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으로 가는 어머니
요양원으로 가는 어머니
  • 김규원
  • 승인 2022.03.17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요 수필
이 용 만/수필가
이 용 만/수필가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 사람이 우는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이 우는 소리였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리라 깜짝 놀랐다. 나이 드신 어머니가 돌아가신 게 분명했다. 아내와 함께 달려가 본 그 집에는 자녀들이 모두 울고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방 가운데 서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아무런 슬픈 기색이 없었다. 울고 있는 사람들을 이 사람, 저 사람 바라보며 저 사람들 왜 저러나 하는 표정이었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는 날이란다. 잠시 후 요양원에서 차가 데리러 온단다.

  전부터 치매에 걸려 자녀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요양원에 보내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자녀들 셋과 배우자들이 돌아가면서 돌보기도 하고 교대로 휴직을 하면서까지 어머니를 돌보았다. 자녀들은 결코 불효한 것이 아니었다. 효도를 할 만큼 했다.

  그러나 갈수록 심해지는 치매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대소변은 물론이고 억지를 쓰며 난폭해지는 어머니를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어머니가 자녀들의 정성을 아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모든 이성과 감각을 잃어버린 어머니는 몸만 살아 있을 뿐 정신은 딴 사람이었다. 움직이는 식물이었다.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니 자식들이 돌보나 요양원에서 돌보나 매한가지였다. 그래서 자녀들이 의견을 모아 요양원으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마음은 다르다. 나도 전에 시골에서 살 때, 중학교 진학을 위해 전주로 떠나던 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우셨다. 그런데 막상 집을 떠나는 나는 도시 생활에 대한 기대와 중학생이 되었다는 희망에 부풀어 신이 나 있었다. 그때의 잠시 헤어짐은 대부분 부모와 자녀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자녀들이 집을 떠날 때에는 청운의 꿈을 안고 무지개 꿈을 꾼다. 눈물을 보였던 어머니도 슬픔 속에서도 자녀들의 장래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금의환향할 자녀들에 대한 부푼 꿈이 있었다.

 

  이제 어머니를 보내는 자녀들은 아무런 기대나 소망이 없는 절망의 이별이다. 치매가 심해져서 요양원으로 떠나는 사람은 죽을 준비를 하러 가는 것이다. 가족들도 이제 떠나면 언제 볼지 기약 없는 이별이다. 더욱이나 코로나 시대에는 면회도 안 되고 출입도 할 수 없는 상태라 어떻게 지내는지 베일에 싸이고 마는 것이다.

  막상 부모를 요양원으로 보내자니 눈물부터 나온 것이다. 자식 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요양원에 가면 어쩌더라는 좋지 않은 말들이 생각나고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만 든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 모시고 있을 자신도 없다.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내고 돌아와서는 며칠 동안 멍해지더란다. 집이 통째로 비어버린 느낌이더란다. 다시 모셔오고 싶은 생각이 들더란다. 잠도 못 자고 밥맛마저 없어지더란다.

  진정한 효자의 모습을 본 것 같다. 비록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기는 했지만, 부모를 향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흔치 않다.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치매 환자가 늘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치매에 걸리면 요양원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에 자기는 절대로 부모님을 요양원으로 안 보내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사람도 요즘 와서는 요양원 시설이 많이 좋아졌고 종사하는 사람들도 달라져 정성으로 보살피니 괜찮다고 말한다.

 

  예로부터 효자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곳곳에 효자비가 있다. 하나같이 지극정성으로 부모를 모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세월이 흘러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를 기록한다면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할까? 어떤 기준으로 효도를 측정할까? 그렇다고 효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나름대로 효도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할 것이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 자식들에게 부모 치매 문제를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자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 내가 보살피겠다. 내가 치매에 걸리면 망설이지 말고 요양원으로 보내라. 어차피 너희들이 잘해 주어도 잘해 주는지도 모를 것이니 불효라 생각하지 말고 요양원으로 보내라.”라고.

  내가 한 말이 잘한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잘못한 것은 아니리라는 생각은 확실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