌면서 갑자기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최소한 연간 단위로 계획된 사업이 시장이 바뀌는 날부터 중단되는 이런 사례는 시민을 혼란하게 하는 일이다.

하다못해 개인 앞으로 문자라도 보내주어야 할 일이었다. 아울러 카드에 들어 있는 금액을 다른 계좌로 옮겨 사용할 수 있게라도 조치해야 당연한 일이었다. 전주시나 전북은행 어디서도 이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

취임하자마자 시장의 힘이 시민을 불편하게 하고 손해 보게 하는 데 쓰인 것이다. 전주시와 전북은행은 이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해야 할 것이다몇 번이나 말했지만, 단체장은 지방의 수령이 아닌 머슴이다.

머슴이 주인의 뜻을 살피지도 않고 주인에게 손실이 돌아갈 일을 제멋대로 해서는 안 된다. 주제 파악이 안 된 머슴을 좋아할 주인은 없다. 다수를 위해 하는 일이어도 피해가 발생했다면 적절한 조치를 해야 옳다.

이런 사례가 전주시만의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 각 시군 단체장의 의욕적인 발걸음에 자칫 선의의 피해가 나오지 않는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판단으로 시행하던 사업을 중단하여 제3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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