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신 차려야
민주당, 정신 차려야
  • 신영배
  • 승인 2022.05.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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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북지역 민주당 공천과 관련된 각종 잡음이 절정이다. 도지사 경선에서 출발해 기초의회 의원 공천에 이르기까지 난맥상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어지럽다.

공천신청-심사-컷오프-본선-공천에 이르는 과정에서 구비마다 반발이고 갈등이다

대선 패배 후에 당 중진들이 사퇴하고 비대위가 혼미한 정신을 추스르지 못한 채 맞이한 지방선거 공천 작업이지만 아무리 아쉬운 대선 패배 후유증을 앓는다 해도 명확한 공천 기준으로 흔들림 없이 진행했어야 옳다.

후보에 따라 기준점이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가 하면, 중요한 신상정보를 누락시켜 공천했다가 취소한 사례가 수차례다. 이 때문에 경선 탈락자들은 저마다 억울하다는 주장과 함께 탈당 후 무소속 출마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민주당의 공천 난맥상에 시민의 눈이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민주당이 공천한 그들을 믿었다가는 결국 손해는 시민들에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에서는 30여년동안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서두르기보다는 차분하게 자격 요건을 설정하고 분명하게 공지한 후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인물은 공천신청부터 막았어야 했다.

과거 민주당 탈당 경력을 문제 삼을 것이었다면 지난 대선 때, 대통합 운운하며 복당을 해주지 않았어야 옳다. 가산점을 부여하는 기준도 애매했다. 복당을 받아들였으면 전력을 불문에 붙여야 한다. 그럼에도 당을 한번도 떠나지 않았다고, 영입한 인물이라며, 가산점 부여를 엿장수엿가락 떼 듯 임의로 운용한 점 또한 매우 부적절했다.

전주시장 경선에서 선거 브로커 사건이 터졌다. 이 때문에 공천 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관련 인사에 대한 조치나 해명도 하지 않았다. 임정엽 전주시장 출마 예정자에 대한 경선 컷오프는 당사자는 물론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여기에 완주군수 경선은 특정후보가 도박을 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버젓히 올라와 있는데도 경선을 집행했다. 그리고 그 당사자를 공천하려 했다. 비난이 일자 결국 재심 끝에 재경선을 치렀다. 이후 유희태 후보에게 공천이 돌아갔다.

반면 컷오프와 재경선에 반발한 송지용 전 전북도의회 의장과 국영석 예비후보는 민주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뿐만아니다. 장수군수 경선에서는 대리투표 의혹을 제기한 양성빈 후보의 신청에 따라 재경선을 했다. 그러나 득표율이 소수점까지 거의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 또한 단순한 의혹에 불과한 일에 당이 휘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역 곳곳에서 공천 과정과 기준에 불만을 품은 후보들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번 지선은 민주당 대 무소속 대결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한마디로 민주당 공천은 너덜너덜한 누더기 공천으로 변질됐다.

종합하면 민주당의 공천이 기준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지다시피 하면서 후보들의 끊임없는 반발을 불러왔다. 경선에서 탈락하면 너도나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게 공식적인 수순이다. 모두 민주당의 공천 잣대가 너무 부실해 발생한 일들이다.

이런 정황에서 민주당은 다수의 힘으로 검수완박 법안을 억지로 통과시켰다. 물론 국민의힘의 합의 파기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으나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는 무리수였다. 정권을 내주는 마당에 검찰의 칼날이 무서웠는지 모르지만, 검수완박으로 검찰을 통째로 묶을 수는 없다.

수사기관장의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검사의 수사권을 일시적으로 제한한다 해도 이제까지 검사가 하던 수사를 어느 기구에선가 맡아 하게 될 것이다. 그 새로운 수사기구에 현 검사를 파견해 수사를 지휘하게 할 수 있다. 검찰 공화국을 지향하는 현 대통령의 뜻을 막는 건 역부족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청문회가 이틀에 걸쳐 진행됐지만, 조목조목 반박한 그에 비해 민주당의 공세는 허약했다. 제도권 신문들이 한동훈의 완승이라고 치켜세울 만큼 민주당의 대응은 부실했다.

그처럼 허술하고 실익 없는 짓으로 민주당은 스스로 가라앉고 있는 가운데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국민의힘 후보가 우세하다는 여론이다. 호남을 제외하고는 몇 군데가 그나마 버틸만하고 거의 모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새 정부에게 뭔가 기대하는 유권자수가 늘면서 민주당은 6.1 지방선거에서도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아쥘 수밖에 없는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상되며 대응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 자신들의 향후 입지와 임기응변에 치중하는 바람에  국민의 눈 밖에서 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당장이라도 당을 정비해야 한다. 지방선거 후 당 대표 선거를 앞당겨서라도 민주당 본래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의 비대위는 이미 힘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과 싸울 힘이 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보수진영 언론들은 앞 다투어 윤석열 새정부 홍보에 열을 올릴 것이고 반사적으로 민주당의 지지도는 더욱 낮아질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좌고우면 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보고 당과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 합리적인 문제의식과 건전한 대안으로 새정권을 비판하고 압박해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다. 민주당이 여당 때, 국민의힘의 생떼에 발목을 잡혀 추진하지 못했던 일들을 상기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청문회에서 예정자의 도덕성 문제는 비공개로 한다던가, 새정부와 여당의 건전한 정책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는 등 국민정서에 맞는 협치를 민주당이 앞장서, 실행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필자가 특정정당을 옹호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민주당이 전북을 근거로 삼는 정당이고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몇자 적어보았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새롭게 체제를 정비해 강하고 합리적인 야당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때로는 새정부의 독주를 막는 브레이크로, 대안을 제시하는 동반자로 거듭나야 한다. 무조건 물어뜯으며 덤비는 좀비 정당이 아닌 생산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야당으로 바로 설 때,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 민주당의 역할이 절실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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