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가슴 펴고 걸을 수 있는 세상으로
젊은이들이 가슴 펴고 걸을 수 있는 세상으로
  • 신영배
  • 승인 2021.11.03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최근 정부에서 소멸 위험지역인 인구감소 지역 89곳을 발표했다. 전북에서는 김제 · 정읍 · 남원시를 비롯해 무주 · 부안 · 순창 · 임실 · 장수 · 진안 · 고창군 등 10개 시군이 지정된 가운데 정부는 인구감소 지역을 지정해 자연적 인구 감소와 사회적 인구 유출로 지역사회 활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인구감소와 인구 유출을 막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줄어드는 인구를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고향에 발을 붙일 언덕이 있어야 하는데 직장도 문화적 바탕도 없는 지방에서 마냥 세월을 보낼 수 없으니 수도권 등 대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자치단체의 대책을 살펴보면 임산부 산후조리비 지원이니, 청년 주택을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주는 정도다. 거기다 아이를 둘 낳으면 얼마를 주고 셋을 낳으면 얼마를 더 준다는 정도의 인구정책이 다수다.

자치단체가 주는 돈을 받기 위해 아이를 낳는 사람은 없을성 싶다. 아이를 낳는 데 산후조리비 등을 지원해주니 받는 정도 이상은 아닐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계층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를 느끼지 않도록 교육제도를 바꾸고 젊은이들이 사회에 나와 일할 바탕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방의 인구는 결코 늘지 않는다.

며칠 전, 어느 일간지에서 전남 곡성군의 청년 귀농 정책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곡성군은 곡성 살아보기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희망자를 모집하고 한 달 살아보기, 3개월 살아보기, 6개월 살아보기 등 기간별 아이템으로 그들이 농촌을 좋아할 수 있는 체험을 시행했다.

그들이 시골에 내려와 농촌 생활을 체험하면서 도시의 치열한 경쟁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정착할 기반을 조성해주고 기간에 따라 적절히 지원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곡성에 눌러앉은 젊은이가 점점 늘어가고 시골의 경직된 분위기도 달라지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젊은이들은 재래식 농업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열대과일이나 허브, , 곤충에 이르기까지 특이한 제철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웃들과 함께 공동으로 출하해 소득을 올리고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그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구매하는 이들로부터 진심으로 수고를 위로받고 보람을 느끼면서 점점 농촌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전북에서도 일부 군() 지역에서 비슷한 귀농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귀농인은 제대로 지역에 정착하기보다는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시골에 별장을 두듯, 서브 주택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가짜 귀농을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한다.

그런 가짜 귀농자들은 서브 주택에 가끔씩 들려서 경로당에 고기나 과일 등을 내놓고 생색을 내며 거들먹거려서 주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등의 부작용도 허다한 실정이다. 이에 그저 인구 늘리기라는 명목상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구잡이 귀농을 받아들일 게 아니라, 농촌을 새롭게 꾸려나갈 사람을 찾고 받아들이는 제대로 된 시책이 시급하다.

주민등록상 인구를 늘리겠다고 공직자들의 가족 주민등록을 억지로 옮기는 따위의 인구정책인 ‘00군에 주소 갖기따위의 시책은 이젠 멈춰야 한다막연히 인구를 늘려보겠다는 생각만으로는 아무 성과도 낼 수 없고 일시적으로 주민등록 인구를 늘리는 짓도 의미 없다.

지역마다 역사가 있고 지리적 특성, 특산물 등 나름의 자랑거리나 특별한 무엇이 있다그 남다른 특색을 살리는 방법을 젊은이들의 감각으로 찾아야 한다. 전북이 갈수록 침체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조선시대 사대부의 사고방식으로 군자삼락에 기반을 둔 삼락농정따위에 매몰된 시책을 펴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인데 온고지신(溫故知新)’에만 매달려 뒤만 돌아보고 있으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얼마 전에 완주군에서 젊은 새내기 공무원들을 멘토로 하여 간부 공무원들이 그들의 의견을 묻고 평가받는 시간을 가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도 자체는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라는 이 대화방식은 신세대가 묵은 세대에게 젊은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 멘토링이라고도 한다.

필자도 늘 실감하고 있지만, 2~30대와 4~50, 6~70대의 생각 격차는 나이 차이의 몇 배 격차가 있다. 말도 알아듣지 못할 만큼 생각과 행동 역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격차가 있다. 일부 젊은이들은 가정에서 배운 대로 어른의 존재를 나름 인정하지만. 대부분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를 그저 꼰대생각이라고 치부할 정도로 세대의 차이가 분명하다. 

그들은 미래의 주역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주역이다. 그들이 희망과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아 길러서 인구가 늘 수 있다. 지역소멸이라는 아픈 현실을 헤쳐나가려면 묵은 생각, 내 것만 챙기는 욕심에서 벗어나 젊은 그들을 중심으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사회를 젊게 해야 한다.

오랜 유교 사회의 관습에 젖어 아직도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생각하고 젊은 놈이 건방지다는 생각 따위를 지닌 사람들이 사회의 지도자 노릇을 하는 현실에선 아무것도 기대하지 못한다. 나이 든 사람들 중심으로 그들의 사고방식만을 고집하다 보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그저 제자리를 맴도는 늙은 사회로 정체될 뿐이다.

지역소멸이 문제가 아니다. 오늘처럼 현실과 겉도는 정책이 이어지다 보면 희망 잃은 젊은이들이 노인이 될 즈음엔 나라 자체가 추동력을 잃어 사라질 수 있다. 백성을 다스리던 사대부 관료들의 생각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묵은 인물들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변하는 세상의 중심에 젊은이들을 두고 그들이 바르게 갈 수 있도록 부축하고 밀어주는 역할이 기성세대와 정치권이 할 일이다. 유교적 사고에 발목 잡혀 허둥대는 사이에 헬 조선이 되고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했다.

작금의 시대정신은 젊은이들이 앞을 보고 반듯하게 걸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에 힘을 쏟는 일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젊은이와 지역소멸에 대해 분명하게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를 가려내, 낙후된 전북과 나아가 흔들리고 있는 대한민국호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가슴을 펴고 삶을 노래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