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귀에 경 읽는 마음으로"
"쇠귀에 경 읽는 마음으로"
  • 신영배
  • 승인 2021.07.1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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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좋은 사람들과 시원한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앉아 계곡물에 담가두었던 수박을 갈라 한입 베어 물며 정담을 나누던 시절이 그립다. 다음 주에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만나 위아래로 층을 이루어 덮는 바람에 거대한 열돔을 형성할 수 있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다.

그렇게 되면 지난 2018년 여름에 기록했던 41를 능가하는 사상 최고의 더위가 올 수도 있다고 한다. 더위에 열돔 현상까지 예고된 기상 상황처럼 정치권 또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점차 달궈지고 있다. 매주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고 대통령 지망자가 잇따라 나오는 걸 보며 이 나라에 이렇게 인물이 많은지 싶은 생각도 든다.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더니 제 분수를 알고 하는 짓들인지 모르겠다. 국민을 우습게 알고 깔아뭉개던 자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모두가 말의 윗머리는 국민이다. 이거야말로 국민을 우롱(愚弄)’하는 짓이다선거 열풍은 대선만 아니라 지방선거를 앞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그들을 밀쳐내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지망생까지 가세해 물밑에서 뜨겁게 흐르고 있다.

-기초단체장 의원 공천제도 폐지

지방자치가 아직도 묵은 시대에 머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초단체장과 의원을 정당이 공천하는 제도 때문이다. 정당은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을 공천하면서 그들의 능력이나 자질을 보는 게 아니라 당에 대한 기여도나 충성도를 본다단체장으로 적합한 능력이 있는지, 지역을 이끌 자질이 있는지는 뒷전이다.

경선이란 미명(美名) 아래 오로지 지역 위원장과 당원들이 만만하게 부릴 수 있고 충성하는 자를 고른다. 그래야 지역 위원장인 국회의원의 선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당원들도 이해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 또한 위원장과 당원들의 눈에만 들면 그만이다. 이렇듯 기초단체장과 의원 공천제도에 대한 폐해는 이미 차고 넘치는 실정이다.

아마 이 문제를 말하지 않은 신문이나 방송은 없다고 할 만큼 수없이 지적하고 성토했다. 하지만,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국회의원들 자신도 이 공천제도가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요인인 줄을 잘 알고 있다.

결국 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정당과 당원의 입김에 휘둘려 그들과의 약속(?)을 수행하느라 예산과 공무원을 투입한다. 실제 주민을 위한 행정보다 당원과 정당의 약속을 지키거나 이익을 위한 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벌써 30년이다. 그런데도 한심한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모습을 벗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지방선거 공천제도에서 나왔다고 단정해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어찌어찌하여 눈먼 돈을 벌어 먹고살 만하게 되면 슬슬 지역의 특정정당에 가입한 후 위원장이나 당원들과 어울리며 술밥을 사주고 돈을 좀 써주면 쉽게 공천을 받아 힘 안 들이고 기초단체장이나 의원이 된다.

이렇게 의원이나 단체장이 되면 자치단체가 수행하는 각종 사업에서 자신의 이해와 업체에 이익이 될 부분을 찾아내서 은근히 이익을 챙기는 일이 허다하다. 공천을 받느라 들인 돈의 몇 배를 벌어들이며 정당과 위원장, 당원들에게 조금만 투자하면 다음 선거에서 자연스럽게 재선의원이 된다.

이런 등등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언론은 물론 지각있는 시민단체 등에서 수없이 기초단체장과 의원 공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쇠귀에 경 읽기로 끝났다. 국회의원도 그런 과정을 밟아 국회에 진출했고 선거구를 장악하는데 공천제도처럼 좋은 수단이 없음을 알기에 못 들은 척 버티고 있다.

-민주당과 국회가 해야 할 일

지난 총선에서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준 국민을 크게 실망시킨 민주당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공천제도 폐지다. 공천의 폐해를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편의와 지역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정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말할 수 있다.

아울러 최근에 수도권에 빼앗기는 인구와 경제 유출에 대응하기 위한 초 광역화 움직임을 충족할 수 있는 행정구역 제도 개편 문제 또한 시급히 다루어야 할 과제다. 별다른 기능이 없는 광역자치단체인 도()를 없애고 블록 단위로 묶는 새로운 행정구역 구상도 구체화해야 한다.

인구 20,000명으로 군()이라는 행정단위를 이루어 비용과 효율을 낭비하는 행정구역은 마땅히 조정돼야 한다. 조선 시대에 나뉘었던 8도의 도() 단위가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작금의 시대는 파발마로 달리는 시대가 아니다. 자판 한 번 누르면 전국에 같은 소식과 이미지가 전해지는 시대에 아직도 중국의 지역명을 본뜬 호남이니 영남이라는 개념을 버리지 못하는 건 무엇 때문인가?

일제 잔재만 아니라 중국의 속방으로 살던 시대의 지역 개념도 바꿔야 한다국회의원 숫자를 유지하느라 인구 15만 명도 안 되는 선거구를 억지로 존치하는 제도 또한 고쳐야 한다. 이렇게 줄이고 통폐합하여 줄어든 예산을 복지와 사회 SOC에 투자해 능률 행정으로 이어지게 해야 비로소 우리도 실질적인 선진국으로 들어설 수 있다.

묵어 터진 조선 시대의 비능률과 중국 사대주의의 유산을 끌어안고 온 지난 시대를 정리해야 한다. 아울러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말끔히 지워 친일 세력의 꿍꿍이를 뿌리 뽑아야 한다이런 과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는 아마도 이번 21대 국회뿐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실어준 힘을 헛되이 낭비한 민주당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정권 재창출도 할 수 있다.

보수 야당의 방해에 휘둘리지 말고 기초단체장과 의원 공천제도 폐지, 행정구역 개편,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 등의 폐해를 과감히 청산하거나 재편성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상당 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당장에 할 수 있는 공천 폐지를 서두르고 행정구역 개편 등 시간이 걸리는 일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추진하면 된다.

그래야 정부와 민주당이 사는 길이고 나라가 달라지는 방법이다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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