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농사
자식 농사
  • 전주일보
  • 승인 2021.07.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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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레를 하다말고 아버지는 논두렁에 나와 
막걸리 한 대접을 단숨에 마셨다
나락 포기가 너무 차서 
올 수확은 글렀다고 
한숨 소리 논두렁을 넘어간다
낮을 들고 논 가운데 서 본 사람들은 안다
너무 잘 자란 나락은 
생각보다 수확이 적다는 것을
시원찮은 나락이 정미소에 갔다 오면 
쌀눈이 또릿또릿해지고 
쭉정이는 춘궁기에 시래기죽이었다는 것을 
나락농사를 지어 본 사람들만이 안다

별 볼일 없고 시원찮은 나락은 
빈 가마니를 채울 수가 없다고들 하지만
못난 자식이 
늙은 부모를 모시는 것을 보면
어쩌면 나락농사와 꼭 같을꼬

 

요즘처럼 자식을 한두 명만 낳는 세대의 부모들은 자식이 곧 나의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뿐만 아니라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너는 내 삶의 전부다’ 또는 ‘내가 누구 때문에 사는데…’라고 쉽게 말한다.

문제는 자식들은 이런 부모들의 기대가 자신들의 삶을 짓누르며 동시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현대 자식들의 세상은 부모 세대가 살아 온 세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고 존중해서 그들만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놓아주어야 한다.

즉 기성세대의 잣대로 자식의 삶에 관여해서는 안 되다는 것이다. 세상을 스스로 탐험하고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어야 한다. 부모는 배가 안전하게 드나들며 쉬기도 하고 고장 나면 고치기도 하는 편안한 항구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

부모는 망망대해에서 배가 방향을 잃거나 폭풍우에 뒤집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간직한 채 항구 같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민주사회인 현대사회에 잘 적응하여 살아가기 위해서 부모는 ‘가족 내에서 지도자적 역할을 하는 사람은 바로 부모’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식에게 협동심, 용기, 책임감, 자기존중감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민주적 부모라는 이름하에 자식의 요구대로 무조건 따라주는 것은 결코 좋은 부모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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