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인생의 잘못을 지우는 지우개다”
“시는 인생의 잘못을 지우는 지우개다”
  • 전주일보
  • 승인 2022.04.25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밥아 참, 나는 참새가 아니지

날아가다 뚝!

허리가 부러진다

(가끔씩 내겐 사람다운 구석이라곤 전혀 없다)

 

그래 참, 나는,

사람도 아니지

마저 부러진다!

(상처를 주고 나니 뜻밖에 후련하다! 차마 이 비결로 사람들이 여태 행복했었을까, 차마!)

 

-김경미(1959~. 서울)그렇다전문

날개가 없으면서도, 쥐어봤자 한 줌밖에 아니 되는 지수화풍地水火風이요, 날아봤자 한 길도 뛰어오르지 못하는 인간이 폼을 잡고 허풍떠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영락없이 죽어도 짹!’한다는 참새가 따로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입방아 찧는 것을 일컬어 흔히 참새에 비유했겠는가! 도무지 근거도 없고, 참도 아닌 [혹은 ]’을 풀어내는 꼴을 보노라면, 끔찍하기만 하다. 그래서명심보감에서는 입을 지키기를 병같이 하고, 뜻을 지키기를 성같이 하라(수구여병 방의여성:守口如甁 防意如城)고 했을까? 

어떻게 읽어야 할까?’보다, “그래, 그렇다, 나도 그렇지!”하는 감탄사가 이 시를 읽는 순간의 감정이다. 두 가지 면에서 그렇다. 1 연에서 참새도 아닌 인간들이 참새처럼 입방아를 찧어 생사람 잡는 경우가 하나일 것이고, 2 연에서처럼 타인의 불행을 보고 나의 행복을 점치는 못된 심성의 존재가 바로 인간일 수 있다는, 이 평범한 악의 본질에 대한 것이 둘이다.

그래도 참새가 아무리 연약한 생물이라 할지라도 인간에 비해 두 가지 점에서 미덕이 있다. 하나는 날개를 가졌다는 점이다. 인간의 영원한 꿈이 날고 싶다는 것이 아니던가! 날아간다는 것은 인간이 지닌 약점을 단박에 지워버릴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장점을 참새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 참새를 얼마나 부러웠으면, [참새처럼]날지는 못해도, [참새처럼]지저귀기라도 하고 싶었을까?

또 다른 미덕은 그의 이름이다. ‘참새라니! 우리말에서 자가 붙은 말 치고 나쁜 말이 없다. 참나무나 참깨처럼 유형의 사물 이름은 물론이고, 지혜나 진리처럼 무형의 의미를 나타내는 데도 이 붙어 있으면 언제나 참말이 된다. 그런 을 지닌 새이니, 참새가 보통 새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 작고 볼품없는 몸으로 엄동설한嚴冬雪寒을 견뎌내며 텃새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새가 바로 참새다. 요즘에는 농약 때문에 농촌에서 참새 보기가 귀해졌다고는 한다. 오히려 도시나 근교에 조성된 공원에서 참새무리를 발견하는 일이 쉬워졌다. 그렇지만 이들 참새도 길고양이나 까치 등의 공격으로 생존권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 건지, 대로변에서 모이를 줍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되고, 공원 산책 중에는 길섶에서 자주 나타나 지저귀기도 하는 것을 보면 연약한 새라는 고정관념이 깨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참새다운 영역 확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이 그립고 부러워 사람들은 참새처럼 노닐려는 것일까? 선인들은 사람의 입을 병처럼 닫아 두라 했건만 근거도 없는 들을 풀어내어 생사람을 잡는 통로가 더욱 늘어나고 있으니, 이런 인간의 행태를 참새가 알면 무어라고 할까?

참새도 아닌 인간이 참새처럼 입방정을 놓다가는 허리가 부러진다!’는 것은 오래된 교훈이다. “건 넘어 짚다가 팔 부러진다는 속담도 예서 멀지 않다. 그럼에도 날개가 없는 사람의 입에 날개를 다는 순간, 그 사람의 입은 사람도 아닌존재로 추락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 때도 없이 소위 소통을 미덕으로 통신망이 불이 날 지경이다.

우리의 짧은 혀처럼, 참말만 하려 해도 다 못하고 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짧은 인생이 아닌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긴말하지 않고, ‘짧은 말하고도 참새는 고사하고, ‘참말만 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바로 이 작품이 해답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결국 시를 사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음을 시는 스스로 말한다. 시로 생각하고, 시를 쓰며, 쓴 시대로 사는 길은 따로 있지 않다. 고정관념이란 굳은 생각에서, 명태껍질로 덧씌운 안목에서, 새는 한쪽 날개로만 날아간다고 고집하는 편견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는 길뿐이다. 그게 바로 시로 생각하고, 시로 살아가는 길이다. 시로 자취를 남기고, 그 남긴 흔적을 시로 지울 수 있는 인생, 스스로 저지른 잘못을 지우개처럼 지울 수 있는 시, 시인만이 가능할 터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