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원칙과 상식 지켜라
민주당, 원칙과 상식 지켜라
  • 신영배
  • 승인 2021.06.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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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
신영배 대표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시기와 관련, 민주당 내부가 시끄럽다. 22일에는 민주당 의원총회까지 열어 토론과 논의를 계속했다. 하지만 찬반 양측의 팽팽한 주장만 확인했을 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의원총회는 의원들의 뜻을 모으기 위해 열린 회의였다. 그러나 계파간 이견과 갈등만 드러냈을 뿐, 이렇다할 묘수는 나오지 않았다.

연기하자는 측의 명분은 경선의 흥행과 컨벤션효과를 위해 경선 시기를 코로나19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즈음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 선출 과정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지도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경선 연기 여부를 오는 25일 최종 결정키로 했다. 일단 대선기획단에서 당헌대로 후보를 선출하는 기획안을 내놓게 한 후 기획안에 무리가 없으면 그대로 진행하고 문제가 있으면 계획 변경을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경우의 수가 나온다 하더라도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민주당의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민주당 지지도를 훨씬 앞서 10% 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집안싸움에만 매달려 있다. 국민의힘이 대표 선출과정을 통해 기민하고 효과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걸 보고서도 뒤처진 후보 진영에서 내분으로 치닫는 건 자멸행위에 다름 아니다.

 

아직도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가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위험한 병이 대통령병이라는 말이 있다. 정치를 하다 보면 점점 비중이 커져서 추종하는 무리들이 생긴다. 특히 계파정치에 익숙한 우리 정치 풍토에서는 계파의 우두머리가 되기도 한다.

그럴 즈음에 아부하기 좋아하는 자들이 이제 대통령 한 번 하실 때가 됐다.”라며 슬쩍 추켜세우는데, 그 말이 퍽 솔깃하고 기분이 좋더라는 말을 누군가 회고록에서 본 적이 있다.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 나도 대통령 할 만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경륜이나 지식으로 시험을 치르는 자리가 아닌 국민의 표를 얻어 오르는 지리여서 누구나 운이 좋으면 앉을 자리로 보이지만, 아무리 꿈을 꾸어도 다가서기조차 어려운 자리가 대통령이다. 호화로운 경력도 멋진 인생역정도 대통령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최근에 JTBC가 리얼미티에 의뢰해 대선후보와 관련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912시부터 21일 오후 310분까지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028명이 응답한 ARS 여론조사였다. 조사 결과 윤석열 32.0%, 이재명 29.3%, 이낙연 11.5%, 그 외 주자는 5% 이하였다. 

그 조사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조사가 함께 이뤄졌다. 정권교체 필요성에 대해 필요 56.5%, 불필요가 40.4% 였다.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시기에 대해서는 9월 선출이 55.8%, 11월로 연기가 24%로 나왔다. 민주당의 송영길 체제에서 쇄신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55.5%, 쇄신할 것은 33.2%였다. 거기에 이준석이 국민의힘을 쇄신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38.4%, 쇄신할 것이라는 응답은 55.0%이었다.

물론 이 조사의 응답률이 3.5%에 불과했던 점이나 그동안 여론조사가 민심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던 점을 상기하면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려우나, 동떨어진 반대의 결과도 없었음을 보면 이미 민심은 민주당을 떠나있고 변화를 갈망하고 있음을 짐작하고 남는다.

필자 또한 민주당이 대선후보 선출을 미뤄서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에서 국민에게 실망감만 더할 뿐이다. 자멸(自滅)의 늪으로 모두를 껴안고 들어가려는 움직임으로 보이는 오늘의 민주당 내분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변해야 한다

 

민주당에는 아직도 국민의 사랑을 되돌릴 기회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사유로 숫자가 조금 줄었어도 아직 국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집권 여당으로 오래된 생각, 지난 시절의 정치 술수를 최고의 묘약(妙藥)으로 여기는 묵은 정치를 하루빨리 벗어야 한다.

지금의 난국을 쉽게 타개하기는 어렵지만, 진정으로 달라지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면 현명한 국민이 알아볼 것이다. 내로남불이란 '불신의 멍에'를 짊어진 건 민주당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야당의 지루한 방해와 헤살에 염증을 느낀 주인이 방해꾼들을 치워주며 잘해보라고 할 때, 묵은 법안들도 제대로 챙기고 몸을 낮추어 일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지금의 모양세는 아닐 것이다. 야당의 형태가 미워서 받은 국민의 관심을 사랑으로 착각하고 거들먹거리다가 순식간에 사랑을 잃었다.

그런 정당이 국민 다수가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며 서로 대통령이 돼보겠다고 싸우는 꼬락서니는 비위가 상해 뭔가 가슴에 밀어 오르는 느낌이다.

300일도 남지 않은 대선인데 바닥에 있던 여론이 한꺼번에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그렇다면 가능성 있는 후보를 만들어내야 하고 후보 선출은 국민의 관심과 축복 속에 치러져야 할 것이다. 허망한 꿈에 정신이 팔려 근본을 그르치는 오늘의 분란은 하루빨리 종식해야 한다.

젊은 당 대표를 뽑아 지지도를 끌어올린 국민의힘에 시선이 몰리는 이유는 그가 젊고 달라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묵은 정치의 덧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는 민주당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쇄신할 것이라고, 송영길은 쇄신하지 못할 것이라는 여론의 흐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길 다시 권한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민주당에 애착을 두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전북을 기반으로 둔 정당이고, 솔직히 팔이 안으로 굽는 마음도 있어서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후보를 선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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