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척거리는 대선 판, 치맛바람에 무속까지
질척거리는 대선 판, 치맛바람에 무속까지
  • 신영배
  • 승인 2022.01.19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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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사원
신영배 대표사원

눈 내린 후 질퍽거리는 비포장 뒷골목을 걷는 듯 20대 대선 풍경이 질척거리고 역겹다.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인터넷 신문 서울의 소리기자와 통화한 녹음파일이 MBC에서 공개됐다. 이어 서울의 소리열린공감 TV’MBC에서 공개하지 않은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에 대응하는 듯 곧바로 이재명 후보의 형수와 관련된 욕설 파일이 공개돼 대선판이 더욱 진흙탕으로 변하고 있다.

김건희 씨 녹음파일 공개는 국민의힘이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해 수사상 문제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 부분에 대한 공개를 제한했다.

이 때문에 상당 부분의 내용이 방송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한적인 부분만 나온 것이지만, 후보자의 부인이 기자라는 신분을 알면서도 나눈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일관했다.

그녀는 대화에서 남편 윤석열을 답답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지목하고 자신이 선거대책본부를 쥐락펴락하는 사람인 듯 표현하는 대목이 많았다. 기자에게 거금을 줄 수 있으니 캠프에 가담하라는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나왔다.

과연 대통령 후보 부인이 한 말인지 의심스러운 말들이 쏟아졌다. 김건희 씨는 얼마 전에 허위학력 문제로 사과하면서 조용히 아내 노릇만 하겠다던 표정과 말은 전혀 본심이 아니라는 걸 짐작하게 했다.

김씨의 이러한 언행은 여러 대학에 이력서 허위기재를 통해 강사로 선임된 일, 주가조작 문제에 돈을 댄 전주(錢主)로 지목되어 있는 일, 이번 전화 내용의 미투에 대한 인식 등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만일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박근혜와 최순실, 아니 그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왔다. 더구나 요양병원 관련 문제로 재판 중인 장모까지 처가와 부인에 대한 차후 문제를 생각하면 나라의 장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준비되지 않은 후보의 리스크

대통령 선거에 나설 사람이라면 적어도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와 식견을 함양해 국가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분명한 소신과 방향이 설정돼 있어야 한다.

국가를 경영하다 보면 평소 충분히 준비하고 있어도 시시각각 긴급한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이 닥친다. 자칫 잘못 판단하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나라와 국민을 몰아넣을 수 있다.

대통령은 참모들의 생각을 모아 방향을 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방향에 대해 참모의 의견을 참고하는 사람이다. 긴급한 사안의 경우 누구의 의견을 참고할 사이도 없이 단독으로 결정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충분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사람이어야 국정을 제대로 이끌 수 있다.

곁에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 있어도 본인의 능력이 미치지 못한다면 국민을 속이고 선거에 나서는 일이 된다. 권력의 정점에 서는 대통령이 무식하면 그 무식함을 감추기 위해 권력을 강화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맡겨 나라를 우습게 만들기 마련이다.

지난 시절 전두환은 자신의 무지를 감추느라 철권통치를 강행하면서 문화예술인들을 불러 자신을 칭송하게 했다. 자신과 용모가 비슷한 탤런트의 출연을 막았고 비위에 맞지 않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다.

보좌진이 써준 원고가 없으면 엉뚱한 단어를 내뱉던 박근혜는 국정을 최태민의 딸에게 맡기고 숙소에서 잘 나오지도 않았다. 최순실이 청와대에 들어와 비서관들을 불러 회의를 주재했다는 참담한 짓이 끝내 촛불을 타오르게 하고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렀다.

다시는 그런 부끄러운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오늘의 정세는 한 발 미끄러지면 나락으로 떨어질 듯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대한민국이다. ·중 갈등을 비롯한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중국을 버릴 수도, 미국에 등 돌릴 수도 없는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대통령이 필요하다.

선거 후를 시뮬레이션해보는 지혜

나는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차라리 책 읽고 도사와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라던 김건희 씨의 말, 손바닥에 임금 ()를 쓰고 다니던 윤 후보, 최근 해체했다는 네트워크 본부에서 자원봉사했다는 건진법사까지 무속 관련 문제도 퍽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에 이르기까지 집권 세력이 무속에 의지하는 성향은 거의 공개적이었다. 선거일자를 정할 때, 무속인의 조언을 듣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외부 행사에 참가할 때나 중요사항을 결정할 때에는 반드시 무속인에게 물어서 결정했다는 기록은 얼마든지 살펴 볼 수 있다. 

심지어 전두환 정권 시절 민자당을 창당하고 가장 먼저 점술가와 무속인을 묶는 직능 단체를 만들기 위해 민자당 경신회를 만드는 구상을 펴기도 했다. 19956.27 지방선거와 19964.11 총선에 그들을 활용하겠다는 포석이었다.

자기 소신이 없는 사람들이 뭔가 믿음을 갖고 일을 추진하겠다는 속셈으로 무속인을 찾는다. 심심풀이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불안한 마음을 의지하려는 속성 때문이다. 그렇게 의지하기 시작하면 매사에 자신이 없어지고 결정하는 일이 갈팡질팡하게 마련이다.

나라가 지극히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다는 현실을 바로 인식한다면 함부로 기분에 따라 표를 던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사소하게 생각하고 기분대로 내 주권을 던지는 일은 나를 속이는 짓이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50일도 남아있지 않았다. 혼탁하고 역겨운 선거 양상에 비위가 상한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야말로 역대 어느 선거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고 내가 표를 주는 사람이 당선되었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시뮬레이션해보아야 한다선거 후의 나라 모습을 심사숙고한 뒤에 표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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