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난(苦難) 속에 익어간다
인생은 고난(苦難) 속에 익어간다
  • 전주일보
  • 승인 2022.01.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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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수필
문 광 섭/ 수필가
문 광 섭/ 수필가

새해를 맞으니 살 것 같다. 올해라고 특별할 게 없지만, 지난 1년이 유독 힘들었던 탓인지 한 해가 빨리 갔으면 했었다. 백신접종 후유증, 죽마고우들 작고, 가정사 등 여러 가지 힘든 일이 겹쳤다. 더구나 집에 박혀 지내는 성미도 아닌데다 TV를 즐겨보는 편도 아니라서 더욱 힘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도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청하기도 했다.

오늘이 그 경우다. 행여 반가운 뉴스가 없나 싶어 TV 채널을 옮겨가던 중에 나의 멘토(mentor)인 김형석(1920~ ) 연세대 명예교수가 ‘mbnTv 신춘대담에 나오셨다. 여전히 정정한 모습과 잔잔한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다. 마치 어머니라도 뵌 듯 반가움이 온몸에 전율처럼 일었다. 몇 해 전, 뵌 바 있는데 달라진 모습이라곤 찾기가 어려웠다.

 

김형석 교수님은 70년대 말, J대학 근무 시절에 특강연사로 모시는 연()으로 섭외, 기차 편, 영접, 점심, 특강 등을 진행하면서 가까이 모시는 기회를 가졌다. 더구나 저서 사랑과 영원의 대화를 애독했었기에 저자와의 만남은 행운이었다. 특강에서 인생을 성실(誠實)하게 살라!’는 당부는 내 일생의 나침반이 되었고, 지금도 그 점만은 정신적 지주로 살아있다.

내 인생을 돌아보면, 33년의 직장생활, 45년의 스카우트 활동, 35년의 신앙생활과 함께 한 사회 봉사활동에서도 원칙과 근본은 성실이다. 그렇기에 충고를 많이 듣는다. ‘괜한 짓 한다거나 너무 소심하다고 하고, 또한 사서 고생한다는 말을 자주 들어 왔다. 하지만 몸에 배어서 도리가 없다. 외려 그러한 노력 가운데서 보람과 성과를 이룬 게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23회 일본 주니어잼버리에 참가해서다. 우리나라 스카우트 연장대(고등학교) 700여 명이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 요코야마에 내려 고오베 유스호스텔에서 1박하고, 야영지까지 들어가는 책임의 운영부장에 임명받았다. 이동에 따른 각종 안전사고와 활동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문제는 유스호스텔에서 일어났다. 1박하고서 출발 전 아침조회 시간 중에 숙소를 점검해보니, 침구 정리가 시원찮고 실내화에 물기가 있는 등 거슬리는 게 많았다. 단장께 보고하고 30여 명의 지도자부대장을 동원하여 침구는 군대식으로 정돈하고, 실내화는 물기를 제거하는 등 일사 분란하게 새로이 정돈을 마쳤다. 그때 일부 지도자는 내게 불평을 쏟았다. 하지만, 한국대표단의 환송식에서 유스호스텔 대표와 일본 스카우트대표가 한국 지도자들의 행동은 본받을 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뒤에도 여러 차례 회자(膾炙) 되었다.

 

오늘 본 TV 신춘대담에서의 화두는 사랑이었다. 온 세계가 코로나로 위급을 겪는 까닭은 인류가 초래한 대재앙이니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을 통해서 세계 인류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 것만도 다행이라 하셨다. ‘인간은 언제나 고통을 통해서 새롭게 태어나며, 행복 또한 고생을 통해서 이루는 것이라고 힘줘 말씀하셨다. 우리가 자식을 위해서나 가족을 위한 고통이 없다면 삶의 의미도 없다고 하셨다. 인생은 사랑이 있는 고생과 고통 속에 행복이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나 국가도 같은 것이니 서로가 사랑으로 고통을 나눠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당부하시면서 말씀을 마쳤다.

 

나 역시 16년 전, ‘관상동맥 우회 수술이라는 심장 대수술로 인한 고생과 고통이 없었다면 건강과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살았을 것 같다. 수술 뒤에도 6년 가까이 후유증을 겪고서, 이후 피나는 노력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그게 가곡 배우기와 글쓰기다. 예전만은 못해도 거의 정상적인 삶을 누리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모른다.

또한 작년에 겪었던 여러 일을 통해서도 어떻게 사는 게 진정한 삶인가를 절실하게 깨달은 바 있기에 오늘도 두 곳을 다녀왔다.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찾아가는 일이다. 한 사람은 수술 뒤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혼자서 살아가는 친구고, 또 한 사람은 요양병원에 계시는 스카우트 선배다. 코로나 확진자의 증가로 조심스럽지만, 내 컨디션을 살펴가면서 원하는 걸 도와주고 돌아왔다.

 

김형석 교수가 말씀하신 인생은 고난 속에 익어간다는 말에 위로와 격려를 받으면서 오늘 밤도 행복한 꿈나라로 들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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