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기억, 그리고 뒤죽박죽 지방선거
아픈 기억, 그리고 뒤죽박죽 지방선거
  • 김규원
  • 승인 2022.04.17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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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416,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은 지 벌써 8년이다. 304명이 희생된 그 아픈 사건은 결과만 있고 제대로 된 원인이 없다. 아직도 배가 갑자기 휘청거리다 가라앉았는지 명확히 밝히지 못하는 이상한 나라, 영혼들은 오늘도 그 어두운 바다 언저리를 떠돌고 있을 것이다.

가라앉는 배 안에서 착하디착한 아이들 248명은 죽음이 닥치는 줄도 모르고 기다리다가 숨이 막혔다. 어른들의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아이들은 목숨을 잃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아직도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진상을 감추고 있다그리고 그 시기에 진상을 감추고 어물어물하던 세력이 다시 권력을 잡았다. 그 참혹한 상황에도 세상사에 별 관심이 없던 대통령도 감옥에서 나왔다. 그들의 입은 더욱 굳게 닫힐 터이고 원혼들만 더욱 서럽게 됐다.

안전한 나라를 말하던 정권의 약속은 짓던 아파트가 무너지고 비가 조금 많이 내리면 곳곳에 수해가 났다. 해마다 산불이 크게 번져 사람이 죽고 가축들이 타죽었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에 16일 현재 2889명이 목숨을 잃었다.

1,6212,75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0.13%가 사망한 셈이다. 사망자 비율은 외국에 비해 크게 낮다니 위로 삼을 수밖에. 노인들에게 4차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유하고 있는데, 4차 추가접종을 두고 이견이 많아 서로 눈치를 보며 선뜻 나서지 못한다.

@송하진 지사 공천 심사 컷오프

지난주 최대 뉴스는 3선을 노리던 송하진 지사가 민주당 전북 도지사 선거 중앙당 심사에서 컷오프됐다는 소식이었다. 송 지사의 탈락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중앙당 결정을 앞두고 도내 제도권 신문들이 앞다투어 알랑방귀를 뀌어댔던 짓이 허사가 됐다.

지역 언론은 송 지사의 3선 도전을 반기는 모습이었고 어떤 신문은 아예 드러내놓고 송 지사를 추켜세우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그러다가 송 지사가 컷오프되자 저마다 부당하다는 식의 여론몰이를 하더니 16일 밤, 송 지사가 마감 시한 1시간을 남기고 이의신청을 냈다.

이의신청에 대한 판정은 17일 늦게나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미 세 후보로 경선을 치른다는 발표가 나온 뒤여서 번복되기는 어렵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송 지사의 컷오프는 심사 점수에 의한 탈락이 아니라, 지역민의 3선 피로도와 복지부동식의 도정 운영 자세에 따른 도민 불만이 반영된 정무적 판단이었다.

본지는 여러 차례 송 지사의 3선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도정 책임자로서 시군 간 이해다툼이나 사소한 갈등으로 빚어진 감정싸움에도 오불관언(吾不關焉), 모르쇠로 일관했다. 새만금 수변도시 계획을 무리하게 강행하느라 예산만 낭비하고 사업은 진척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8년간 도정 흐름은 그저 큰 말썽이 없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군사독재 시절의 도지사처럼 무난하게 임기를 채우는 도정으로 뒤처진 전북을 이끌었다. 임기 동안 뭐 하나 이것이라고 내놓을 성과가 없었다. 가끔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기사들은 장밋빛 꿈이었고 꿈만 꾸다가 깨어보면 맹탕이었다.

본지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권고도 했고 제자리걸음만 계속하는 도정을 나무라기도 했다.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지역 정가의 보스 노릇을 하던 그를 컷오프한 중앙당의 결정이 전북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임을 믿는다.

@폭로에도 끄떡없는 선거 브로커

전주시장 예비후보 이중선 씨가 선거 브로커 암약 사실을 폭로하고 사퇴한 지 10여 일이 지났다. 선거판이 요동치듯 소란하더니 경찰, 선관위, 해당 언론사, 민주당이 모두 조용하다. 관련 시민단체만 임원 명단에서 문제 인물을 삭제했다고 한다.

당연히 수사에 나서야 할 경찰은 폭로한 내용만으로 증거 없이 수사에 나서기 어렵다는 판단이고 선관위도 말만 듣고 어찌할 조치가 난감하다는 반응이라고 전한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폭로자인 이중선 씨가 되레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브로커가 다른 후보자 곁에서 움직이고 있어도 어찌하지 못한다는 이런 선거판에서 과연 국민의 뜻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민주권이 브로커의 뜻대로 주물러지는 선거를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다니 억장이 막힐 일이다.

브로커 폭로사건에 관련한 기관과 단체, 정당 모두 아무런 말 한마디도 없다. 사과는커녕 아예 눈 귀를 닫고 모르쇠다. 그들의 장난에 국민주권이 조작되는 일을 걱정하는 사람들만 우습게 됐다. 원래 선거는 책략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것이라던가?

브로커의 암약을 선거 책략의 일부로 보는 시각이 공공연하다면 선거라는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 된다. 국민이 자신의 주권을 위임하는 행사가 선거다. 그 주권이 조작되어 나타나는 일을 그저 책략 정도로 안다면 구태여 비용을 들여 선거를 치를 필요가 없다.

단 한 표라도 왜곡되지 않는 선거가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증거가 없으니 어찌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린다면 선거관리 자체가 헛짓이다. 지난 대선 이후 선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막말을 내뱉고 주먹질, 발길질이 난무하는 난장판이 되었다.

대선에서는 얼마나 큰 조직의 선거 조작단이 운영되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이고 표로 만드는 재주가 좋은 팀이 승리하는 게임으로 전락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주권 따위는 관심에 아예 들지 못한다.

글을 쓰는 이 시간에도 여론 조작을 위한 갖가지 문자와 톡Talk이 쉴 새 없이 울린다. 브로커들은 오늘도 불특정 다수 국민에게 가스라이팅 공격을 가하는 셈이다. 폭주하는 선거 정보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결국 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투표를 마친 뒤야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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