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세상, 공정은 가능할까(Ⅱ)
불공정한 세상, 공정은 가능할까(Ⅱ)
  • 신영배
  • 승인 2021.12.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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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이사
신영배 대표이사

우리가 야심 차게 시작했던 코로나19를 벗는 일상화는 30일의 꿈으로 사라진 가운데 매일 7000여명대의 새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라북도 또한 하루 100여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건 기본이고 150명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22일에도 전북은 35명의 새 확진자가 발생했다.

델타 변이에 오미크론 변이까지 합세해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에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우리만 아니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생산국인 미국도 최근에 급속히 확진자가 늘어 일부 주에서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미국 인구 33,300만 가운데 5,024만 명이 감염돼 이중 1.6%80만 명이 사망했다.

지구촌에서 27,162만 명이 감염돼 532만 명이 죽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2일 현재 583,063명이 감염돼 4,906명이 삶을 달리했다. 전북의 감염자는 8,475명으로 그중 97명이 운명했다. 국내 감염자 가운데 사망률은 0.84%인데 전북의 사망률은 무려 1.14%에 이른다. 사망자의 75%65세 이상 노인인 것을 참작한다 해도 전북의 사망률은 높은 수치다.

현재 코로나19 감염은 대부분 델타 변이에 의한 것이고 오미크론 변이가 점차 느는 추세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변이 바이러스들이 다시 결합해 새로운 변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에도 아직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또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아무래도 우리가 바이러스 공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미다.

공정을 말하면서 바이러스 이야기를 먼저 말하는 건 바이러스 감염과 사망자 수에서 보듯 여기서도 공정이나 공평이라는 룰은 적용되지 않고 있음을 서글프게 생각해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중증 환자가 되어 죽기에 이르는 과정까지도 모두 불공정이 개입한 현상임을 생각하는 것이다.

좋은 환경에서 세상의 바이러스와 접촉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밥을 벌기 위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서로 침을 튀기며 설명하는 사람들, 누군가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건을 팔거나 운반하는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이다.

오늘의 불공정은 거의 경제력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서글픈 현상이다. 부모의 재산과 능력에 따라 자식의 학력과 지위가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루저들은 끝까지 루저일 수밖에 없다. 누구의 씨로 누구의 자궁에 자리를 잡느냐에 따라 신분이 결정된다.

2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정의란 무엇인가><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의 저자인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와의 화상 대담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아트센터에서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샌델 교수와의 대담에서 현 청년 세대들의 공정과 능력주의에 대해 논했다.

이 후보는 청년 세대들의 공정에 대해 청년 세대들이 능력주의에 상당히 많이 몰입된 상태라고 진단하며 대한민국 사회에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청년들은) 결국 시험 성적으로, 현재 가진 최종 능력치에 따라 결론을 내자고 생각한다기성세대는 많은 기회를 누리며 살아 관대해질 수 있었고, 정의에 대한 공감도 매우 높았지만, 지금은 기회가 적으니 경쟁이 전쟁, 친구는 적이 된다. 왜 소수나 약자를 배려하느냐는 생각에 빠지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힘든 곳을 더 많이 배려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정치에는 자원 재분배 권한이 있다. 때문에 실질적 공정이 가능하게 하는 배려를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 아니겠나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는 할당제를 없애고 오로지 하나의 기준으로 각자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게 하자고 하는데,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며 야당을 저격하기도 했다.

샌델 교수는 대담에서 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목격한 것은 한국의 수백 명의 젊은 학생들은 불평등과 불공정 해결에 대한 커다란 갈증이 있더라고 했다. 이어 기득권 계층에 진입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공이 노력에 대한 결과물이라 믿어 결국 이런 승자들의 자만심이 이런 현상(불공정)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필자가 생각하던 불공정을 이 후보는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었다. 아울러 그 불공정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일반화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바로 독재 시대를 지나 오늘에 이르는 동안 권력과 모든 특혜를 누리던 기득권 세력이다.

며칠 전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부인 김건희 씨의 대학 강사 지원서 이력에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부풀리고 변조하는 방법으로 기재한 사실을 두고 관행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시절에 강사를 지망한 사람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말이다. 더구나 칼 같은 법 적용으로 이름난 그가 할 말은 아니었다.

대물림하는 재산과 신분으로 늘 높은 자리를 차지했던 부모의 지원 아래 좋은 조건에서 고통받지 않고 얻은 자격과 위치를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얻어진 신분의 힘을 휘두르고 누리는데 익숙한 사람들이 오늘의 불공정을 만든 장본인들이다.

21일 국민의힘 선대위 회의에서 이준석 상임위원장과 조수진 부위원장의 다툼 끝에 두 당사자가 선대위에서 사퇴하는 일이 일어났다. 조 위원이 이 상임위원장의 말에 정면으로 대들어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조 위원이 윤석열 후보의 말만 듣겠다고 버틴 건 후보의 신뢰를 받는 내가 왜 당신의 말을 듣느냐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게 바로 표면적 지위보다 복심(腹心)이 힘을 발휘하는 불공정 인식이 몸에 밴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게 그들만의 사고방식이고 그들이 말하는 공정일 것이다. 두 사람의 충돌 소식에 윤 후보는 잘 해결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을 가진 자의 느긋함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해결 방법을 몰라서 그럴까?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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