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기에 어려운 이들을 살피는 행정
혹서기에 어려운 이들을 살피는 행정
  • 전주일보
  • 승인 2021.07.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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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낮 기온이 35도를 넘어섰다. 볕에 서면 살이 따가울 만큼 뜨겁고 도로는 찜통을 걷는 듯 열기가 훅훅 치민다. 이런 더위에는 승용차에서 에어컨을 시원하게 돌리며 다니는 게 일반적이지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는 노인이나 차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시내버스와 두 다리에 의지하여 다닐 수밖에 없다.

누구는 그런 시간에는 가만히 집에 앉아 있으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한낮 더위에도 돌아다니며 벌어야 먹고 사는 이들에겐 더위보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다.

몇 해 전에는 이런 혹서기에는 교차로 한쪽에 얼음덩어리를 놓아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찬 기운이라도 만져볼 수 있었는데, 요즘엔 그마저도 없다. 코로나 방역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인지 몰라도 더위에 헉헉거리는 길거리 사람들에겐 그 얼음덩어리가 그리울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다수를 위한, 다수가 추구하는 가치에만 매달리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다수의 표를 얻어 권력을 쥐는 구조상 그 다수에 속하지 않는 쪽은 외면하는 게 실익이라는 판단인지 모른다.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 지난날 나라 발전의 중추였던 이들이 세월에 삭아 가진 것을 차츰 잃고 중심세력에서 밀려난 이들이다. 그들은 어리석게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자식에게 넘겨주고 빈털터리가 되어 산다.

잘 풀려가던 세상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점령당하면서 갑작스럽게 경제질서가 흐트러졌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이 크게 늘어 나라에서 주는 푼돈에 기대어 살기도 한다. 그들은 갑자기 찾아온 시련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려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뿐만 아니라 신체적 장애로 험난한 세상을 견뎌온 사람과 그들의 보호자도 이 더위에 뭔가 움직여야 살 수 있으므로 거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세상의 주류에서 밀려난 이들, 그들에게 국가가 지원해주는 걸로는 최소한의 생활조차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뜨거운 날에도 거리를 누빈다. 열풍만 나오는 선풍기조차 맘 놓고 돌리지 못하는 이들, 이 염천(炎天)에 거리에 내몰린 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배려라도 하는 행정이 아쉽다.

코로나 때문에 시원한 실내 쉼터를 만들기도 어려운 형편인 줄은 알지만, 열린 공간에 시원한 얼음이나 물이라도 먹을 수 있고 그늘이라도 여기저기 만들어 주는 배려는 가능할 것이다. 선풍기조차 돌리지 못하는 이들을 찾아 지원해주는 자상한 복지행정이 절실한 요즘이다.

장마가 끝나면 더 지독한 더위가 상당 기간 계속된다는 예보가 있다. 겨울에 얼어 죽는 사람은 드물어도 더위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제법 많다. 그들을 위해 조금 더 세밀한 배려를 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진정 어려운 이들을 지켜주는 섬세한 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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