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진풍경 속 임금을 꿈꾸는 남자
대선 진풍경 속 임금을 꿈꾸는 남자
  • 신영배
  • 승인 2021.10.0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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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발행인
신영배 발행인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대선 마당이 펼쳐져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이 흥미로워 제법 관심을 끌고는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국정을 맡겠다고 나서는 웃픈 현실에 가슴이 답답하다.

저마다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보면 그저 욕심이 가득 차 있다는 것 외엔 마음에 와닿는 주장이 없다. 재미 삼아 출마한 사람도 보이고 그저 자신의 정치경력에 한 줄 써넣겠다는 생각으로 등록한 사람도 있는 듯하다.

이번 20대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언제든 국정을 이끄는 대통령 자리는 중요하지만, 이번에 당선될 대통령은 특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래서 재빠르고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선출돼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작금의 현실은 대선 분위기에서 보듯, 진보와 보수 등 양 진영이 첨예하게 맞서서 끊임없는 갈등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다수의 국민들은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교체 등 어찌됐던지간에 양 진영을 다독거리며 화합을 이끌어야 할, 추진력 있는 인물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선후보와 선거 캠프에서는 오로지 권력을 쥐는 일에만 집착해 상대방의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모래를 묻혀 상처를 덧나게 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한심한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권력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권력의 목표는 권력이다.”라고 했던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말이 실감되는 요즘이다.  민주당 경선을 보면 이미 대세가 기울어 어떤 수단으로도 이재명 지사의 후보 확정을 막을 수 없어 보인다.

이런 현실을 뻔히 보면서도 끊임없이 물어뜯어 생채기를 내는 데 온 힘을 다하는 이낙연 후보를 보며 퍽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경쟁은 얼추 지표가 비슷하게 나타날 때 벌이는 것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벌어져 있는데도 물고 늘어지며 자당의 후보를 깎아내리는 행동은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이쯤 되었으면 자당 후보를 치켜 올리고 국민에게 지지를 부탁하는 대인의 풍모를 보였어야 옳다.

끝까지 대장동을 입에 올리며 공격하는 치졸한 태도로는 더욱 격차만 벌어질 것이다한때 차기 대통령 후보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자랑했던 분위기에 취해 당 대표 욕심을 내면서부터 국민의 눈 밖에 났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를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반면 이런 과정에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난 건,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전 대표의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장이나 비난에도 상식 수준의 정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왕이 되고 싶은 남자

대선 마당에 왕이 되고 싶은 남자가 등장했다.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토론이 열렸을 때, 시청하는 이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왼손바닥 중앙에 뭔가 글씨처럼 보이는 게 있음을 보았다. 28일 토론에서도 그의 손바닥에 글자가 지워지지 않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글자가 임금 자 인 걸 알았다.

그 글자는 지난 1일 토론에서도 다시 보였다. 당연히 대중의 눈길을 끌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에 나선 사람의 손바닥에 王(왕)자를 쓴 의미는 삼척동자도 짐작할만한 일이다.

이를 본 이들은 최근 잇딴 말실수와 얕은 생각이 국민의 눈에 뜨이면서 지지율이 하락하자 어떤 주술적인 힘을 얻고자 이런 상징을 표시한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논란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은 지난 3일 캠프 청년위원회 발족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세 있게 가서 자신감을 가지고 토론하라는 뜻의 지지자들의 응원 메시지였다우리들이 어릴 때는 시험 보러 가거나 집에 무슨 대소사가 있을 때도 연세 드신 분들이 손에다가 많이 써주고 그랬다.

주술 운운하는 분들이 있는데 부적을 손바닥에다가 펜으로 쓰는 것도 있느냐고 해명했다고 한다윤 전 총장은 사법시험을 8차례나 낙방하면서 시험 때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용기를 북돋우는 처방(?)을 해봤을 것이다.

짐작컨대 그는 무속인도 여러 번 찾아갔을 듯하다. 어쩌면 그 경험을 되살려 토론 때마다 다른 후보에게 밀리는 걸 막아보겠다는 심사에서 이런 뱅에(?)’를 선택한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

윤석열 캠프 김용남 대변인은 지난 4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은 손 안 씻나. 손 소독제 발라 닦으면 웬만한 건 지워진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주로 손가락 위주로 (손을) 씻는 것 같다고 답해 어설픈 해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 소중한(?) 글씨가 지워질까 봐 손도 씻지 않았냐는 지적에 손가락 위주로 씻는 것 같다라는 대답을 한 대변인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허망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대통령감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는 현실이 서글프다. 아무리 기댈 곳이 없다 해도 손바닥에 임금 자를 써서 도움을 받거나 위안 삼으려는 사람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니 기가 막힌다

클리앙보도에 '윤석열 : 내가 왕이다? (feat 손바닥 임금왕 )' 이라는 기사의 댓글 가운데 라쿠니라는 아이디는 주술적 의미도 있겠지만, 본심은 왕을 꿈꾸는 거죠. 민주 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왕조의 왕이 되고 싶은 거죠.” “지금까지 행실이나 이런 마음들 하나하나가 헌법 1조를 부정하고 있는 겁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걸요.”라고 했다.

그리고 일희일비눈을 의심했네요....21세기 맞나요? 너무 끔찍하네요” 꿈꾸는식물방송전파로 전국민 최면거는 겁니까??”라고 적었다. 그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온 국민이 놀라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할머니들이 써주는 것이라고 해도 이라는 글자가 뜻하는 의미가 맞지 않으니 절대 사양하면서 대통령은 국민을 이해 일하는 사람인 것을 설득했어야 옳다. 그 글자를 손에 받으며 내가 이로소이다.’라며 철딱서니처럼 으스대지 않았나 싶다.

자신이 일하는 정부를 공격한 일이 전부이고 세상사에 깜깜한 듯 엉뚱한 말만 풀어내는 그를 지지하던 이들도 최근에 그가 노답인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하는 건 퍽 다행스럽다. 지금 우리는 기민하고 과감한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능력자를 선택하는 갈림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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