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각급 학교 내 '일제 잔재' 여전
전북지역 각급 학교 내 '일제 잔재' 여전
  • 고병권
  • 승인 2021.07.12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교육정책연구소, 지난 1~6월까지 일제 잔재 현황 파악 연구진행
-학교 현장 인식하지 못한 일제 잔재 여전… 지속적인 개선 노력 필요

도내 각급 학교에서 관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무형의 일제 잔재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북교육정책연구소(소장 최은경)는 12일 도내 학교 내 일제 잔재의 현황을 파악하고, 기초 자료를 구축·정리한 '일제 잔재 현황'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학교 안 일제 잔재 -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도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친일 인물·교가·교표·교목·교화· 교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석물 및 건축물, 학교문화 및 용어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와 친일인명사전에 의해 친일 인물로 분류된 작곡가가 작곡하거나 군가풍·엔카풍 멜로디를 포함하는 교가가 다수 학교에서 발견됐다.

특히 '조국에 바쳐', '00학도', '이 목숨 다하도록' 같은 일제 군국주의 동원 체제에서 비롯된 비교육적인 표현을 포함한 교가도 있었다.

교표에서는 1순위 욱일문·일장기·국화문·벚꽃문양의 학교가 21개교나 나왔다.

1순위 욱일문과 일장기는 일제 강점기 군사 마크로 사용됐고, 벚꽃문과 국화문은 일본 황실에서 사용된 마크로 현재도 일본 황실 및 훈장에서 계승되고 있다.

전쟁과 경기에서의 승리를 상징하는 2순위 ‘월계수’ 모양이 75개교, 3순위는 1순위와 2순위의 유사형태로 41개교, 4순위 맹수·맹금류·방패 등 군 관련 29개교 등이다.

또 일제 잔재로 규정한 가이즈카 향나무, 히말라야시다, 금송을 교목으로 지정한 학교가 91개교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군산 발산초의 옛 일본인 농장 창고, 전주 풍남초와 전주초의 봉안전 기단 양식, 일부 학교의 충혼탑 등이 학교 부지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일제 강점기 석물이나 건축물도 조사됐다.

여기에 일제 잔재로 남아 있는 학교 현장·행정분야 용어와 학교문화도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개선대상 용어는 시정표(→시간표/일과표), 시건장치(→잠금장치), 납기(→내는 날), 신입생(→새내기), 절취선(→자르는 선), 졸업사정회(→졸업평가회), 내교(→학교 방문) 등이다.

연구진들은 ▲일제 잔재 관련 조례 제정, 역사 교육 등 교육청 차원의 행·재정적 지원 ▲학교 안 일제 잔재 관련 석물이나 건축물 현황 파악 및 교육적 활용 ▲일제 잔재 인식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찾아가는 지원단 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은경 소장은 "그동안 교육공동체의 노력으로 많은 부분이 청산되는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일제 잔재의 의미에 대해 인지하고 생활 속에도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간된 책자는 전북의 각 학교, 교육지원청, 직속기관과 국회도서관 등 외부기관에도 전달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북교육정책연구소는 이번 연구성과를 토대로 전북지역 학교의 일제 잔재 현황을 주제로 한 포럼을 오는 9월 말 개최할 예정이다.

/고병권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