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꿈이 개꿈될라
용꿈이 개꿈될라
  • 신영배
  • 승인 2021.06.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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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며 정식으로 정치판에 데뷔했다.

총장직에서 사퇴한 뒤에 오래 뜸을 들이던 그가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나선 건 기정사실이었기에 특별한 일이 아니었지만, 언론이 현장 중계를 할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야권의 대권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날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20197월 당시 서열을 무시한 파격 인사라는 반발을 무릅쓰고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문재인 정부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경제, 사회, 원자력, 역사문제까지 강도 높게 비판과 비난을 퍼붓고 정권이 국민을 약탈하고 있다.”라고 극렬한 언사까지 동원해 투사인 듯 어필하는 데 주력했다.

현 정권이 그를 발탁한 것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던 그의 말을 통해 그가 철저한 공직 의식을 가진 곧은 인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어느 정권도 권력에 절대 충성하는 인물이 아니면 검찰총장이라는 중책을 맡기지 않았다. 바로 윤 전 총장처럼 뒤돌아 칼을 겨누면 치명적 상처를 입을 것이므로.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의 어려움을 당하는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윤 전 총장을 기용한 일이었다고 본다. 거기서부터 모든 정보가 야당으로 흘러가 인사청문회마다 정부가 공격을 당했고 유능한 인물을 기용할 수 없어서 국정 흐름이 제멋대로 날뛰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최초의 사건도 있었다. 탄핵으로 야당이 궤멸 상태에 이른 정치 상황에서 정치판을 너무 쉽게 본 판단에서 반골에 가까운 그를 선뜻 기용한 게 치명상이 될 줄이야. 국정원을 무력화하고 검찰은 칼을 거꾸로 쥐고 덤비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자초한 이후 정권은 갈팡질팡 허둥대다가 이제 임기 마지막 해에 이르렀다.

◆최종 레이스에 오를 수 있을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도전을 선언한 그를 본 시각은 두 갈래다. 국민의힘에서는 날 선 정부 비판에 박수를 보내고 엄지척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여권과 상당수 국민은 연신 도리질하는 그들 보며 실망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벌써 네티즌들은 그에게 윤도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어떤 지인은 기자회견 장면을 보고 나서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가정해서 바라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안정감은커녕 불안하고 덩치만 크고 신뢰감이 들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검사가 갑자기 대통령이 되어 검사들이 설치는 나라가 된다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두고 왈가왈부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앞으로 그가 당면할 일들은 훈련이나 연습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토론과 대담, 연설 민생 투어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거기다 장모의 불법 요양병원 개설과 관련한 문제, 부인 김 씨까지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까지 발목에 걸려 있다.

조국 사건을 수사하면서 친척들까지 탈탈 털었던 검찰을 지휘했던 그가 이제 장모의 불법요양병원 개설 및 23억원에 달하는 요양급여 부정수급 등으로 의료법 위반과 특가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다음달 21심 선고공판이 있다. 부인 김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뇌물성 협찬 사건도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거기다 일본 정부 관련 외교를 두고 비난한 그의 역사 인식은 일본 정부 주장을 대변하는 듯 진 보수의 색채를 그대로 드러내 실망을 주기도 했다. 나름 골치 아픈 사건을 선방할 자신이 있어서 대권 도전 선언을 한 것인지, 갑작스런 여론에 몰려든 불나방지지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나섰는지 몰라도 그의 길은 결코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확산하는 대통령병 바이러스

대한민국은 복이 많은 나라다. 골치 아픈 자리, 지금껏 무난하게 퇴임한 대통령은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을 꼽을 수 있던 그 자리에 앉아보겠다고 나서는 인물이 얼마든지 있으니 하는 말이다.

28일 최문순 강원도 지사가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29일엔 이낙연 전 대표, 박용진, 이광재, 김두관의원, 양승조 충남지사가 등록을 마쳤다. 30일엔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정세균 전 총리, 추미애 전 장관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칠 예정이다.

이들 9명 가운데 6명이 겨루는 본선 레이스에 들기 위해 다음달 9일부터 11일까지 예비경선이 치러진다. 경선은 당원 50%, 일반 국민 50%의 투표를 집계해 다득표순으로 6명을 추리고 오는 95일부터 본선 경선을 시작한다.

본선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최고 득표자와 차점자가 결선투표를 거쳐 후보를 결정한다. 후보 결정은 910일까지 끝낸다.

국민 여론이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는 낙관 속에 야권에서 대권의 용꿈을 꾸는 숫자도 만만치 않다. 우선 대권 도전을 선언한 윤석열 전 총장과 그날 감사원장직을 사임한 최재형, 국민의힘에 복당해 같은 날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국민여론조사 결과보고회를 열어 대권 도전을 선언한 홍준표 의원도 있다.

아직 정식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있고 현 정부 경제 수장이었던 김동연 전 기재부장관 등이 있다. 그러고 보니 현 정부의 중요 포스트인 감사원장, 검찰총장, 기재부 장관이 사육사의 뒤꿈치를 무는 독사였던 셈이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던 옛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렇게 20대 대통령을 향한 주자들이 용이 되어보겠다고 나섰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은 용이 되어 바람과 구름을 부르는 조화를 부려 승천할 것이고 나머지는 다시 이무기신세로 5년 동안 절차탁마(切磋琢磨)에 들어갈 것이다.

구경 가운데 싸움 구경이 제일이듯 용이 되기 위한 싸움을 요리조리 뜯어보며 독자 여러분과 보낼 나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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