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그림자
  • 전주일보
  • 승인 2021.12.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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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성수
시인 정성수

동쪽으로 그림자가 긴 사람은 생각이 깊은 사람이다

오랜 세월 버리고 싶어도 결코 버릴 수 없는

오로지 나만의 생각
태양 아래 서면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해서 슬픈

가끔은 세상의 길을 가는 나와 동행을 하면서도 
입을 굳게 담은 거짓말을 모르는 
그래서 그림자여

자작나무들 몸 비비는 소리에도
풀벌레 울음소리에게도 슬픔의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그림자가 긴 사람은 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이다


#그림자는 물체가 빛을 가리어 물체의 뒤에 나타나는 검은 형상이다. 그림자에는 짙은 그림자와 옅은 그림자가 있다. 빛이 전혀 비치지 않는 물체의 그림자는 짙고, 빛이 비치는 물체의 그림자는 옅다. 그림자 비치는 장소가 같을 때는 물체가 빛에서 멀어질수록 그림자는 짙고 작아지며, 가까워질수록 그림자는 옅고 커진다. 즉 빛이 강할 때 그림자가 짙고, 약할 때는 그림자가 옅다는 이론이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에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또한 손이나 여러 물체를 이용해 그림자 놀이를 할 수 있다.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의 그림자 인식론을 보면 인간의 삶의 내면에는 근심이나 불행의 그림자를 갖고 있으며 그림자는 자아, 곧 인간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하면서 그림자를 알아차리는 방법으로 남 안에 있는 것 중에서 우리를 크게 매혹하거나 엄청난 거부감을 주는 것은 자신의 어둠이 어디에 감추어 있는지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가면 뒤에 숨어 민낯이 벗겨진 그들을 향해 돌을 던지기 전에 먼저 내 속에 감추어 두었던 어두운 그림자 민낯에 대해서는 왜 함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나의 그림자는 과연 깨끗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림자는 자신의 일부로 살아 있는 한, 영원토록 싸워야 될 숙제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그림자가 있다. 내 그림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무대에 다양한 배역으로 무대에 선 배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그림자를 들어다보면 뿔이 돋고 털이 숭숭 난 한 마리 짐승이다. 부끄럽고 참담하지 않은가? 그나마도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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