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비둘기
공원 비둘기
  • 전주일보
  • 승인 2021.11.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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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한 번도 날아 본 일이 없는 공원 비둘기가 발자국을 찍어대도 지구는 여전히 돌고 돈다. 어그작거리는 비둘기를 인간들은 닭둘기라고 불렀다.

어린 아이 하나가 허공에 새우깡을 뿌리며 치킨을 생각하면 오는 봄도 관심 없고 가는 가을도 관심 없는 비둘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려고 날개를 퍼덕인다.

공원에 어둠이 깔리면 아이는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고 갈 곳 없는 공원 비둘기는 붉은 발을 가슴으로 끌어당긴다

 

@나이를 먹어 노인이 되면 분별력이 떨어져 실수할 가능성이 있고 노동에 종사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면과 젊은 시절에 비해 많은 경험과 지혜가 축척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성숙된 인격이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 신체적인 면에서 순발력이 떨어지고 근력이 약해진다. 나이를 더 먹어 신체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장애인과 가까워진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 날 늙은 어부가 작은 배에 의지하여 대해로 나간다. 노인은 뜻밖에 거대한 청새치를 낚게 된다.

밤낮 없는 사투 끝에 청새치를 선측에 동여맨 후 항구로 끌고 오지만, 도중에 피 냄새를 맡고 몰려 든 상어 떼에게 청새치를 모두 뜯기고 앙상한 뼈와 대가리만 싣고 귀항하게 된다.

소득 없는 허탈한 여정이었음에도 노인은 자신의 허름한 오두막에 몸을 누이고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 꿈을 꾸며 잠이 든다는 내용에서 늙은 어부는 연약한 노인이 아니라 노인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현실적으로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또한 누구나 결국 노인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젊은이들은 노인의 굼뜬 행동을 보면서 불편해 한다. 신체적 노화 현상은 젊은이의 관점이 아니라 노인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승하차를 하겠다고 서두르는 것은 문이 열리는 짧은 시간 안에 승하차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기 전에 미리 출발하는 노인은 신호체계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파란불이 켜져 있는 동안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미리 출발하는 것일 뿐이다. 요즘은 노인 운전자 문제도 심각하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노인은 ‘No人’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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