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제비꽃
  • 전주일보
  • 승인 2021.11.2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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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바람이 불어도 제비꽃은 피고
바람이 그쳐도 제비꽃은 진다
지나가던 바람이 제비꽃의 머리를 쓰다듬자
제비꽃이 고개를 숙인다
바람을 등지고 

 


자꾸만 몸을 낮추면서

제비꽃이여 새벽 강을 보라
신새벽 노래를 부르며
바람 부는 쪽으로 흐르지 않느냐 

강물이 흘러도 자줏빛은 자줏빛이고
강물이 말라도 자줏빛은 자줏빛이다 

제비꽃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즈음에 핀다 하여 ‘제비꽃’이다. 셰익스피어는 ‘비너스의 유방보다 더 향기로운 꽃’이라고 칭송했다. 제비꽃은 사연도 많고 이름도 많다. 봄 하늘에서 비상하는 종달새를 보려고 뒷걸음치다 넘어져 앉은뱅이가 된 꽃이라 해서 ‘앉은뱅이꽃’, 병아리처럼 앙증맞다 해서 ‘병아리꽃’,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다고 ‘외나물꽃’ 또는 ‘근채菫菜’, 꽃 모양이 씨름할 때의 자세와 같다고 해서 ‘씨름꽃’, 풀꽃반지로 쓰여서 ‘반지꽃’, 양식이 떨어진 오랑캐가 매년 이맘때면 국경을 넘어오기에 ‘오랑캐꽃’, 보라색에 줄기가 못처럼 단단하다 해서 ‘자화지정紫火地丁’이라 한다. 외에도 ‘봉기풀’, ‘근근초菫菫草’, ‘전두초箭頭草’, ‘여의초如意草’라고도 한다.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된다’고 한다. 제비꽃은 제비꽃들끼리 조화롭고 아름답게 살아갈 때 진정한 제비꽃이 되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나만의 매력으로 다른 사람들과 오순도순 살면 진실한 삶이 될 뿐만 아니라 빛나는 삶이다.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듯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삶이던 무게와 가치는 똑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금을 긋고 담을 쌓는다면 절망만 남는다. 또한 상대를 이해하는 일에 장애가 될 뿐이다. 사랑은 상대를 그윽이 바라보는 일인 동시에 기다려 주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도 제비꽃은 피고, 바람이 그쳐도 제비꽃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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