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소멸 징후에 대비하자
전북 소멸 징후에 대비하자
  • 전주일보
  • 승인 2021.07.0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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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 계획이 포함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 확정, 발표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전주-김천 철도는 추가 검토 사업으로 밀려났다. 호남과 영남을 잇는 고속철도망을 구축하는 건 다행스럽고 양 지역 사람들의 숙원이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전북의 남쪽 부분을 통과하는 철도는 순창과 남원, 장수에 역이 개설되어 전북지역의 물류와 교통망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고속철도가 완성되는 2030년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 것인지를 생각하면 철도 개설을 마냥 반가워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순창군은 행정구역은 전북이지만, 경제권과 교육권은 광주에 속해있었다. 순창 사람들 상당수가 광주에 연고를 두고 아이들을 광주에 유학 보내는 사례가 많았다. 지금도 순창군에는 광주권 신문사의 주재기자가 활동할 만큼 광주와 소통이 원활하다.

전주-순창 간 거리가 57, 광주-전주 간 거리는 40로 광주에서 장거리 택시가 순창까지 20분 내에 주파한다. 전주-순창간 자동차도로가 완성되기 전에는 순창에서 전주까지 2시간 이상 걸렸다. 이런 관계로 순창군은 전북도의 자치단체이지만, 광주 경제권이었다. 전남 순창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이미 광주가 많은 것을 흡수하고 있다.

거기에 2030년 달빛철도가 완성되면 순창과 광주는 10분 거리로 단축된다. 그렇게 되면 광주권 예속이 가속되어 전북의 행정구역으로 의미를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이다. 전북이 더는 순창군을 붙들고 있을 명분도 실질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남원시도 마찬가지 경우가 된다. 달빛철도를 이용하면 남원-광주가 20분 거리에 놓이게 된다. 남원시도 광주 경제권에 상당 부분 속해있고 역시 남도에 접해 있어서 순창처럼 광주에 유학하고 광주에 생활권을 두고 있는 주민이 많다.

남도와 인접한 순창과 남원시가 고속철도 개설에 따라 광주권에 더욱 밀접하게 되면 전북은 행정지원만 열심히 할 뿐, 실속은 광주가 챙기는 경제와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황으로 변할 것이다.

노령화와 출산 감소로 노동력 감소가 심각한 상황에서 10년이 흐른 뒤를 생각해보면 순창, 남원, 고창 지역의 광주 경제권 예속이 심해지고 가용 노동력까지 빼앗겨 전북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다. 지금 이런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전북 소멸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무주, 장수는 대전과 경북 쪽에 치우쳐가고 순창, 남원, 고창 등지가 광주권에 예속될 조짐이 달빛철도 계획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전북은 시군간 갈등이나 이익 따위에 매달릴 게 아니라 전북이 사는 문제를 더 멀리, 더 넓게 들여다보고 대비할 때다. 전주-완주 통합에서 시작하여 익산과 김제 새만금과 군산, 장항을 아우르는 초광역권 형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실행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전북 소멸을 바라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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