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하고 따듯하고 행복한 나라?
반듯하고 따듯하고 행복한 나라?
  • 신영배
  • 승인 2022.04.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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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글의 제목만 보면 퍽 멋진 나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새 정부가 만들겠다는 6대 국정지표 일부를 발췌하여 만든 문구이다. 문구대로 이 나라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서고 추위에 떨거나 소외에 한 숨 짓는 사람이 없는 나라로 변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56'국정 목표'를 먼저 공개했다.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나라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신용현 대변인은 국정 목표를 공개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라는 4대 부문에 '미래''지방'을 추가한 것"이라며 "새 정부의 미래 지향성을 강조하고, 국가 재도약을 위한 선결 조건인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는 가장 상위 개념인 '국가 비전' 아래 6'국정 목표'가 있고, 그 밑에 '국민께 드리는 약속' 20개가 배열돼 있다. 가장 아래에는 상위 개념들을 구체화한 '국정 과제' 110개가 있다. '국정 과제'는 새 정부가 임기 내 추진하기로 결정한 정책들이다.

병사 월급 200만원 지급,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 등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비전'부터 '국정 과제'는 모두 '공정·상식·실용'이라는 국정 운영 원칙을 토대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선거가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인수위가 만드는 국정 목표와 철학, 시행계획은 언제나 멋졌다. 그야말로 가슴이 뛸 만큼 희망적이고 기대해도 좋을 듯했지만, 결과는 매번 실망으로 나왔다.

새 정부마다 인수위를 거쳐 만들어지는 계획은 휘황찬란하고 모두 의욕이 충만해 보였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그 실패과정을 떠올려보면 권력에 취한 구성원들이 시작하던 때의 마음과는 다른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흐트러졌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선진 일류국가보다는 신자유주의적 토건국가로 후퇴했고, 박근혜 정부는 복지국가는 고사하고 국정농단에 따른 탄핵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미증유의 코로나19 팬데믹에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동력조차 확보하기 어려웠다. 급기야 부동산 정책과 공정 구현에서 정당성을 상실해왔다.

촛불 혁명이라고 할 만한 국민의 직접 정치 참여를 경험하면서 국민의 눈높이가 달라졌는데 문재인 정부는 그 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결국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보수세력에 정권을 내줬다.

윤석열 새 정부 또한 그럴싸한 목표와 비젼을 제시하고 바꾸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첫 내각 구성에서부터 '공정·상식·실용'이라는 구호와 어울리지 않는 친위내각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한다. 거창한 목표와 원칙이 한낱 장식용이 아닌가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경향신문은 새 정부 내각에 지명된 후보자의 대부분이 윤 당선인 본인의 특징과 닮은 ··서 내각이라고 꼬집었다. 후보자 19명 가운데 11명이 강남에 살고 7명이 본인이나 아들이 병역을 면제받았으며, 11명이 서울대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좋은 뒷바라지 속에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엘리트 정부가 되는 셈이다. 고졸 대통령 노무현을 비하하던 사람들, 잘나가는 집단이 아닌 평범한 가정 출신들이 이끌던 정부가 싫었던 그들의 비위에 맞는 세상이 될 듯하다.

지난 25일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자료 제출을 빌미로 파행으로 치달았다. 요구한 자료에 대해 제출한 내용이 부실하다는 민주당·정의당 국회의원들이 청문회장을 박차고 나갔다. 당선인의 첫 내각 총리 청문회부터 껄끄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는 510일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내각을 구성하지 못해 국무회의를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보름도 남지 않은 취임식인데 청문 절차가 시작부터 충돌로 얼룩졌다. 세상을 눈 아래에 두는 새 대통령과 해볼 테면 해보자는 국회의 겨루기가 시작됐다.

언론을 통해 지명된 장관 후보자와 가족들의 문제가 연일 드러나는 상황에서 청문 절차가 막혀 있으니 어쩌면 새 정부 첫 국무회의가 물러나는 장관들과 함께 진행될지도 모르겠다. 물러나는 문재인 대통령은 손석희와의 대담에서 드러내놓고 집무실 이전 문제 등 불편한 일들을 꼬집었다. 필자에게는 앞으로 숨죽이고 지내지 않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국회 법사위 소위원회는 26일 검수완박 법안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법사위를 거쳐 이달 말 안에 본회의까지 통과하겠다는 민주당의 방침이다. 선거공약으로 검찰권력 강화를 내놓을 만큼 자신감을 내뿜는 당선인과 국회의 마찰은 이제 시작이다.

0.73%의 승리와 패배의 갈등이 앞으로 국정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걱정이다. 당선인의 밀어붙이기와 밀리지 않으려는 힘이 서로 반작용을 불러 마찰이 나면 손해는 국민의 몫이다. 새우싸움에 고래 등이 터지는 한심한 상황이 예견되는 시점이다.

갈등 속에서 지방선거 시계는 여전히 돌아간다. 지방선거도 곳곳에서 파행이 드러나고 있다. 권력을 얻겠다고 갖은 짓을 다 하는 선거판이 역겹기까지 하다. 후보자가 자신의 능력과 정책으로 표를 얻으려 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깎아내려서 당선하겠다는 네거티브 공세가 선거판을 오염시키는 광경에 머리가 다 아프다. 어디를 돌아보아도 밝고 희망적인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

계절은 만화방창(萬化方暢)의 호시절이건만 가슴에 무엇이 차오르는 듯 답답하다. 어떤 코미디언의 표현처럼 이런 세상 보려고여태 글 나부랭이를 끼적거리며 버텼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런 심사는 나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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