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찬스와 기울어진 ‘공정’의 비명(悲鳴)
부모찬스와 기울어진 ‘공정’의 비명(悲鳴)
  • 김규원
  • 승인 2022.04.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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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지난 3월 초쯤이던가? 허리 통증이 시작되어 두 군데 병원을 전전했던 일이 있다. 척추관 협착증이라는 진단과 함께 여러 차례 주사 치료를 했지만, 의사들의 장담과 달리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조금 나아지다가 다시 통증이 반복되었다. 의사는 새로 나온 좋은 약이라며 돈은 5배나 더 받았지만,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통증을 호소하자 의사는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며 다른 병원에 진료의뢰서를 써주었다. 효과 없는 주사약을 시술한 미안함은 전혀 없었다.

수술을 생각하고 병력이 있는 친구들에게 수술한 경과를 물으니 웬만하면 수술하지 말아라라며 수술을 말렸다. 고심 중에 허리 통증은 운동으로 치료한 지인을 만나 운동 치료를 시작했다. 경추에서 꼬리뼈까지 엑스레이 촬영해보니 골반 근육이 비틀어져 신경을 자극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운동으로 비틀어진 부분을 바로잡기 시작했다. 운동 첫날 당장에 통증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1주일 만에 거의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10일 후에 다시 엑스레이 촬영을 해 본 결과 골반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두 병원에서 원인을 찾아 치료하려는 건 전혀 없이 주사 치료만 하다가 수술을 권하던 의사들이 생각났다. 환자의 통증이 어떤 원인인지 살피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주사만 놓다가 수술을 권하는 의사, 그들을 믿고 수술했더라면 지금도 나는 허리에 보조기구를 차고 구부정한 자세로 병원을 오가고 있었을 것이다.

장황하게 내 허리 통증 이야기를 적은 건 통증의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손쉬운 주사로 치료 행위를 하고 수술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선언하는 엉터리 의사가 있더라는 사례를 말하는 것이다. 그들이 어떤 경로로 의사면허를 받아 의료행위를 하는지 모르지만, 부모의 돈으로 의전원에 들어가 적당히 면허만 딴 의사가 아닌가 싶었다.

인술(仁術)이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병의 원인을 고치려는 생각보다는 손쉽게 대증(對症)치료로 돈만 벌겠다는 의사들이 얼마든지 있음을 확인했다. 최근에 유행하는 부모 찬스라는 해괴한 용어에 합당한 자들이 의사, 검사, 판사 등 전문직이 되어 물을 흐리는 건 아닌지 싶어 마음이 불편했다.

교수 부모를 둔 대학 편입생과 졸업생에 대해 의대 편입학과 미성년 논문 작성 경위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교수 부모가 자기 자식을 의대 등에 특혜 편입시키거나 미성년 자녀의 이름을 논문 공저자로 올려준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기 때문이다.

교수 자녀 편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의혹은 의대 편입뿐만이 아니다. 의학 계열만 살펴봐도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원), 한의학전문대학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또한 편입학 과정에 문제가 노출되었다고 한다.

미성년 자녀에게 공저자 이름을 부당하게 붙이는 '부모찬스 부정 논문' 사례도 수없이 발견되었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실시한 '미성년 공저자 논문 특별감사'를 통해 확인한 내용은 20223월까지 '부모찬스'로 의심할만한 미성년 자녀 공저자 논문이 794건에 이르는 것으로 밝혔다.

오마이 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 서동용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3일 발표한 '연구 부정 미성년 공저자의 국립대학 진학 현황'을 보면, 미성년 공저자 연구 부정 논문으로 2011학년도 이후 국립대에 입학한 학생은 모두 2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9, 충남대 3, 경북대 2, 부산대 2, 전북대 5, 충북대 1, 안동대 1, 강원대 1명이었다.

이 가운데 부정 논문을 입시에 활용한 이들을 입학 취소한 국립대는 전북대(2)와 강원대(1)뿐이다. 나머지 대학들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상당수 학생이 졸업해서 의사 등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라고 했다.

이들처럼 부모 찬스를 이용한 입학 이외에도 논문 대필과 가짜 연구 이력, 근무경력 따위를 조작하여 입학하거나 취업하는 부정행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귀신도 사귄다는 이 가세하여 만든 불법과 부정이 세상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윤석열 당선자는 선거운동 중에 공정을 화두로 삼아 당선했다고 말할 만큼 공정을 내세웠다. ‘부모 찬스를 뿌리 뽑겠다고 약속한 것도 득표에 도움이 되었을 터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갖가지 부모 찬스는 당연히 철저히 조사하여 원인무효로 입학 취소되어야 한다. 적어도 조국 전 장관의 가족에 대한 처분 수준에 합당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최근에 새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된 정호영 경북대 병원장이 대학교수로 재직할 당시 두 자녀가 경북대 의전원에 편입학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2명의 자녀를 편입학시킨 건 정 후보자가 유일하다고 한다. 언론에 비친 기사에는 정 후보자의 동료 교수들이 자녀 입학 사정에서 만점을 주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정 후보자는 병원장으로 일한 이외에 행정 경험이 전혀 없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보건 관련 분야보다 사회복지 관련 업무와 예산이 대부분이다. 윤 당선인과 40년 지기라는 이유로 지명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두 자녀를 교수 재직 중에 편입학시킨 경력으로 보면 윤 정부의 공정(公正)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선 내내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다던 윤 당선인의 첫 내각을 보며 그가 공정을 재는 저울이 수평을 이루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유능한 사람들에게 일을 맡겨 처리하겠다던 그 유능이 자신에 대한 충성이나 친밀도에 있다면 그가 대선 기간 내내 말한 공정과 약속들도 믿을 수 없는 허사(虛辭)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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