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에서 깨어나야 할 때
가스라이팅에서 깨어나야 할 때
  • 김규원
  • 승인 2022.02.06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김 규 원/ 편집고문

  4일이 입춘(立春), 옛사람들은 24절기 가운데 맨 첫 번째인 입춘부터 새해라고 생각하여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입춘첩(立春帖)을 써서 붙였다. 새해의 소망을 적는 입춘첩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만사형통(萬事亨通) 등을 대문에 붙이고 안채 기둥에는 부모천년수(父母千年壽), 자손만대영(子孫萬代榮), 또는 소지황금출(掃地黃金出)이라고 욕심을 드러낸 글도 있었다. 집안에 글공부하는 아들을 시켜 입춘첩을 썼다.

  아직은 추운 겨울이지만,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입춘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시작되었던 셈이다. 요즘은 입춘이 지나면 양지바른 자리에 봄까치꽃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개명(?)큰개불알꽃이 진청색 작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산골 양지바른 자리에는 눈을 헤집고 노란 복수초가 필 것이다. 눈 속에서 피는 연꽃 같다고 설연화라고 부르고 꽃이 피면서 동그랗게 눈을 녹이는 모양을 따서 눈색이꽃이라고도 부른다. 남도에서는 이미 청매, 백매가 피고 홍매화도 입을 열 것이다.

  매서운 듯 차가운 바람결을 타고 포근한 봄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이 좋은 계절이언만, 우리의 마음은 무겁고 우울하다. 코로나 오미크론 변이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60시 기준 확진자가 전국에서 38,691명에 이르렀고 전북에서 사흘 연속 1천 명대를 넘었다. 5일에는 1,283명으로 최고치를 갈아치우더니 6일에는 1,012명으로 다소 줄었다.

  국내 누적 확진자 수가 1009,688명으로 첫 환자 발생 이후 24개월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전파력이 강하지만, 중증화나 치명률이 낮아 누적 치명률은 0.68%로 낮아졌다.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 가까이 나오는데도 거리두기를 철폐하고 마스크도 제한하지 않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는 조치를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하루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현행 거리두기를 2주간 연장하며 코로나 팬데믹 상황의 추이를 검토하고 있는 눈치다. 확산 추세이지만,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으므로 제한을 풀어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시작할 모양이다.

  모 경제신문이 우리나라 사망률이 영국 사망자 증가율의 2,300배라는 이상한 통계를 내놓아 국민을 불안으로 몰고 가려 했던 악랄한 시도가 있었다. 한때, 치명률이 올라갔던 시점을 물고 늘어져 OECD 국가 가운데 미국 다음의 높은 사망률이라며 방역 당국을 몰아세운 보수 언론의 기사가 지금도 인터넷판을 뒤덮고 있다.

  나라에 닥친 재앙조차 정치적 이용물로 삼아 여론을 충동질하는 자들이 건재하는 한 이 나라는 늘 시끄럽고 진영논리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어려울 때는 백지장을 맞드는 마음으로 서로 울력하고 북돋우어 위기를 헤쳐나가는 게 인간 본연의 심사다.

  특정 언론이나 일부 집단의 이익을 위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고 불안을 조성하는 짓은 이 어려운 시기에 할 짓이 아니다. 비열하게 권력에 아부하며 지낸 과거일망정 오랜 역사를 자부심 삼는 언론이라면 본디의 사명을 망각하는 짓은 하지 않았어야 한다.

  그들 언론에서 일하는 기자들조차 양심을 속이며 거짓 기사를 만드는(그들은 기사를 쓰지 않고 만든다) 데 익숙해져 이 나라 언론을 흐리는 미꾸라지로 자라게 한다. 그 미꾸라지들은 앞으로도 배운 대로 익숙하게 언론을 구정물 통으로 만들며 사소하게 얻어지는 이익에 낄낄대며 어둠으로 숨어 들어갈 것이다.

 

눈 뜨고 당하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

 

  20대 대선 투표일을 30일 남기고 있다. 34일 사전투표일을 생각하면 26일 정도 남았다. 이 시점에도 끊임없이 후보 간 연대를 통해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되고 물밑접촉이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이 시기에 합종연횡을 노리는 움직임은 국민을 기만하는 짓이다.

  나라의 최고 통치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는 어떤 선거보다 투명하고 국민이 후보자에 대해서 충분히 알아야 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이 자칫 오판하면 영토와 국민을 지킬 수 없게 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에 국민은 가장 적임자가 누구인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일부 언론의 여론 부풀리기와 반정부 분위기 조성 장난으로 정권의 문지기이던 검찰총장이 권력에 반기를 들어 반대자들의 지지를 얻게 되는 이상한 일이 발생한 데서 선거 분위기가 비틀렸다.

  촛불이 타오르자 ! 뜨거라하고 도망쳐서 박근혜를 탄핵하여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이 정권을 탈취해야 한다는 긴박한 심사에서 검찰을 활용했다.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대상자의 가족까지 탈탈 털려 정부에서 일할 인재를 쓰기 어려웠고 그런 과정에서 정권에 대한 신뢰는 줄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많은 여론지지를 받았다는 윤석열 전 총장이 야당인 국민의힘에 무혈 입성하여 대통령 후보로 뽑혔다. 그 후 지금까지 윤 후보의 능력 정도와 부인의 방자한 말과 생각 등이 노출되었지만, 그에 대한 지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 국민은 자신들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남의 눈치를 보며 그저 흘러가고 있다. 생각을 내어주고 암시하는 대로 따라가는 집단 가스라이팅에 휩싸여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는 투표할 때 기분보다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를 더욱 무겁게 생각해야 하는 일인데도 각자 이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막연하게 정권교체, 정권 연장 따위의 명제에 휩싸이거나, 단편적인 부분만을 기억하거나 남들이 말하는 데에 홀려 후보 선택에 주관을 잃고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다시 차분하게 정신을 차려 나라의 장래에 개개인이 모두 연관되어 있음을 깊이 생각할 때다. 모두 가스라이팅에서 깨어나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