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에 허덕이는 민생은 어찌하나
3중고에 허덕이는 민생은 어찌하나
  • 신영배
  • 승인 2022.07.0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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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연일 더위가 34~5도를 넘나들고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해가 갈수록 기후변화에 따라 더위가 일찍 찾아온다고 예고되었지만 벌써부터 이런 더위가 시작되는 일은 처음이지 싶다. 더위보다 더 뜨거운 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물가다.

5일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108.76을 기록했다. 5월 물가지수가 102.11이었으니 무려 6.5%P가 올랐다. 전국 평균 6%에 비해 0.5%P 더 높은 지수다. 이처럼 물가가 치솟은 건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 7.2%P 인상 이후로는 처음이다.

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가면 최소 10만 원, 고기 맛이라도 보려면 20만 원을 들여도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주부들의 푸념이 통계수치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어쩌다 친구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라도 하려면 15만 원 이상 들여야 하니 "쐬주 한 잔 하자"는 제안도 어려운 형편이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7월 물가는 지금보다 더 뛸 요소들이 잠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가 인상을 주도한 석유류 가격은 러시아가 원유 수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는 바람에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다수다.

특히 장마 뒤에 찾아오는 여름 휴가철과 곧이어 추석 연휴 때, 식품 수요 증가 요인이 생기면 식품가격이 크게 뛸 수밖에 없다. 여기에 7월부터 kwh5원이 오른 전기료도 고물가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가구당 부담은 별것 아니어도 전기를 들여 생산하는 모든 물건값에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곡물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3분기에는 더 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곡물가격이 오르면 식료품과 가축사료 가격이 덩달아 오른다. 그러면 육류가격도 상승한다. 이런 요인들이 모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물가는 크게 인상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민간 · 시장 주도 경제 정책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판교 제2 테크노벨리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앞으로 정부 주도의 경제가 아닌 민간 · 시장 위주의 경제 정책을 펼치겠다"고 했다. “어려울수록, 위기에 처할수록 민간 · 시장 주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확 바꿔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어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제도와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붙잡고 있던 기업의 폭리 규제나 독점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맘껏 돈을 벌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치솟는 '물가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셈이다.

5일 현재 원 달러 환율이 다시 1,300원을 돌파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를 요인만 대기하고 있다. 거기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한꺼번에 금리를 0.5%P 인상하는 등 긴축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은행 금리가 계속 오르면 내 집 마련에 빚을 얻어 쓴 젊은 층과 경제력이 취약한 서민들은 이자 부담으로 더욱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규제를 모두 풀어줘 기업의 이익은 쌓일지 몰라도 국민은 이자 부담과 물가고에 시달리게 될 것은 당연지사다. 이런 게 국민만 보고 가는 정부인지 묻고 싶다.

요즘 MZ세대 젊은이들 사이에 고물가 시대를 극복하는 아이디어와 그 사례를 온라인에 공개하며 절약을 생활화하는 건전한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앱사이트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면 할인 포인트를 받는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여러 사이트를 방문해 포인트를 적립하는 등 절약을 일상화 하고 있다.

어떤 젊은이는 1주일을 1만 원으로 견디는 만 원의 행복을 실행한 사례를 자랑하기도 했다. 커피를 끊고 점심은 도시락으로, 저녁 외식도 집밥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300원짜리 인터넷 구독도 끊었다고 한다. 젊은이들의 예민한 촉은 결국 '웅크려야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것으로 풀이되는 현상이다.

고물가 사회에서 절약은 당연하다. 하지만 코로나 제한이 풀리면서 가까스로 살아나던 경기가 빠르게 나빠질 요인들이 겹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지극히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가 어찌 돌아가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테니 나를 따르라는 식이다. 

-지지율 의미 없다?

6일 여론조사 업체 알앤서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동안 전국 여론을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부정평가 53%, 긍정 평가 42.6%로 집계돼 긍정과 부정편차가 10%P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만 긍정 평가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나머지 전 세대는 부정 평가에 손을 들었다. 선거 때 그를 적극 지지했던 20대의 부정 평가가 무려 61.3%에 달해 지지세력이었던 20대에서조차 크게 실망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대구와 경북만 긍정이 높았고 모든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우세를 보였다.

지난 4일 부정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발생 문제를 기자가 묻자 윤 대통령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니까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라고 대답했다.

기자의 질문을 요약하면 마음이 문제가 아니라 국정수행에 대한 낮은 평가를 물었는데 "신경 쓰지 않는다"고 동문서답을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어 기자가 인사 실패를 지적하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며 전 정권을 탓했다니 앞날이 걱정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취임 2달도 채 안 된 대통령이 이처럼 여론에 몰리면서 마이 웨이를 외치는 현 상황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퍽 불행한 일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윤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찌는 더위와 고물가, 다시 고개를 들고있는 코로나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그럼에도 여ㆍ야 정치인들은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으며 대통령과 정부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으니, 국민들은 그 어디에도 마음을 기댈 곳이 없다. 이래저래 답답하고 무더운 7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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