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야 할 난제, 세대 간 갈등
풀어야 할 난제, 세대 간 갈등
  • 전주일보
  • 승인 2022.01.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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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에서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엄동에 내쫓아 동사하게 하는 패륜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비단 전북에서만 아니라 전국에서 이런 패륜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그 빈도가 점점 느는 추세라고 한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일만 아니라 부모가 어린 자식을 죽이는 일도 그치지 않는다. 지난날에는 생활고로 부모가 자식을 키울 수 없어서 버리거나 고아원에 맡기는 일이 있었다. 못 먹여 병들고 죽게 하느니 다른 가정이나 시설에서라도 먹고 자랄 수 있게 하려는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부모들은 부양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자식이 귀찮아서 버리거나 죽인다. 자기의 삶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낳은 자식을 죽이는 비정한 세상이 되었다. 이야말로 짐승만도 못한 인간의 모습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야생 다큐멘터리를 보며 몇 번이나 감동하는 건 동물들의 본능에 따른 새끼 사랑과 가족에 대한 신뢰였다. 제 목숨을 던지며 자식을 지키려는 헌신과 사랑이 이성적인 행동이 아니라 본능에 의한 것이라 해도 추악한 인간들의 행위에 비할 수 없었다.

지난해 11월 말쯤 YTN이 발표한 17개국 의식조사 결과에서 유럽등 선진 14개국에서는 가족(38%), 직업(25%), 물질적 행복(19%), 친구 이웃(18%)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물질적 행복(49%), 건강(17%), 가족(16%), 일반적 만족감(12%)의 순서였다고 한다.

돈이 있으면 행복이 저절로 따라오는, 모든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는 우리의 모습이 잘 드러난 조사였다. 돈을 위해 자식이나 부모도 걸림돌이 된다 싶으면 치워버리는 비정한 세상이 된 것이다. 여기에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빚어진 세대 갈등과 인식 차이가 존재한다.

노인 세대는 오늘의 경제발전을 몸소 이루어낸 사람들이다. 그냥 쉽게 이룬 게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쓸 것을 아끼고 즐거움도 유보하거나 포기하면서 오로지 가족을 먹여 살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렇게 이룬 오늘의 경제인데, 그것을 누리는 젊은 세대들은 노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급속한 IT문화 발전과 함께 노인들은 시대에 동화할 수 없는 원시인으로 따돌림당하며 절은 세대와 대화조차 통하지 않는다. 노인의 지식과 경험이 이 사회에서 아무 쓸모가 없게 된 것이다.

가정에서도 노인의 말은 공허한 말로 스러질 뿐,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잔소리가 심하다고 살해당하고 냄새난다고 쫓겨나는 존재다.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 노인이 낄 좌석은 없다. 노인이 내놓을 의견이 달라진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30%에 이르는 노인층이 사회에서 배척되고 유리되는 이 현상은 하루빨리 봉합해야 한다. 코로나19가 가라앉는 대로 가능한 모든 시설을 열어 노인과 젊은이가 서로 이해하고 용납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가동하여 오늘의 불행한 사태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노인들의 불편한 정서를 충동하여 이익을 취하려는 집단을 경계하고 영향력을 줄여야 우리사회가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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