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사람이란 나뭇가지 끝에 피는 꽃잎”
“손, 사람이란 나뭇가지 끝에 피는 꽃잎”
  • 전주일보
  • 승인 2021.06.28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람이란 나뭇가지 끝에 피는 꽃잎

 

네 몸의 물관을 따라 오르는 것

너를 관통하는 것

내가 별이라도 된다는 듯이

너는 물이 오른다

네게로 뻗은 열 개의 가지에 켜든

꽃잎, 꽃잎, 꽃잎들

죄다 질 때를 기다려

뜯어진 서류봉투처럼 삐죽이 내미는

, , 잎들

그 잎에 닿기 위해

나는 이렇게 손을 뻗어보는 것이다.

 

-권혁웅(1967~ 충북 충주)「수상기手相記 3전문

관상觀相이나 수상手相은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보려 한다. 얼굴 생김새나, 손금을 비롯한 손의 생김새로 그 사람의 과거를 알아내고, 현재를 판단하며, 미래까지 예단하려 한다. 한 사람의 운명을 점치려 한다.

한때 수지침을 배운 적이 있다. 그때 우리 몸의 축소판이 바로 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몸의 형체를 손의 형체에 오버랩 시켜서 각 장기들의 위치와 손가락의 경락을 일치시킨 수지도手指圖를 보며 매우 신기하다고 여겼다, 몸에 위치한 장기가 손가락의 경락과 일치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경락을 수지침으로 자극하면 해당 장기에서 발생하는 통증이 가라앉는 체험을 하기도 하였다.

부분으로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그러고 보면 상징이나 은유의 체계와 닮았다는 생각이다. 모든 예술적 표현의 맥락이 여기에 닿아 있다. 압축되고 생략된 표현으로도 사물의 전체, 느낌의 미묘한 부분까지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는 것이 예술 표현의 본질이다. 그렇게 해서 얻은 [예술적]표현은 궁극적으로 사람됨의 의미와 가치를 확충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사람을 나무로 상정해 본다면 발과 두 다리는 뿌리요, 몸통은 줄기이며, 두 팔과 손은 가지에 해당할 것이다.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려면 뿌리에서 나뭇가지 끝까지 물관을 따라 수분과 영양분이 잘 오르내려야 한다. 땅속 깊이 박힌 뿌리에서 저 까마득한 나뭇가지 끝까지 어떻게 물을 빨아올리며, 나뭇잎에서 탄소동화작용으로 만들어진 영양소를 열매나 뿌리에 어떻게 전달하는 것일까? 삼투압滲透壓은 그래서 나무의 이상이다.

삼투압으로 겨울나무에 물이 올라야 봄나무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육체의 삼투압으로 정신의 꼭대기까지 물이 올라야 비로소 생명의 꽃을 피울 수 있다. 뇌기능의 60% 이상이 손의 기능에서 촉발된다고 한다. 손의 감각, 손의 위치, 손의 촉감, 손의 비행, 손의 경사, 손의 능력, 손의 가치, 손의 황홀, 손의 기억, 손의 즐거움, 손의 고통, 손의 죄 헤아리자면 한이 없다. 과연 손은 사람이란 나뭇가지 끝에 피는 꽃이다.

관상이나 수상, 수지침이 노리는 효과가 그러하듯이, 우리는 우리 삶의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에도 예측 가능한 발걸음을 옮기고 싶어 한다. 설사 그런 유목적적 의도를 가지지 않은 것이 예술의 순수성이라 할지라도, 표현이 의도하는 것으로 그 표현을 접하는 사람들이 가지게 될 이런 사유의 과정까지 간섭할 수는 없다.

내게로 뻗은 열 개의 가지에 켜든/ 꽃잎, 꽃잎, 꽃잎들죄다 질 때를 기다려” “, , 잎들이 되었을 때, 비로소 나의 별그 잎에 닿기 위해/ 나는 이렇게 손을 뻗어보는 것그것이 결국은 삶의 과거요 현재며 미래다. 잎이 피기 전에 꽃이 먼저 피는 []나무도 있다, 또한 잎이 다 핀 뒤에 나중에 꽃이 피는 []나무도 있다. 어느 것이든 결국은 꽃도 잎도 모두 진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나의 인생은 조락의 시절을 맞이할 것이다.

산다는 것은 나 아닌 사물에 손을 뻗는 일이다. 마치 허공을 향하여 손을 뻗는 []나무처럼, 우리도 하늘의 별[이상이나 꿈]을 향해 손을 뻗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이나, 나무나, 사람이나 그 생명을 살리는 물관으로 소통[관통]해야 비로소 꽃잎[아름다운 의미], 열매[보람 있는 결실]도 맺을 수 있다.

나무와 나뭇가지, 꽃잎과 나뭇잎들은 현실의 온갖 것들이 질 때를 기다려비로소 손을 뻗을 수 있다. 그 뻗은 손길의 끝에 별이 빛난다. 나무는 하늘에서 빛나는 별에 닿을 수 없어서 꽃잎과 잎을 틔웠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이라고 다를 리 없다. 별을 노래하지만 결국은 앙상하게 조락한 내 손을 들여다보며[수상하며]’ 나의 운명을 점쳐보는 것이다.

내 몸의 어느 장기에서는 벌써 가을 소리를 내기도 한다. 내 손의 경락을 눌러서 그 가을이 명상의 자세로 회귀하기를 바란다. 내 몸의 다른 장기에서는 벌써 겨울 초입에 이르렀음을 경고하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시에, 내 운명을 점지한 시에 닿기 위하여 손을 뻗어보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이 시를 발견하고 음미하며 미학적 즐거움을 누리는 순간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