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사즉생(死卽生)
민주당과 사즉생(死卽生)
  • 신영배
  • 승인 2021.11.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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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사즉생(死卽生). 전쟁에서 병사들이 죽기로 마음먹고 싸우면 승리하여 산다는 뜻이다. 통상 어떠한 일에 대해 각오가 아주 대단함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의 민주당 관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지난달 3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범여권 결집의 승부수로 여권 대통합론과 당내 대사면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민주당내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이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우려반기대반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당 지도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대사면의 근간이 될 당헌당규 개정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당내 대사면이야기는 지난 대선 경선 때, 이재명 후보에 앞서 박용진 후보가 전북유세 때, 처음으로 운을 띄운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번에 이 후보가 여권 대통합론을 전제로 민주당 복당을 희망하는 인사 모두를 받아들이자고 당 지도부에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후보의 입장뿐만이 아니라 여권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므로 민주당은 물론 진보성향의 모든 사람들을 결집시켜야 하는 절박함을 생각하면 당내 대사면의 명분은 충분하다.

그럼에도 당내 대사면은 민주당의 '뜨거운 감자'로 평가 절하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기득권'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대한민국의 공정과 정의가 보장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궂이 정치권이 아니더라도 '기득권 내려놓기’  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사안이다. 반증 사례로 지난 총선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주었다당시 민주당은 비례대표 더불어시민당 17석과 합해 무려 180석을 차지했다. 국민들은 촛불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를 외면하고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응징한 것이다.

그리고 16개월이 지나면서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다. 오히려 집권세력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기는커녕 그 기득권 속에서 공정과 정의를 짓밟는 짓을 서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현 정권의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경제부총리를 지낸 인사들이 대선후보로 나와 자신을 임명했던 대통령을 향해 "심판을 하겠다"며 성토하는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등을 돌리는지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인을 찾아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한마디로 권력에 취해 사리 분별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례를 들어보면 언급했듯이 당내 대사면을 요구하는 이재명 후보의 요구를 놓고 심사숙고는커녕 기득권 보호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은 기득권 지키기의 전형이다. 그저 이 후보가 대선을 위해 동교동계 호남 인사들을 염두에 두고 사면을 주장한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당 탈당자들에게 복당의 길을 터주는 것은 그동안 당을 지킨 인사들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에 탈당자들의 무혈입성이 현실화하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당내 분란만 커질 수 있다는 점 또한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한다.

필자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전라북도의회 A의원에게 ‘이 후보의 대사면’을 물었다. 그는 “이 후보의 대사면론은 조금 성급한 것 같다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권 대통합론이 당위성을 갖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그동안 당에서 헌신한 사람들에게 가산점을 주기는커녕 유불리에 따라 당을 떠났던 인사들을 옹호하는 것은 그야말로 공정과 정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통합효과 또한 반신반의 했다. “복당하려는 인사 대부분이 기초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의 공천을 받기 위해 복당하려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정치철새들이라고 폄훼했다. A의원의 주장을 종합하면 상당한 일리가 있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따라 당을 저울질 하며 이당, 저당을 옮겨 다니는 정치인들은 당연히 도태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기득권에게 유리한 민주당의 불공정한 공천방식 때문에 당을 떠났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전북의 경우 수도권과 달리 민주당의 공천장을 손에 쥐면 본선에선 '누워서 떡먹기'. 그래서 선거에 나서는 수많은 인사들이 민주당의 공천장을 받기 위해 공정과 정의는커녕, 상식을 뛰어넘는 짓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은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평소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키우기에만 몰두한다. 그리고 공천장을 손에 쥔다. 결국 정치신인을 비롯해 올바른 정치철학을 실현하려는 인사들이 민주당 공천을 받기에는 역부족인 구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역구는 물론 전국에서도 내로라 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정치인들이 다수다. 이들이 왜 민주당을 탈당했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이후 복당여부를 가름하는 것이 진정한 사즉생의 자세다.

우리는 조국 사태를 통해 진보정권과 민주당의 내로남불의 전형을 체감했다. 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뻔뻔스러운 극우세력들의 벌거벗은 모습도 동시에 보았다.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은 공정과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정당과 후보가 승리하는 구도다.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정책 등의 공약에는 반드시 공정과 정의가 숨쉬고 있는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대선이 아니더라도 공정을 가장한 민주당의 왜곡된 정책이나 경선방식 등은 즉시 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력없는, 철학없는, 무능한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의 탄생은 연속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를 위해 아무런 조건없이 윤석열을 덤석 받아들여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그리고 그의 망언과 돌출행동이 걷잘을 수 없는 수준임에도 여론의 지지가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선후보로 선택했다.

국민의힘은 정권을 쟁취한다는 오직 하나의 목표에 모두를 걸었다. 닥치는대로 끌어안아 한 편으로 만들려는 절박한 마음이 모든 불만을 잠재웠다. 민주당이 배워야할 대목이다.

내년 대선은 박빙의 승부다. 범여권 세력의 총집결을 이루려면 이른바 용광로 선대위를 당 외곽에서도 꾸려야 한다. 역차별 논란이 부담스러우면 복당의 문턱은 낮춰주되 공천 감점조항은 유지하는 절충안도 가능하다지난 대선 경선에서 탈당인사 가운데 후보들의 캠프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한 인사들이 상당했다.

민주당의 사즉생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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