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我執)과 독선(獨善)의 변주곡(變奏曲)
아집(我執)과 독선(獨善)의 변주곡(變奏曲)
  • 신영배
  • 승인 2022.03.2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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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글의 제목이 제법 멋을 낸 듯싶지만, 오늘의 세태를 그리기에 적절한 표현이 없어 고민 끝에 만들어 본 말이다. 아집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해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이다. 독선은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일'을 말한다.  

두 단어는 비슷하고 거의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정치 현장에서 힘을 가진 자가 아집과 독선을 일삼게 되면 아랫사람들이 피곤하고 그의 영향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특히 선거 과정을 보면 표를 얻으려 할 때는 모든 것을 양보하고 유연한 모습을 보이다가 당선이라도 되면 본성을 드러내 힘을 과시하는 일은 허다하다제목의 끝에 붙은 변주곡은 흔히 기악(器樂) 연주에서 주제가 되는 선율을 바탕으로 선율과 리듬 등을 여러 가지로 변형하여 연주하는 걸 말한다.

그러므로 이 제목의 의미를 풀어보면 요즘의 세태가 소란하고 화합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가 저마다 자기주장을 세우고 무리하게 행동하는 데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걸 에두른 것이다.

글을 쓰면서 오늘처럼 제목을 풀어 설명하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라도 이 답답한 마음을 좀 알아주십사하는 뜻에서 일단 제목부터 풀어놓고 글을 써볼 참이다. 지난주 새 얼굴로 판을 갈아보자라는 글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냈다.

◇쇠고집에 멍든 새만금

지난주에 쓴 글은 우리 전북에 십수 년 동안 같은 얼굴들이 요직을 돌아가며 이어달리기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번 지선에서는 판을 갈아보자는 내용이었다. 송하진 도지사의 경우 전주시장 8년에 도지사 8년을 연임하고 있다. 그러고도 다시 4년을 더 해볼 요량으로 3선 도전을 선언했다.

막중한 책임에 진절머리가 날 법도 한데, 건강이 나빠져 병원 신세를 지고서도 다시 4년간 전북도지사로 일을 하겠다고 한다. 이를 어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하다. 우리 전북은 녹두밭 윗머리’'처럼 척박한 땅이 되어있고, 별 이익이 없는 새만금사업 조차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어도 아직 매립조차 끝나지 않았다.

해마다 말만 번지르르한 계획과 약속이 나돌지만, 결과는 시쳇말로 !’이다. 정권마다 약속만 있고 실천은 없다. 그리고 다음 해에 다시 묵은 이야기가 그럴싸하게 부풀려져 신문 1면에 대서특필되고 또 한해가 슬그머니 지나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린다. ‘노루 친 막대기 3년 우려먹는다.’라는 속담처럼 원수 같은 새만금은 정권마다 후보마다 약속만 그럴싸하다.

더구나 해수 유통을 막고 썩은 물가에 수변도시를 기어코 만들겠다는 전라북도(송 지사?)의 고집 때문에 수질개선에만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다. 일찍 계획을 변경해 해수를 유통하고 가능한 사업에 치중하게 했으면 지금쯤 상당한 성과도 냈을 것이다.

인접 시군의 어부들과 시민단체들은 해수 유통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시위까지 하면서 호소해도 전북도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송 지사가 3선을 고집하는 이유가 새만금 계획 변경을 막으려는 건 아니기를 바란다.

◇용산(龍山)에 깃든 왕기(王氣)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는 윤석열 당선자의 청와대 기피증과 510일까지 용산 집무실 완공고집이다. 집무실 급조 시도는 문 대통령에 의해 좌초됐다. 그러자 자택에서 현 통의동의 당선자 사무실에서 일하고 다른 사안이 발생하면 청와대 벙커를 이용하겠다고 했다. 독한 고집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 여론은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를 접어버린 모양새다. 국민의 국정 수행 전망치가 역대 어느 대통령 당선인보다 낮다고 한다. 지난 14~18일 전국 유권자 2,521명에게 그의 국정 수행 전망을 물었는데 잘할 것이라는 대답이 49.2%에 불과했다고 한다. 잘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45.6%였다. 당선 당시 전망은 이명박 79.3%, 박근혜 64.4%, 문재인 74.8%였다.

얼마 전에 문 대통령과 만나기로 했다가 이명박 사면과 김경수 지사 사면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 결렬되었던 일도 그의 국정 수행 능력 기대치를 깎아 먹었을 듯하다. 5월 10일 취임해도 이미 여론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뒤여서 모든 결정에 힘이 실리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가 돕지 않으면 할 일이 별로 없는 처지인 점을 감안하면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듯하다. 

그런데 집무실 이전 대상 지역이 왜 하필이면 용산인가? 용산은 청나라 군대가 병자호란 때에 쳐들어와 주둔했던 것을 시작으로 한때 러시아 군대도 잠시 주둔했고 일본군이 동학군을 패퇴시키고 주둔하기 시작해 합방 후에 일본군 사령부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2차대전 후 일본이 패망하고 미군이 들어와 주둔한 후 아직도 미군의 비행금지 구역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점령군이 들어왔다가 물러간 치욕의 땅이다. 전부터 왕기(王氣)가 서려 있다는 용산이다. 이번 대선 시작 때에 손바닥에 임금 자를 써서 세인의 비웃음을 사면서도 그것을 지우지 않았던 윤 당선인이다.

그 덕분인지 근소한 표 차로 당선하였으면 되었다 싶은데, 또 무슨 왕기가 더 필요해 용산을 찾는 지 모르겠다는 이들의 숙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국방부와 합참 등 여러 중요 군사기관이 있는 용산 국방부 청사에 집무실을 만들면 여러 부대와 국방관련 지휘부들이 연속적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중요 지휘시설을 이전하는 비용은 일반부대 이전과 크게 달라 막대한 예산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런 번잡한 일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은 답답하고 궁금하다. 제발 무슨 법사(法師)인지와 관련된 고집이 아니기를 바란다.

우리 전북이나 멀리 서울이나 아집과 독선의 변주곡 문제가 조만간 풀려야 할 터인데 언제나 풀릴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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