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터놓고 말해봐요"
"우리 터놓고 말해봐요"
  • 김규원
  • 승인 2022.03.31 14: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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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숙/수필가
김 영 숙/수필가

다문화 고부 열전.”이라는 TV 프로그램 몇 편을 봤다. 다문화 가정의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들여다보는 내용이다. 일방적으로 누구의 잘못으로 몰거나 자극성을 유도하지 않는다. 다문화 가정이라고 특별하게 그려내지도 않으며 우리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가족 문제라는 시각으로 차분히 갈등을 풀어가는 전개에 매력을 느끼는 프로그램이다. 나 또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로 갈등을 겪거나 속상해서 남몰래 한숨짓는 일이 많은지라 도움을 얻고자 보기 시작한 것인데 보다 보니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고부 갈등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여기서는 다문화 가정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이 여느 가정과 다른 면이다.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국적, 서로 다른 문화라는 큰 벽이 있기 때문이다. 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의 존재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고부(姑婦)가 역지사지의 힐링 여행 즉, 며느리의 나라에 가서 며느리가 살아온 환경을 통해 경험하고 이해하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잔잔하게 잘 그려낸 것 같다. 사람을 이해하는데 그 사람이 살아온 문화를 이해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 있을까?

  오늘 내가 시청한 방송은 베트남에서 시집와 축산업을 하는 남편과 홀시어머니를 모시며 직장생활까지 하는 결혼 9년 차 부부의 사연이다. 9년이나 시집살이를 했으니 말도 꽤 익숙해졌고 일도 억척스럽게 하는 전형적인 농촌 아낙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음식도 사람도 낯선 한국에서 시작하는 시집살이가 녹록하지 않은 며느리의 시집살이. 온 힘을 다해 가족을 위해 사는데 시어머니는 대체 왜 나를 못 마땅해하실까? 대체로 며느리의 생각이다. 그런 며느리에게 살림도 맡기고 손자도 키우고 알콩달콩 잘 지내보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구석은 없구나 싶은 시어머니의 마음. 결국에는 둘이 함께 있으면 어색하고 답답함이 갈등을 일으킨다. 두 아들과 집안 살림은 시어머니한테 맡기고 오직 직장생활과 농사일만 하는 며느리가 못마땅해하며 시작된 시어머니와 갈등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그러면서도 친정에 자주 못 보내주는 속마음을 드러내며 눈물을 글썽이는 시어머니의 순박한 속마음도 있다. 그러나 며느리가 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단 몇 푼이라도 내 손으로 벌어서 친정에 보내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 마음을 알 턱 없는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향해 집안일은 내팽개치고 돈만 번다며 불만과 오해만 쌓여갈 때쯤 선택하는 것이 여행이다. 며느리 친정 나라로 가서 사돈네가 사는 형편을 보고 시어머니는 통 크게 대형 냉장고를 선물한다. 그리고 쉬지도 못하고 일에 빠져 살아야만 했던 며느리의 속사정을 알고 말없이 며느리를 안아주는 모습에서 나도 가슴이 뭉클했다. <다문화 고부 열전>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감정적인 골을 메우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며 출연자가 행복해야 한다.’는 줄거리다. ‘갈등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이해로 마침표를 찍으며 마무리되는 꽤 사회성을 잘 반영한 방송프로그램이었다.

  며느리 편에서 보면 며느리도 누구의 딸인데 당신도 딸이 있으면서 저 시어머니는 왜 저러실까? 화가 나기도 한다. 또 어떤 장면에서는 철딱서니 없는 며느리 같아 밉기도 하지만 결론은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인 것을 이해하다 보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하게 되었다. 비록 두 사람의 고부 열전에서 화해를 이루었다고 할지라도 그 이후의 삶은 그들만의 알 것이다. 여행 이후 삶을 변화시키고 관계를 가꾸어나가는 일은 서로의 꾸준한 노력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못해 오해가 쌓이는 가족이 비단 다문화 가족만은 아닐 터다. 나도 어머니를 모시며 제일 많이 느끼는 감정이 왜 딸이랑 며느리를 차별하실까? 딸이 시댁에서 겪는 고초는 시집살이라 안타까워하시며 며느리가 당신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는 당연한 게 되는지, 도대체 이해가 어렵다. 우리 둘에게도 슬기로운 대화 생활이 필요하겠다. 어쩌면 대화만이 갈등을 줄이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묘약이리라

  TV를 끄고 낮잠을 주무시는 어머니 방문을 살그머니 열어본다. 치매로 점점 당신의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자기 주관은 더 커진 듯하다. 날마다 말로 갈등을 겪는 어머니의 치매 증상을 알면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지. 일어나시면 두 손 꼭 손잡고 사선대에 산책이라도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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윰스 2022-04-01 21:19:39
저도 며느리인데 공감이되네요.

저도 언젠가 시어머니가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