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작은 행동을 시작할 때
지구를 살리는 작은 행동을 시작할 때
  • 전주일보
  • 승인 2021.08.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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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더위가 끝나는가 했더니 가을장마란다. 가을이면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天高馬肥),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이어야 하는데 가을걷이조차 방해하는 장마가 이어진다는 예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계절 순환에 이상이 왔다. 기후 변화가 다양하게 나타나더니 몇 해 전부터 가을에 폭우가 쏟아지고 아예 장마로 눌러앉아 아름다운 계절을 망치면서 물난리를 겪게 했다.

얼마 전에 일본과 중국에서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도시가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집도 수만 채가 유실되고 무너져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냈다. 그 강우 전선이 지금 우리나라에 올라와 비를 퍼붓기 시작한다고 한다.

며칠 전에 본지는 사설을 통해 각 지자체가 서둘러 폭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일부 자치단체는 기상예보에 사전 대비하는 듯하지만, 대부분은 내년 지방선거 대비에만 정신이 팔려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다. 그러다가 비가 퍼부어 피해가 나면 천재지변이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말 것이다.

지금이라도 가용인력을 총동원하여 물이 나가는 길목을 점검하고 유수에 걸림돌을 치워 물이 차오르지 않도록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가 정말 쏟아질지 모르는데 미리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야말로 위험한 생각이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서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는 일이야말로 근심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장마전선에 태풍 오마이스까지 발생하여 올라온다는 소식이다. 태풍이 작아서 한반도 인근에 오는 월요일에는 열대성 저압부로, 화요일에는 온대성 저기압으로 변할 것이라고 하니 직접 피해는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열대성 저압부를 따라 막대한 양의 수증기가 올라와 한반도 상공의 찬 공기를 만나면 엄청난 폭우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과학이니 기술이니 하면서 인간이 뭐든 막을 수 있는 듯하지만, 자연의 힘에 비하면 그야말로 태풍 앞에 잠자리꼴을 벗어나지 못한다. 당랑거철(螳螂拒轍), 사마귀가 팔을 벌려 수레에 대드는 형국이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런 가을장마와 때아닌 폭우가 쏟아지는 이유는 모두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때문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 온도가 변하고 그에 따라 바다의 해류가 달라지면서 지구에 유지되던 기상 상황이 급변했다. 바다의 수온이 달라지고 지구 평균 기온이 높아져 대기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20년 안에 지구 온도가 1.5이상 올라갈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최소 2050년 이후로 잡았던 예측이 10년 정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경고에 대해 사람들은 피부에 닿지 않는 먼 이야기인 듯 생각한다.

그러나 그 예측은 이미 여러 곳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인 소련의 베르호얀스크 기온이 30까지 올랐다. 모스크바는 6월에 34.7를 기록했다. 추운 도시 캐나다의 브리티시컴럼비아 리턴은 49.7라는 살인적 기온을 기록했다고 한다.

온대지역인 유럽의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등의 기온이 48까지 치솟았다. 또 호주와 유럽 등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수백 명이 사망했다. 중국에서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지하철이 잠겨 전동차 안에서 목만 내놓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이 정도의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기온의 변화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 변화를 자초한 인간들은 알지 못한다. 우선 편하고 당장 따듯하게 살겠다고 화석연료를 마구 태워 지구를 감싸 보호하던 오존층을 파괴한 결과다.

갑작스럽게 인간이 견디기 어려운 한파나 더위가 몰려올지, 강력한 허리케인이 몰려와 집들을 날리는 일이 일상처럼 거듭할지 알지 못한다. 여태 그런 일이 없었으니 정도가 얼마나 심할지 모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열심히 화석에너지를 태우며 희희낙락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 뒤를 이어 지구에 살 사람들의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물려받은 지구를 더는 나빠지지 않게 유지하다가 후손에게 물려줄 책임이 있다. 나만 살다 가면 그만인 땅덩어리가 아니다. 내 자식과 손자가 살아야 할 땅이다.

혼자 출근하면서 커다란 자동차를 끌고 간다. 시내버스가 텅텅 빈 채 다녀도 나는 자가용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 돈이 있으니 에어컨 빵빵하게 돌리며 여름을 난다. 내 돈으로 내가 자동차를 타든 에어컨을 얼마나 차게 돌리든 간섭하지 말라고 눈을 부라린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달라질 때마다 놀라고 걱정할 뿐, 달라지지 않도록 지키는 일에는 무관심이다. 폭우가 쏟아지고 더위가 40도를 넘을 때는 조금 걱정하는 듯하다가 잠잠해지면 언제 걱정했느냐는 듯 다시 지구를 망치는 짓을 반복한다.

나는 바쁘니 한가한 사람들이 지구를 살리든 말든 알 바 없다는 한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자손들에게 억만금을 물려주어도 지구가 병들어 기후 재앙이 닥치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우선 코앞의 달콤함에 빠져 부끄러운 조상이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남길 가장 중요한 유산은 이 지구라는 땅덩어리다. 인류가 스스로 파는 묘혈(墓穴)에 함께 빠져 묻히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작은 실천을 찾아 이행하는 지혜를 보이자. 시내버스들이 승객 몇 사람만 태우고 달리는 걸 보며 아까워하고 자동차를 집에 두고 버스를 타보는 실천부터 시작해 보자.

푸른별 지구가 우리 대에서 병들고 살기 어려운 별로 남겨지지 않기를 바란다면, 내 귀여운 자식과 손자에게 물려줄 유산이라고 생각한다면 작은 실천이라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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