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권력은 주민에게서 나오는 것
의회 권력은 주민에게서 나오는 것
  • 전주일보
  • 승인 2021.07.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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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의회가 다시 의회 권력을 남용한 게 아닌가는 의혹을 불러왔다.

완주군의회는 작년 말 본예산승인과정에서 완주군 자원봉사센터 예산 절반가량을 삭감하여 후반기 직원들의 인건비를 지급할 수 없게 했던 일이 있었다. 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자를 관리하고 교육 업무도 수행하는 법인으로 수익법인이 아니므로 완주군에서 단체보조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수행한다.

자원봉사센터는 완주군만 아니라 전국 각시군에 조직되어 있는 단체다. 마찬가지로 시군의 보조금을 받아 운영한다. 어떤 자원봉사센터도 자체 수익을 낼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완주군의회는 자체 수익을 내서 인건비를 해결하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센터의 예산을 삭감했다.

그에 따라 하반기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완주군은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완주군자원봉사센터 인건비를 포함한 예산을 편성하여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자 의회가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다시 자원봉사센터의 예산을 삭감하고 추경예산을 승인했다.

의회는 예산을 삭감하면서 자원봉사센터의 활성화 자구책 마련 부족, 이사회 회의록 공개요청 거부 등 비협조적 대응, 추경 심사 기간 중 계속된 자료요구에 자료를 늦게 제출한 점 등의 이유를 들었다.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괘씸죄에 해당하여 인건비를 삭감했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완주군의회 한 의원은 일부 자원봉사자들의 불만성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갈등해소 노력을 요구했지만, 해소되지 않았다. 또 운영 관련 서류를 수 차례 요구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경각심 차원에서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뜻을 겸해 삭감했다.”라고 설명했다고 전한다.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국회의원처럼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다. 주민을 대표하여 정해진 법과 조례에 따라 집행부의 독선을 견제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주어진 예산심사와 승인권은 주민을 대표하여 행사하는 권한이다.

의회의 의결은 주민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는 쪽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의원직은 감투가 아니다. 자원봉사자들을 관리하지 못하게 되면 그 손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 그 결과를 알면서 인건비를 삭감한 일은 의원의 본분에 적합하지 않다.

예산심사와 승인권을 이용하여 사업을 수행하는 공무원이나 단체를 장악하거나 업무에 개입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관련 단체가 잘못하는 일이 있다면 의회 차원의 조사를 통해 잘못을 밝혀내고 추궁하거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정상이다.

개인감정을 앞세우거나 의회의 권위를 위해 예산을 삭감한다면 월권이고 지극히 비정상적인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직원의 생계가 달린 인건비를 삭감하고 법으로 해결하라는 식의 대응은 선진의회의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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