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회 사과, 진정성 보여라
전주시의회 사과, 진정성 보여라
  • 전주일보
  • 승인 2021.08.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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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전주시의회 강동화 의장을 비롯한 의원 11명이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의원들의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시민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고 한다.

아울러 의원들은 최근 불거진 각종 불미스러운 일들을 성숙한 의회상 확립을 위한 자숙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 앞으로 더 성찰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하고 이어서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극복과 당면한 현안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새로 출발하는 자세로 의정활동에 매진하겠다.”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과 기자회견은 시의원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음주운전, 부동산 투기, 직무 관련 영리추구 등의 문제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시민여론이 일자 문제에 연루되지 않은 의원들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의원들이 동료의원을 대신하여 사과한 셈이다.

이상직 국회의원의 불법 선거운동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이 아무개 부의장과 박 아무개 의원은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고 음주운전을 거듭하여 기소된 송 아무개 의원은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또 이 아무개 의원은 신도시 주변 부동산을 몇 차례 매매하여 투기 의혹을 받았고 김 아무개 의원은 시에서 발주한 체육시설 개선사업을 자신의 회사가 맡아 시공하여 이익을 추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거기에 지난 7일에는 한 아무개 의원이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남의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저지른 잘못의 유형도 다양하고 문제마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일들을 시의원들이 저질렀다는 데에 시민들은 경악한다. 이런 잘못을 사과하겠다면 당연히 문제 당사자들이 나와서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연루자들은 쏙 빠지고 나머지 의원들이 나서서 사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면 시의회가 시민 앞에 공식적으로 잘못을 사과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의원들이 우리는 잘못을 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시의원 모두를 싸잡아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의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마다 좋은 이미지를 보여야 하는 긴박한 시점에 시의회가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는 자체가 부담스러웠겠지만, 이런 형식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한 일은 너무 속이 보이는 짓이다. 사과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다시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에서 나와야 한다. 당사자들은 아무런 말이 없고 관련 없는 이들만 나와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은 한낱 수사(修辭)일 뿐이다.

시민은 의원들의 립서비스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묵은 시대의 주인이 아니다. 매사에 진정성을 갖고 시민을 위해 일하는 태도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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