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연(善緣)또는 악연(惡緣)
선연(善緣)또는 악연(惡緣)
  • 신영배
  • 승인 2021.10.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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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10월 끝자락 마지막 주다. 칼럼에 신나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세인들의 관심사가 온통 내년 대선에 걸쳐 있으니 그 판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는 블랙코미디 같은 화제를 두고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도 민망하다. 천생 신문쟁이인 걸 어쩌랴.

지난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만났다. 당연한 만남이었지만, 야당에서는 청와대의 대선 개입이라고 혹평했다. 필자는 그 만남을 보면서 야릇한 생각이 들었다.

윤석열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집으로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믿음이 아니었으면 윤석열은 절대 검찰총장직에 임명될 수 없었다. 당시 청문회에서 지금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사적으로 그를 반대했다. 한마디로 검찰총장으로 부적격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은 "금세기 최고의 올곧은 검사"라면서 칭찬 일색이었다.

그런 윤석열이 자신을 그토록 반대했던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장해 자신을 몸담았던 정부와 청문회에서 그렇게도 자신을 지지했던 민주당을 향해 연일 공격하고 있다. 이대로 윤석열이 본선에 오른다면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에 큰 장애물을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인 셈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지난 19대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과반수 이상을 득표하며 후보에 올랐다. 그 당시 이재명은 안희정에 약간 뒤져 3위에 머물렀다. 경선에서 이재명은 문재인 후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공격했다.

5년 후 이재명은 여당후보가 됐다. 그리고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경선 때의 일을 사과했다. 문대통령 또한 “1위 후보가 돼 보니 알겠더냐며 덕담을 나눴다. 임기 말 역대 대통령의 지지도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다.

이재명 후보는 청와대를 방문해 덕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인 그 자체만으로도 선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이재명 후보는 아직 친문 세력의 공식 지지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다음달 5일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면 당 차원의 적극 지원이 있으리라고 짐작된다.

◇ '웃픈 사과'

지난주 이 칼럼에서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추종 망언을 지적하고 한심한 생각을 나무랐다. ‘쿠데타나 5.18은 잘못했지만, 잘한 일도 많다.’라며 대통령이 되면 그가 했던 것처럼 국정을 운영하겠다라는 망언을 해 공분을 샀다.

더욱이 그는 여론이 들끓어도 사과하지 않고 버티다가 끝내 자신의 반려견 앞에 사과를 주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과는 개나 먹어라라는 의미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이 사진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그와 그의 캠프는 개 사과 사진을 실무자의 단순한 실수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 의미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의 캠프는 전 현직 국회의원들이 수십여명 몰려들어 줄서기를 하고 있다.

참모만 300명에 이른다. 그 웅성거리는 분위기에서 마치 대통령이라도 된 듯 거들먹거리는 후보 곁에서 세상을 눈 아래로 보고 있으니 이런 사진이 나오고 해괴 발언들이 쏟아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경선이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서 더 따뜻하게 5.18 피해자분들을 위로하고 보듬겠다.”라고 했다. 잘못을 사과하러 가는 게 아니라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겠다고 했다. 광주 피해자 앞에 무릎을 꿇고 빌겠다고 해도 받아줄지 의문이다. 그런데도 따뜻하게 5.18 피해자를 위로하고 보듬겠다니 기가 찰 일이다.

윤석열이나 캠프에서는 이미 대통령이 되어 거들먹거리고 막말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을 공개하며 경고를 해도 끄떡없이 버티는 배짱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윤석열이 대검 중수부 2과장으로 일할 때, 대장동 관련 사건에서 관련자의 계좌추적을 통해 불법대출 알선 뇌물수수를 알고도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는 기사가 터졌다.

26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며 대장동 민간개발업체에 1100억원대 대출을 알선하고 103000만원을 받은 A씨에 대해 전방위 계좌추적을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검찰은 A씨를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계좌추적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은 통상 주임 검사가 결재한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주임 검사는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이었다. 윤석열은 대검 중수부의 대장동 대출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A씨가 대출 알선 명목 금품을 받은 사실을 (내게) 보고한 사람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당시 대검 중수부가 A씨의 자금흐름을 파악한 정황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A씨는 그해 5월 대검 중수부의 참고인 조사만 받고 입건을 피했다. 당시 A씨는 화천대유의 소유주 김만배씨를 통해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변호사로 소개받았다.

4년 뒤 수원지검 특수부는 대장동 개발 비리를 수사해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10억여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A씨를 구속기소했다. 재판부는 A씨를 징역 26개월의 실형을 확정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이런 전력을 보유한 윤석열이 정치판에 등장해 연일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결정적 원인은 역설적으로 여야의 반대에도 그를 총장직에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할 수 있다.

역대 어느 정권도 진정한 심복이 아니면 검찰총장에 임명하지 않았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칼이고 사냥개였기 때문이다. 어찌됐던, 윤석열 사태는 문 대통령 치적에 최대 오점이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을 검찰의 수장으로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은 진심으로 국민 앞에 사과를 해야 한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 등 각종 현안을 아마추어적인 판단으로 국민의 소망을 이루지 못한점을 솔직하게 고백해야 옳다.

그래야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세력이나 일반 국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고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수 있다는 처방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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