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달력을 걸며
5월 달력을 걸며
  • 김규원
  • 승인 2022.05.01 14: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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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4월 달력을 뜯어내고 5월 달력을 걸었다. 근로자의 날인 첫날을 시작으로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이자 석가탄일, 11일 농민혁명기념일, 15일 스승의 날, 16일 성년의 날, 18일 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봄이 익어 여름으로 들어서는 달 5월은 가정의 달이고 격정과 변화의 달이기도 했다. 정읍 고부에서 전봉준이 관아에 쳐들어가 조병갑을 몰아낸 농민혁명이 전주에서 화약을 이루어 성공한 일을 기념하는 날이 11일이고 전두환의 쿠데타에 맞서 광주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도 5월에 일어났다.

달력에는 표시되지 않았지만, 박정희가 군대를 이끌고 한강을 건너와 민주당 정부를 무너뜨린 5.16 군사 쿠데타도 5월에 일어났다. 그가 시작한 군사독재가 전두환과 노태우까지 이어지는 30년 동안 국민성까지 달라졌다. 힘 있는 자의 발바닥을 핥아서라도 잘사는 자가 현명하다는 논리가 저마다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그리고 또 표시되지 않은 10일은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는 날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날이라면 뭔가 기대가 있고 어딘가에 희망의 기운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날이 다가올수록 불안이 더해진다. 마치 쪽배에 타고 격랑의 바다에 들어가는 듯 위험하다는 신호가 뇌리를 자극한다.

대선 기간에 검찰강화와 정치보복을 쉽게 입에 올리던 그가 취임한다. 민주당 국회는 닥칠 위험을 줄여보겠다고 검찰청법 일부 개정안을 가결했지만, 과연 그 법만으로 바라는 목적을 달성할지 알 수 없다. 당분간 검사의 권한을 줄였다는 데에 의미를 둘 일이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수사를 지휘하고 운용하는 건 정부 권력이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절차가 조금 달라졌을 뿐, 새 정부가 정치적 보복을 하려 든다면 마땅히 막을 방법이 없다. 얼마 전에 모 신문이 지적했던 대로 이 일은 국민의힘으로써는 꽃놀이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옳아 보인다. 민주당으로서는 정권이 바뀌기 전에 마지막으로 안간힘을 써본 검찰청법 개정안 국회 통과였다.

검찰청법 개정을 국민투표에 붙여 국민 여론을 듣겠다는 윤 당선자의 발상이 나왔다. 헌법 개정도 아니고 정부 조직의 운용에 관한 법률 개정을 국민투표에 붙인다면 국회의 기능을 부인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검사의 권한 일부를 변경하는 일조차 일일이 국민투표에 붙인다면 국회가 할 일은 무엇이라는 말인가?

검사가 나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국민투표는 가당치 않은 일이다. ‘국민투표법 제1조 이 법은 헌법 제72조의 규정에 의한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과 헌법 130조의 규정에 의한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당선하자마자 집무실 이전에 심력을 쏟아 국민에 불안을 안긴 윤 당선인의 행보였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라는 풍수지리 이론을 내놓았던 그의 첫 내각 인선은 윤핵관이라는 용어가 나온 이유를 짐작하게 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를 독재라고 몰아붙이던 국민의힘에서는 그의 첫 내각 인선을 적재적소의 탕평인사쯤으로 평가할지.

0.7%의 힘으로 잡은 권력이라면 그에 합당한 정치로 나머지 국민의 지지를 이끄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일단 선택받았으니 이제부터는 내 맘대로 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과거에는 쿠데타를 통해서라도 힘을 잡으면 추종하는 국민이었지만, 지금 국민은 촛불을 통해 직접 표현으로 정권을 엎어버린 경험을 지니고 있다.

5월은 생동하며 자라는 계절이고 함성의 계절이다. 다른 시기보다 더 예민하고 적극적이고 감성이 커지는 계절이다. 전두환 신군부 독재에 맞선 광주시민들이 공수부대의 총검에 대항하여 싸울 수 있었던 것도 5월의 힘이었을 듯하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호시절에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국민의힘의 뜻이 아닌 진정 ‘’국민을 위한정부이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아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고 갇혔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세상에 다시 활기가 넘치고 있다.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 시가에 나라가 뒷바라지할 일이 얼마든지 있다.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나온 국민 제안이 67,000건에 이른다. 소상공인에 6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라는 등 제안이다.

병사 월급 200만 원에 9급 공무원들이 뜨악한 얼굴이다. 9급 공무원 초임이 1686,500원이다. 73등급도 200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9급은 수당을 다 합쳐도 200만 원이 안 된다. 대학에서 3, 4학년 동안 훈련받고 임관하여 2년간 복무하는 ROTC 장교 월급이 200만 원이다. 사병과 같은 월급을 받는 장교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을까 모르겠다.

당선인의 약속을 모두 지키려면 227조 원이 필요하다는 집계가 나왔다. 그런 가운데 인수위는 문 정부의 재정 운용이 부실했다며 재정 기조를 달리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세계 각국 경제가 휘청했다. IMF 발표에 따르면 G7의 재정수지가 202011.9%, 20218.4% 였는데, 한국은 각각 2.2%-0.6%라고 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은 위태위태한 돈 풀기 중독이니 포풀리즘에 거덜나는 나라 곳간등 비난만 일삼았다. 나름 선방한 재정 수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저런 복합적 여론이 새 정권을 탄생하게 했고 이제 그 첫발을 내딛을 참이다. 권력을 잡는 일보다 그 권력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쓰는 어려운 일이 남았다.

앞으로 5, 제발 입만 열면 먼저 나오는 국민을 위해 진정 믿음직한 정부가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이름만 국민의힘이 아닌, 진정 국민의 힘이 되어야 한다. 높을 대로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는 정치를 펼치려면 늘 새로운 마음으로, 초심으로 돌아가 살펴야 할 것이다. 새 정부의 성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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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022-05-02 07:22:34
옳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