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를 생각하며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를 생각하며
  • 김규원
  • 승인 2022.06.26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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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이달 초순, 서울 형님댁에 들렀다가 친구를 만나러 5호선을 타고 왕십리역에서 내려 성동구청 앞을 찾아갔다. 구청 앞에서 친구를 만나 잠시 걷다가 버스정류장에서 유리로 지은 건물을 보았다.

  ‘스마트쉼터라고 표지가 붙은 건물에 몇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버스 도착 안내판이 있는 곳 바로 옆에 세워진 작은 유리 건물이 뭐냐고 친구에게 물었더니 친구가 나를 이끌어 안으로 들어간다. 조금 더운 날씨였는데 그 안은 시원하다.

  버스정류장 건물인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데다 공용 Wi-fi가 연결되어 있고 전화기 충전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그 일을 한 사람이 정원오 구청장인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3선에 성공한 인물이라며 성동구의 자랑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전주 시내버스 정류소에서 여름이면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열풍이 쏟아져 나오던 것과 비교하면 천당과 지옥의 차이랄까. 나름으로 전주 시내버스 정류소 시설이 잘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후진 곳에서 살고 있는지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친구는 버스정류장 시설은 그가 한일 가운데 가장 적은 것이라고 했다. 정원오 구청장이야말로 진짜 공복이라고 했다. 표를 얻기 위해 가식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진정으로 구민을 대하고 늘 공손한 사람이라고 다시 칭찬했다.

  친구와 헤어져 전주로 내려오면서 정원오 구청장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았다. 보수성향의 한강변 자치단체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인 그가 3선에 성공했고 57%의 득표로 국민의힘 후보를 13% 차이로 이겼다는 이야기와 그를 칭찬하는 글이 수없이 검색되었다.

  진정 구민을 위해 일하는, 구민에게 필요한 일을 발견하면 어떻게든 해결하는 구청장이었다. 여성시대, 시민단체, 교회 카페 등 갖가지 단체와 신문들이 그를 칭찬하고 자랑스러워했다. 전라남도 여수 출신으로 민주화운동 후에 정치권으로 스며든 인물이었다.

 

-세계가 주목한 구청장

 

  열차에서 그의 기사를 보다가 누이동생의 전화를 받느라 그의 이야기를 깜박 잊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아침에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그의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그것도 민주당이라면 무조건 비틀어놓고 보는 조선일보 기사였다.

  “한국의 새로운 버스정류장은 우리가 지금 공상과학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라고 시작한 기사는 성동구의 스마트쉼터를 본 외국 언론들이 칭찬한 내용을 옮겨 적었고 정원오 구청장이 당면한 난제를 해결한 사례들을 실었다.

  이어서 정원오 구청장과의 인터뷰 내용이 상당히 길게 적혀있는데, 그 내용이 칭찬 일색이다. 6월 초에 한겨레 신문과 경향신문이 그의 3선 관련 인터뷰 기사를 실었는데도 불구하고 뒤늦게 기사를 실어야 할 만큼 그에 관한 기사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년 뒤 어떤 성동구로 변할 것이냐고 묻자

  “비교가 어렵지만 성동 주민들은 강남에 비해서 자부심을 더 느끼는 것 같다. 혜택도 많고, 살기도 좋다는 자부심이다. 논어에서 정치의 기본은 근자열 원자래라고 했다. 가까이 사는 사람을 기쁘게 해서 멀리 있는 사람이 와서 살고 싶게 만드는 것은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지방정부의 장으로서 가장 갖춰야 할 덕목이다. 성동은 4년 뒤 더 포용적이고, 스마트한 도시가 돼 있을 것이다. 지금의 시대가 거대 담론의 시대가 아니고, 생활적 요구의 시대라고 스스로 개념을 정리하고 있다. 제도를 혁신하고, 기술을 활용해 환경을 개선하면 사회적 약자가 살기 편해질 것이다. 그래야 모두가 살기 좋아진다. 그런 도시를 꿈꾸고 있다.”라고 말했다.

 

취임 전부터 갑질하는 단체장

 

  전북의 지방선거 투표율이 48.7%였던 점을 생각하면 지금 당선했다고 큰소리치는 단체장들은 많게는 전체 유권자의 75% 이상 지지하지 않은 주민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일부는 민주당이라는 이름표 덕분에 저절로 당선했을 것이다.

  30%에 미치지 못하는 표를 받아 당선한 주제를 잊고 마치 왕위(王位)에라도 오르는 듯 착각하는 자들이 있다. 아직 취임식도 치르지 않은 당선인 신분으로 공무원과 의원들을 향해 막말을 퍼붓는 한심한 단체장도 나왔다.

  인수위원회를 꾸려 행정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마치 점령군처럼 공무원들을 닦달하고 핀잔을 주는 사례도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공무원들은 4년 전에도 있었고 후에도 지역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단체장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주민을 위해 일하는 봉사자이다.

  주민이 일일이 참여할 수 없으므로 그 권한을 일부 위임받은 자가 단체장이다. 정원오 성동 구청장의 말처럼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구민이고 늘 그들에게서 배운다는 생각을 지니고 주민에게나 일하는 공무원 앞에 공손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좋은 단체장이 되려면 공무원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적극적으로 행정에 참여하고 제안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오래 행정 업무를 담당한 그들이야말로 시민이 가려운 곳을 잘 안다. 그들의 의견을 들어 가려운 곳을 열심히 긁어주면 좋은 단체장이 된다.

  차분하게 살피면 곳곳에 시민 불편이 노출되어 있다. 단체장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봉사자다. 시민을 위해 시민의 뒤를 따라다니며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살피는 시장 군수가 되어야 한다.

  지방의원을 구워삶거나 장악하여 내가 획책하는 일에 동조하기를 바라지 말고 시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젊은 공무원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받아들이고 어울리며 새 시대가 어디로 흐르는지 파악하는 단체장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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