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 민주당 경선
기울어진 운동장, 민주당 경선
  • 김규원
  • 승인 2022.04.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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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들어갈수록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경치라고 문자 그대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쓰임에는 갈수록 재미있어진다는 뜻과 함께 점점 한심한 상태로 흐르는 어떤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6.1 지선에 나서는 후보들의 면면이 드러나고 벌써 지역 언론이 후보자 토론을 진행한 지역도 있다. 또 교육감 선거 후보자 토론에 서거석 후보가 불참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마치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토론회에 나가지 않았던 일을 보는 듯하다.

전북 지방선거는 민주당 후보 공천 따기 놀음이라고 단정해도 좋을 만큼 민주당 후보들이 차고 넘친다. 따라서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 후보자들의 시선이 몰려있다. 시민의 시선은 대선 패배 후에 쇄신과 개혁을 외치던 민주당의 공천방식에도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식은 개혁과는 거리가 먼 구태 반복일 뿐이다.

민주당 전북도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는 7일까지 마감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라북도당 공직선거후보자 공모에 기초단체장 후보 50, 광역의원 후보 100, 기초의원 후보 296명 등 총 446명이 접수했다. 공관위는 13일부터 17일까지 4일간 후보자를 면접하고 4월 말까지 경선을 거쳐 후보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민주당 공관위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경사도를 높인다는 내용이다. 등록한 예비후보가 모두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1차 배수 압축을 통해 경선 참여 인원을 줄인다는 것이다.

등록한 예비후보들이 공정한 경선 방식을 거쳐 승리한 사람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자유 경선이 아니라 기존 방식의 심사 과정을 거쳐 2~3배수로 경선 참여 후보를 추릴 예정이다. 그 심사 규정에는 당에 대한 기여도와 탈당 경력 등이 포함된다.

이런 정황을 들여다보면 지난 대선에서 그동안 당을 떠났던 사람들을 대통합 차원에서 무조건 받아들이겠다는 말은 한낱 선거용 제스처였음을 말한다. 대선 후에 국민 앞에 개혁과 쇄신을 말하고 지도부가 사퇴한 그 모든 장면이 연극이었음을 고백한 셈이다.

특히 전라북도 지사 선거와 관련한 민주당 중앙당의 해괴한 배점 방식은 도민들을 실망하게 하고 남는다. 전북의 주인인 도민의 뜻과 달리 민주당에 충성한 기여도를 컷오프 배점에 크게 반영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민주당 중앙당은 12일 도지사 후보 면접을 앞두고 배점 기준에 도지사와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을 역임하여 당 대표 1급 포상 대상자인 송하진과 안호영 두 후보에게 15%의 가산점을 준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좋은 자리에 있던 사람에게 더욱 유리한 경쟁 구도다. 그렇지 않아도 8년 동안 도지사 노릇을 하면서 기반을 다져온 송하진 후보에 가산점을 주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이는 짓이다.

중앙당의 배점 기준은 여론조사 결과에 기반한 당선 가능성 40%, 후보자의 정체성과 당 기여도 25%, 도덕성 15%, 의정활동 능력 10%, 면접 점수 10%라고 한다. 이런 배점 기준에 15%를 가산한다면 무조건 송하진과 안호영 두 사람은 1차 관문 통과다.

유성엽 후보는 복당파에 단연 불리한 중앙당의 배점 기준과 가산점 등 불합리한 컷오프 방식은 대통합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100% 국민경선으로 후보를 정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대선 패배 후에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로만 개혁이고 쇄신이다. 돌려 생각하면 어떻게 해도 민주당에 몰려있는 민심이니 바꾸고 자시고 할 것 없다는 뜻이다. 말 잘 듣는 사람이 오래도록 자리를 차지해야 당에 유리하다고 보는 셈이다. 이래도 저래도 민주당이니 만만하게 보는 듯하다.

최근 KBS와 모 일간지의 여론조사에서 도민들은 여전히 민주당에 73.2%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도민들은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달리 선택할 정당이 없으니 마지못해 선택할 뿐이다. 이런 약점(?)을 이용해서 멋대로 주무른다면 오래지 않아 뜨거운 맛을 볼 것이다.

위 여론조사에서 도지사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송하진 23.6%, 김관영 13.8%, 안호영 12.4%, 유성엽 10.5%, 김윤덕 9.0%, 김재선 2.5%로 나타났다고 한다. 송하진 후보가 2위 김관영 후보에 오차 범위를 넘어선 지지를 받는 모양이지만, 후보를 압축하면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거기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중앙당 공관위는 3명을 본경선에 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2명이 경선하면 새 경쟁자가 유리하고 3명이면 송하진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인데 3명으로 압축한다? 이런 과정을 들여다보면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을 관전하는 느낌이다. 이래놓고 개혁을 입에 올리는가?

여론조사의 수치도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 공천이 당선이라는 지역 특성상 여론조사는 공천에 절대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를 이용하기 위해 선거 브로커들이 갖가지 방식으로 여론조사 수치를 조작하여 민의를 왜곡한다는 폭로도 있었다.

전주시장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이중선 씨가 7일 사퇴했다. 그가 며칠 전에 선거 브로커가 자기에게 제안한 사실을 폭로했던 일이 선거에서 득표를 위한 짓으로 오해될 수 있다며 후보에서 사퇴한 것이다. 선거 후에 업체 지원과 일부 사업부서의 관리자 자리까지 요구한 사례는 브로커의 암약 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종합해보면 우리 도민의 뜻을 민주당의 공관위가 멋대로 주무르는가 하면, 선거 브로커들이 개입하여 도민의 뜻과 전혀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도출해내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적어도 도민의 뜻과 다른 선거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고 선거 브로커를 찾아내 국민 주권이 훼손되지 않게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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